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이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중성동을 경선 관련 입장 발표를 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이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중성동을 경선 관련 입장 발표를 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12일 서울 중‧성동을 경선에서 탈락한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이 경선 결과에 이의를 제기하면서 국민의힘 ‘무음공천’ 기조에 균열이 생기고 있다. 국민의힘은 서울 강서구청장 선거 패배 후 인요한 전 혁신위원장의 등장으로 ‘중진 희생론’이 불거졌지만, 현재 공천 결과를 보면 현역 강세가 두드러져 혁신이 실종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지난해 10월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 당시 국민의힘에는 위기감이 감돌았다. 이에 구원투수로 등판한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와이프와 아이만 빼고 다 바뀌어야 한다”며 ‘중진 희생론’을 띄웠고, 부산 해운대갑 3선의 하태경 의원은 가장 먼저 희생을 선언하며 서울 출마를 결정했다. 

그러나 김기현 전 대표가 이끈 당 지도부가 혁신위의 혁신안을 거부하면서 인 위원장의 ‘혁신’ 시도는 실패로 돌아갔다. 혁신위의 빈손 퇴장과 함께 ‘친윤 핵심’으로 꼽힌 장제원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했고, 이후 김기현 전 대표가 사퇴했다. 

우여곡절 끝에 다음 구원투수로 등장한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시스템 공천’을 내세웠다. 민주당이 계파 갈등으로 공천 과정에서 진통을 겪는 동안, 국민의힘은 ‘무음공천’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상대적으로 잡음이 적었다. 

이에 야권에서는 국민의힘이 지난 2월 19일 쌍특검법 재표결을 앞두고 재표결에 영향을 주지 않기 위해 현역 컷오프(공천 배제) 결정을 늦추고 있다고 지적했다. 쌍특검법 재표결 이후 본격적인 현역 컷오프로 국민의힘 안팎에서도 잡음이 새나올 것이란 관측도 있었다.

그러나 그로부터 한 달이 지난 지금, 국민의힘 공천 결과를 보면 최종 현역 교체율은 35%, 지역구 3선 이상 중진의원 교체율은 16% 수준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4년 전 21대 총선 당시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의 현역 교체율 43% 보다 낮은 수치다. 여기에 이른바 ‘윤핵관’으로 불리는 권성동, 이철규, 윤한홍 의원 등이 모두 단수공천을 받으면서 친윤(친윤석열)계는 전원 생존했다.

이에 야권에서는 국민의힘 공천을 두고 “무희생‧무갈등‧무감동의 ‘3無 공천’”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임현백 민주당 공천관리위원장은 지난 8일 국민의힘 공천에 대해 “다선 중진 교체가 4명에 불과해 ‘중진불패’ 경향이 나타난다”며 “김건희 여사 특검과 디올백 의혹을 방탄하는 비리 공천, 특혜 의혹 연루자 공천, 억눌린 공천 등 구태 공천을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임 위장에 따르면 민주당의 현역 교체율은 역대 최고인 45%, 3선 이상 의원 교체율은 38%다. 

국민의힘 안팎에서도 ‘현역불패’라는 지적이 나온다. 억울한 쪽은 일찌감치 희생에 동참한 하태경 의원이다. 하 의원은 지난 2월 22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중진 희생론이 오간 데 없다. 하태경, 장제원 두 사람만 바보된 거 아니냐는 말까지 보도로 나올 정도다. 억울하지 않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바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떨어지면 바보 되는 것이고, 이기면 장군 되는 것”이라고 답한 바 있다. 

하 의원이 비워준 텃밭 부산 해운대갑에는 윤 대통령의 측근인 주진우 전 법률비서관이 단수 공천됐다. 중‧성동을 결선에서 패배한 하 의원은 한동훈 비대위원장에게 경선 원데이터 공개를 요구하고 있다. 

※주간조선 온라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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