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하이랜더가 하이난섬 인근에서 잠수함 데이터모듈 배치작업을 하고 있다. 하이랜더는 2025년까지 바닷속 35m 지점에 축구장 13개 규모의 데이터센터를 설치할 계획이다. photo gadgettendency.com
중국의 하이랜더가 하이난섬 인근에서 잠수함 데이터모듈 배치작업을 하고 있다. 하이랜더는 2025년까지 바닷속 35m 지점에 축구장 13개 규모의 데이터센터를 설치할 계획이다. photo gadgettendency.com

중국이 세계 최초로 최대 규모의 데이터센터를 바닷속에 건설하려는 계획을 실제로 추진 중이다. 지금 하이난섬 인근 해저에 데이터 저장장치를 하나둘씩 배치하고 있다. 해수를 자연 냉각수로 쓰는 데이터센터가 완성되면 육상 센터보다 에너지 효율을 40~60% 높일 수 있다.

 

찬 바닷물로 서버 열 식히는 기술이 핵심

전 세계 소식이 실시간으로 공유되는 시대, 이제 인터넷은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수단이다. 현재 전 세계 인구의 65% 이상이 매일 24시간, 1년 365일 인터넷을 통해 정보를 접하는 동시에 어마어마한 데이터를 만들어낸다. 특히 인공지능(AI)과 자율주행 같은 디지털 기술이 발전하면서 데이터 총량도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전 세계의 데이터 총량은 2016년 약 20ZB(제타바이트·10의21승 바이트)에서 2022년 80ZB로 증가했다. 2025년에는 175ZB로 2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데이터 생성량이 확대되자 국내외 빅테크 기업들이 데이터센터(data center) 확보에 공을 들이고 있다.

데이터센터는 ICT(정보통신기술) 서비스 제공에 필요한 장비인 컴퓨터 시스템과 통신장비, 저장장치 등이 설치된 시설물이다. 마치 도서관에 책이 꽂혀 있듯, 반도체와 전자장치가 공장처럼 구축돼 있는 인터넷의 심장과 같은 곳이다. 인터넷 검색과 이메일, 온라인 쇼핑, 암호화 등 방대한 정보의 저장과 출력을 위해 수천, 수만 대의 서버를 한곳에 모아 관리하는 공간이어서 ‘서버 호텔(Server Hotel)’이라고도 부른다.

세계 각국에 구축된 데이터센터는 지난해 말 기준 1만여개에 이른다. 하지만 데이터 트래픽이 기하급수적으로 급증하면서 데이터 처리 용량 확보를 위한 데이터센터 증설은 계속될 전망이다. 문제는 데이터센터의 전기 사용이 더욱 많아진다는 점이다.

흔히 데이터센터는 ‘전기 먹는 하마’라고 한다. 서버(대형 컴퓨터) 수만 대가 모여 있다 보니 그 자체가 소비하는 전력도 엄청난 데다, 서버에서 발생하는 열을 식히는 데 필요한 냉각용 전력도 막대하기 때문이다. 데이터센터 사용 전력의 약 50%가 서버 냉각에만 사용된다.

국제에너지기구(IEA)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22년 전 세계 데이터센터에서 사용한 전력 소비량은 전체 전력 수요의 2%에 해당하는 460TWh(테라와트시)였다. 2026년에는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량이 620~1050TWh까지 늘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월가 대표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2022년 수치를 기준으로 계산할 때 2027년에는 생성형 AI가 전 세계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의 4분의3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보통 데이터센터를 가동할 때는 섭씨 30도가 넘는 열이 발생한다. 데이터센터 서버는 온도와 습도에 매우 민감하기 때문에 과열로 부품을 망가뜨리지 않으려면 20~25도로 낮춰야 한다. 데이터센터의 열을 잡아내는 기술이 결국 AI 시대의 주도권을 쥐는 셈이다. 이 같은 이유로 주요 빅테크 기업들은 ‘열 식히는 방식 찾기’에 고심 중이다.

