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국의 '얼굴 없는 화가'로 알려진 그라피티 작가 뱅크시가 18일(현지시간) 공개한 작품이 원희룡 국민의힘 후보(계양을)의 선거사무소 벽보와 비슷해 화제다. 원 후보는 지난 6일 자신의 선거사무소를 개소하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가지치기 의혹을 겨냥한 기발한 선거벽보를 걸어 화제가 됐던 바 있다.
거리의 예술가 뱅크시는 이날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영국 런던 북부 한 건물에 그린 자신의 벽화를 공개했다. 벽화 앞에는 앙상한 잘린 가지만 남은 큰 나무가 서 있어 마치 녹색 페인트가 이 나무의 잎을 표현한 것처럼 보인다. 벽 하단에는 고압 세척기를 든 작은 여성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전날 광역 런던 지역의 핀스버리 공원 인근 한 건물의 외벽에는 거친 느낌으로 녹색 페인트로 그린 벽화가 모습을 드러내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졌었다. 주민들은 자연을 파괴해선 안 된다는 환경보호 메시지를 담은 그림으로 추정하고 있다.
뱅크시 작품 앞의 앙상한 나무는 약 40~50년 된 벚나무로, 곰팡이균에 감염됐다. 이에 시의회는 나무의 수명을 연장하기 위해 가지치기하며 관리해왔다고 한다. 시의회는 이 벽화를 지우지 않을 계획이라고 했다. 건물을 소유한 회사도 주민들이 작품을 즐길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신원이 알려지지 않은 뱅크시는 세계 곳곳 외벽이나 공공시설에 인간과 사회상에 대한 메시지를 담은 그림을 남겨 유명해진 화가다. 소셜미디어에 사진을 올리는 방식으로 진품을 알리고 있다. 그의 작품은 전시나 경매에서 거액에 판매되기도 했다.

이 같은 뱅크시의 작품이 원 후보의 선거 벽보와 겹쳐보인다는 의견이 커뮤니티 등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원 후보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과거 재보궐 선거 당시 사용했던 선거 사무실에 들어가면서 일명 '가치지기' 의혹을 겨냥한 선거 벽보를 내걸었다. 이재명 대표가 지난 총선 때 선거벽보가 잘 보이도록 가로수에 나뭇가지를 모조리 쳤다는 의혹이 일었던 그 장소다.
원 후보는 앙상한 가로수 뒤로 보이는 선거벽보에 푸른 나뭇가지가 무성한 그림을 그려넣어 나무가 되살아난 듯 보이도록 '착시 디자인'을 해 기발하다는 반응을 얻었었다. 이 대표의 무도함을 비판한다는 의도였다.
당시 이 대표는 대형 사진 현수막을 가리는 가로수 3그루의 나뭇가지를 남김없이 제거했다는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이재명 후보는 해당 의혹을 부인하며 경쟁상대인 윤형선 국민의힘 후보 등을 고발했다.
이를 역이용해 원 후보 측은 '광고 천재' 이제석 씨의 작품에서 착안, 모조리 잘려 나간 가로수를 활용하는 벽보를 게시했다. 이 대표가 자신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 가지를 쳐냈다는 의혹의 내용과 정반대로 원 전 장관 측은 오히려 가로수를 돋보이게 하는 벽보를 게시한 것이다.
벽보는 정중앙에 잎사귀가 무성한 나무의 상단 그림을 배치했다. 벽보와 가로수를 겹쳐서 보면 마치 가로수가 이전의 무성했던 모습을 되찾은 듯한 착시효과를 의도한 설정이다. 벽보 왼쪽 하단에는 '이재명은 합니다'와 상반되는 '원희룡은 진짜 합니다'라는 문구를 넣어 효과를 배가시킨 구상이다.
※주간조선 온라인 기사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