
일본의 청년들이 삶의 균형을 중시해 일부러 비정규직을 택하는 청년이 늘고 있는 가운데, 국내에서도 ‘프리터족’(자유를 뜻하는 영어 단어 프리‘free’와 노동자를 뜻하는 독일어 아르바이터‘arbeiter’의 합성어)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진 것으로 조사됐다.
4일(현지시각)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가 총무성 '노동력 조사'를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일본에서 지난해 원하는 시간에 일하고 싶어서 비정규직으로 일하는 25∼34세 수는 73만 명으로 추산돼 10년 전보다 14만 명 증가했다. 이 조사에서 지난해 25∼34세 비정규직 수는 237만 명으로, 2013년과 비교해 64만 명 감소했다.
이 중, 25∼34세가 비정규직으로 근무하는 이유와 관련해서는 '형편이 좋은 시간에 일하고 싶다'고 응답한 사람의 비율이 10년 사이에 10.6%포인트 증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반면, '정규직 일자리가 없다'고 답한 비율은 17%포인트 가량 줄어들었다.
이와 관련해 야마구치 신타로 도쿄대 대학원 교수는 “개인적인 삶을 충실히 하고자 하는 사람이 늘었고, 일에 대한 가치관도 변했다”고 분석했다.
실제, 오사카의 한 음식점에서 근무하는 20대 여성은 자신이 생활하는 데 드는 최소의 비용만 벌기 위해 비정규직을 택했다고 설명했다. 이 여성은 “돈에 큰 욕심이 없고 일하는 시간을 조정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라며 비정규직을 선택한 이유를 설명하기도 했다.
일본 전체 비정규직은 지난해 2124만 명으로 2013년보다 218만 명 증가했는데, 닛케이는 65세를 넘어서도 일하는 노인이 늘어난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매체는 “비정규직 고용은 불안정하고 시간당 급여도 정규직의 70% 수준에 그친다”며 “병간호와 육아를 위해 비정규직을 택한 사람에 대한 처우와 정규직 중심으로 짜인 사회보장제도를 재검토하는 것이 과제”라고 지적했다.
한편, 일본과 같은 흐름은 국내에서도 관찰된다. 통계청 조사에서 최근 5년간 우리나라 파트타임 근로자(주 30시간 미만 근로) 비중은 2019년 12.2%에서 2022년 16.4%로 4.2% 포인트 늘었다. 같은 기간 파트타임 근로자 수는 51만 9000여명에서 62만 4000여명으로 20.2% 증가했다.
심지어 지난해 발표된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 마이크로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15~29세 청년 취업자 넷 중 한 명은 일주일에 36시간 미만 일하는 ‘파트타임’ 근로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흥미로운 점은 이 중 절반은 학업을 마친 상황에서도 아르바이트 수준의 단시간 일자리를 계속 유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청년 상당수가 정규직 취업보다 비정규직 알바로 일하는 ‘프리터족’의 삶을 지향한다는 점이 통계로 나타난 셈이다. ‘프리터’는 다.
전문가들은 과거처럼 가족을 지탱하기보다는 개인 위주의 자유로운 삶을 살고자 하는 삶의 형태가 청년들 사이에서 각광받고 있다는 해석이다. 아울러 프리터족이 늘어난 이유로 경기 둔화에 따른 대기업 신입 공채 감소, 직업에 대한 가치관 변화, 시급이 올라가면서 고수익 알바 급부상 등을 배경으로 꼽았다.
그러나 이런 방식이 개인에겐 고령기 빈곤 문제, 국가적으로는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 역시 나오고 있다. 파트타임 일자리의 경우 지속 가능성이 적고, 수입이 안정적이지 않아 미래가 불확실한 것은 물론, 의료보험 등 사회적 보호망의 혜택도 받기 어렵기 때문이다.
※주간조선 온라인 기사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