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작할 땐 국민적 지지를 등에 업었지만 점점 상황이 쉽지 않아 보인다. 의료개혁에 나섰던 윤석열 대통령이 전공의들에 대한 면허정지 처분 잠정 유예로 대화 국면 조성에 나섰다. 하지만 의대 정원 2000명 증원 규모 방침에 변화가 없는 상황에서 의사 단체들은 비타협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 접점을 찾는 길은 여전히 요원한 상태다.
윤 대통령은 3월 25일 한덕수 국무총리와 가진 주례회동에서 "의료계를 비롯한 사회 각계와 더욱 긴밀히 소통해달라"고 당부했다고 김수경 대통령실 대변인이 전했다. 전날 "당과 협의해 유연한 처리 방안을 모색해달라"고 주문한 데 이어 의료계를 향해 대화 메시지를 보냈다. 3월 26일 국무회의에서도 의료계를 향해 "정부와의 대화에 적극 나서달라"고 요구했다.
일단 대화 국면으로 전환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치면서 3월 26일로 예정돼 있던 전공의 징계절차는 보류했다. 다만 정부는 대화 메시지를 내면서도 2000명 증원안에 대해서는 양보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의사 단체들도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는 건 마찬가지다. 전국의과대학교수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3월 25일 성명을 통해 “책임을 통감하며 교수직을 던지고, 환자 진료를 마친 후 수련병원과 소속 대학을 떠날 것”이라고 밝혔다. 성명에는 서울대, 연세대 등 19개 의대가 참여했다. 40개 의대 교수협의회가 참여하는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도 “자발적 사직과 주 52시간 근무 등은 오늘(25일)부터 예정대로 진행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일단 2000명 안부터 정부가 거두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파국은 막아야 하는데...' 중재 나선 여당
당장 총선을 목전에 둔 여당 내부에서는 파국을 막아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부분이다. 여당 입장에서는 총선과 그 이후의 여론까지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조정자 행보도 그런 맥락에서 나온다.
한 위원장은 자신이 중재하려 나선 일과 관련해 "새로운 시작점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지만 2000명이라는 증원 숫자에 변화가 없다면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실제로 3월 24일 한 위원장과 비공개 간담회를 가진 전국의대교수협의회(전의교협) 측은 “입학정원 및 배정은 협의 및 논의의 대상도 아니며 (한 위원장과) 대화하지도 않았다”며 예정대로 집단 사직에 돌입했다.
국민의힘 내에서도 여당 내 전문가들을 활용해 중재 역할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의료계의 요구사항을 정부와의 협의체에서 풀어내려면 사태의 핵심을 잘 이해하고 정치력을 발휘할 전문가들이 필요하다"며 "의사 출신 안철수 의원과 의과대학 교수 인요한 위원장이 적임자"라고 했다.
2000명이라는 증원 규모가 갈등의 핵심인 만큼 이를 풀어내지 못하면 정부·여당과 의료계가 앞으로도 평행선을 달릴 가능성이 남는다. 답보 상태가 유지된다면 국민의힘은 '여당의 역할'이라는 점에서 타격을 입게 되고, 증원 규모에서 변화가 생길 경우 '원칙'을 강조해온 대통령실이 후폭풍에 시달릴 수 있다. '2000명 증원'이라는 딜레마의 해법이 쉽지 않은 셈이다.
※주간조선 온라인 기사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