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10 총선에서 국민의힘‧국민의미래는 108석을 얻어 개헌저지선을 겨우 지켰다. 범야권의 압승으로 국민의힘은 참패 책임론을 피할 수 없게 됐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4월 11일 여당 참패의 책임이 자신에게 있다며 위원장직을 사퇴했다. 그러나 국민의힘 내부에선 책임론의 칼끝이 한 전 위원장이 아닌 용산 대통령실을 향하고 있다.
당대표에서 중도하차했던 김기현 의원은 이날 자신의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집권여당으로서 대통령부터 일반 구성원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뼈를 깎는 심정으로 성찰하고 반성해야 한다”며 “그동안의 국정 기조와 당정 관계가 어디서부터 무엇이 잘못됐는지 국민 눈높이에서 냉정하게 살펴 주저함 없이 고쳐야 한다”고 말했다.
유승민 전 의원도 자신의 SNS에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깊은 자기반성 위에 국정 전반을 쇄신해 달라”고 호소하며 “대통령께서 무서운 민심 앞에 반성하고 국민이 바라는 개혁의 길로 나선다면 떠난 민심도 되돌아 올 것”이라고 썼다.
유 전 의원은 “불파불립(不破不立), 깨뜨리지 않으면 바로 세울 수 없다. 당의 반성과 혁신이 절실하다”며 “따뜻한 보수, 정의로운 보수, 유능한 보수의 길로 보수의 지평을 넓히지 않으면 다음 대선, 다음 총선에서도 국민의 마음을 얻을 수 없다는 엄연한 진실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기 성남분당갑에 당선된 안철수 의원은 자신의 SNS에 “국민께서 ‘이만하면 됐다’ 하실 때까지 정부여당의 국정기조 대전환과 낮은 자세로 혁신해 나갈 것을 강력히 촉구하지 않을 수 없다”며 ‘건설적 당정관계 구축’을 강조했다. 의사 출신인 안 의원은 “의대증원을 1년 유예하고, 단계적 증원 방침을 정하고 국민들의 분노에 화답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김경율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도 지난 4월 10일 발표된 총선 출구조사 결과를 두고 “대통령과 당의 공동 책임이라고 생각한다. 국민들이 대통령실과 당을 구분하지 않은 것”이라며 “결국 (용산 대통령실과 당 사이에) 소통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항상 모든 것에 금기어가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당내부의 비판이 용산으로 향하고 있는 반면 당 밖의 여권 지지 세력들은 한 전 위원장에게 더 책임이 있다는 입장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멘토라 불렸던 신평 변호사는 4월 11일 BBS 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의 과도한 욕심이 결국 이 선거를 망쳤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신 변호사는 “한 위원장의 당무 독점력이 지나쳤다”며 “한 위원장이 이번 총선을 어디까지나 자신의 대권 행보, 그 하나의 예행연습, 이런 식으로 삼아온 건 그분의 여러 언행에서 우리가 충분히 엿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날 4·10 총선 참패의 책임을 지고 위원장직을 내려놓은 한 위원장은 ‘총선 패배에 대통령실과 공동 책임이 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제 책임”이라며 “국민의 마음을 얻지 못한 것이고, 그 책임은 오롯이 저에게 있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총선 결과에 대해 “국민의 뜻을 겸허히 받들어 국정을 쇄신하고 경제와 민생 안정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국무총리와 대통령실 비서실장·정책실장·수석비서관 전원은 선거 결과에 책임을 지고 윤 대통령에 사의를 표명했다.
※주간조선 온라인 기사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