그동안 기업들이 데이터센터 열 식히기에 가장 많이 사용한 기술은 공랭식이다. 공기를 통과시켜 기기에서 방출되는 열을 식히는 방식이다. 하지만 에너지가 많이 사용되고, 환풍기가 돌아갈 때 소음이 크다는 게 단점으로 작용해 지금은 새로운 방식들이 도입되고 있다.

그 대표적인 대안이 액체 냉각이다. 공기 대신 액체를 흘리거나 데이터센터에서 열을 내뿜는 하드웨어를 물속에 담가 열을 식히는 방식이다. 액체는 열전달이 공기보다 높기 때문에 공랭식보다 20%의 적은 에너지를 사용하면서도 최대 1000배까지 효율적인 냉각이 가능하다. 미국 서버 제조업체 슈퍼마이크로컴퓨터가 액체 냉각 방식을 쓰는 대표적인 기업이다.

한편 데이터센터를 아예 바닷속에 집어넣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 기업도 있다. 바로 중국의 하이랜더다. 차가운 바닷물이 서버의 열을 금방 식혀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하이랜더는 2025년까지 하이난섬 인근 바닷속 35m 지점에 100개의 잠수함 데이터모듈을 배치한다는 계획이다. 규모는 축구장 13개(약 6만8000㎡)와 비슷하다. 이 거대 센터의 첫 작업으로 지난해 4월 첫 번째 데이터모듈(저장장치)을 설치했고, 11월 말부터는 또 다른 모듈들을 계속 추가하고 있다. 각 데이터모듈의 무게는 자동차 1000대 정도에 달하는 1300t, 수명은 25년이다.

 

온실가스 배출도 획기적으로 줄여

그렇다면 강이 아닌 바다 밑에 데이터센터를 건설하는 주된 이유는 무엇일까. 담수인 강바닥에 짓는 것이 오히려 더 편리할 텐데 말이다. 바닷물은 담수보다 비열(어떤 물질 1g을 섭씨 1도 올리는 데 필요한 열량) 용량이 더 크기 때문에 데이터센터에서 발생하는 열이 더 빨리 방출될 수 있다. 즉 동일한 냉각 효과를 얻는 데 담수보다 해수를 사용하는 게 냉각 비용이 더 저렴하다는 얘기다.

100개의 데이터모듈을 갖춘 데이터센터의 처리 능력은 약 6만대의 일반 컴퓨터가 동시에 작동하는 것과 맞먹는 슈퍼컴퓨터 수준이다. 이를 통해 고화질 이미지 사진 400만장을 30초 내에 처리할 수 있다. 세계 인구 절반이 해안가에 거주하는 만큼 데이터의 이동 거리도 줄어들어 빠른 인터넷 속도를 제공하는 효과도 누릴 수 있다.

해저 데이터센터는 바닷물이 냉각수 역할을 하는 만큼 전력 소모도 줄어든다. 중국은 육상 데이터센터의 전기 사용량보다 연간 약 1억2200만㎾h(킬로와트시)가 절약될 것으로 기대한다. 이는 중국 시민 16만명의 평균 전기 사용량과 비슷하다.

데이터센터가 지구온난화에 미치는 영향은 적지 않다. 직접적인 오염물질을 배출하지는 않지만, 화력발전에 기반한 전력 사용량이 많아져 데이터센터 산업은 글로벌 탄소 배출량의 0.8%를 차지할 만큼 탄소를 많이 배출한다. 하지만 해수를 이용하는 데이터센터는 이러한 탄소 배출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하이랜더의 데이터모듈 100개가 모두 설치되면 세계 최초로 상업용 해저 데이터센터의 가동이 시작된다. 하이랜더는 이후 중국 연해 지역은 물론 동남아시아 지역으로까지 해저 데이터센터를 확장해 나갈 방침이다.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도 2018년부터 2년간 스코틀랜드 오크니섬 인근 바다에서 해저 36.5m에 864대의 서버를 장착한 데이터센터를 통째로 집어넣어 시험 가동한 바 있다. 그 결과 해저 데이터센터는 고장률이 지상 데이터센터의 8분의1 수준에 불과했다. MS는 지금 스코틀랜드 시험의 12배 규모인 상용 해저 데이터센터를 설치하려고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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