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철원(61) 예비역 대령은 ‘제2의 조국 사건’이라고도 불렸던 ‘추미애 아들 군복무 논란’의 중심에 섰었던 인물이다. 그는 2016년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의 아들 서모씨가 카투사에 복무할 당시 인사권자로, 주한미군 한국군지원단장을 지냈다.
추 전 장관 아들의 이른바 ‘특혜 휴가’ 논란이 이어지던 2020년 9월, 이 대령이 추 전 장관 측으로부터 △서씨의 부대를 용산으로 배치해달라는 청탁과 △서씨를 평창올림픽 통역병으로 선발해달라는 청탁을 받았다고 한 의원실에 발언했던 것이 보도되며 추가 특혜 의혹이 제기됐다.
폭로 직후 이 대령은 추 전 장관의 가족 측과 시민단체로부터 허위사실 유포로 추 전 장관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혐의로 두 건의 고발을 당했다. 당시 서씨의 법률대리인이었던 현근택 변호사는 검찰이 아닌 경찰에 고발하는 이유에 대해 “추 장관이 법무부 장관이기 때문에 검찰 고발 시 영향을 미치려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올 수 있다”라고 강조했지만, 해당 건은 고발한 지 불과 한 달여 만에 검찰로 송치됐다.
“고발된 지 4년 만에 무혐의 처분”
그로부터 4년이 지났다. 추 전 장관 측이 이 대령의 폭로와 관련해 여러 차례 고발당하고 일괄 각하(사건이 기소나 수사를 이어갈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고 판단돼 내리는 불기소 처분)되는 동안 이 대령에 대한 수사는 계속됐다. 그는 늦어지는 수사에 답답함을 느껴 두 차례 민원을 넣기도 했지만, 검찰 측에서는 아무런 답변이 없었다. 그동안 사건 담당 검사만 세 번 바뀌었다. 결국 총선이 끝난 지난 4월 15일에야 이 대령은 검찰로부터 ‘증거불충분’으로 인한 ‘혐의없음’ 처분을 받았다.
지난 4월 23일과 24일 서울 모처에서 주간조선과 만난 이 대령은 “백번 양보해 추미애 측이 청탁 전화가 아닌 문의 전화를 했다고 하더라도 내게 허위라는 인식이 없었기 때문에 명예훼손죄로부터 면책된다”며 “검찰에 송치될 이유가 없는데 비정상적으로 길어진 수사”라고 밝혔다. 자신이 전화를 청탁으로 인식했다는 증거가 충분했다는 것이다.
이 대령은 자신에 대한 수사를 “지연된 정의”라고 표현했다. 그는 “특혜 휴가 의혹은 추 전 장관 측이 고발된 지 8개월 만에 검찰로부터 불기소 처분을 받았고, 제가 밝혔던 용산 청탁은 3개월 만에 경찰로부터 무혐의 처리되더라”라며 “추 전 장관 측이 나와는 달리 봐주기 수사를 받으며 빠져나가는 것을 보고 속이 탔고 자괴감이 커졌다”고 소회를 밝혔다.
“무혐의 처분, 秋 측 선처 아니다”
현재 이 대령 사건이 무혐의로 끝난 것과 관련해 추 전 장관의 처벌불원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식의 보도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 대령은 “추 전 장관 측이 선처했다는 식의 보도는 모두 오보”라며 “처벌불원서와는 별개로 혐의가 없음이 증명된 것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그에 따르면, 추 전 장관이 이 대령 및 관계자들을 고발한 후 여론이 좋지 않아지자 자신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는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며 처벌불원서를 제출한 것은 사실이다. 이에 따라 경찰은 시민단체가 이 대령을 고발한 1건에 대해 ‘공소권 없음’ 처분을 내렸다.
그러나 그로부터 2년 후 검찰은 추 전 장관을 제외한 아들, 남편 등 다른 가족의 명예훼손에 대한 처벌불원은 성립되지 않는다며 경찰에 이 대령에 대한 재수사 명령을 내렸고, 해당 고발 건은 결국 검찰에 송치됐다. 이 대령은 이 대목에 대해 “검찰이 경찰의 불송치 결정을 번복한 것도 이상하고, 같은 내용의 고발건인데 하나는 처벌불원서를 적용하고 하나는 재수사하여 송치한 것이 부당하다”고 설명했다.
이 대령은 지금도 해당 사건이 명백한 청탁이었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 그는 처음 추 전 장관 측으로부터 고발당했을 때의 심정에 대해 “청탁을 청탁이라 했는데 거짓말을 했다고 몰아가니 어이가 없어 웃음만 나왔다”고 밝혔다. 그는 “추 전 장관 아들이 카투사에 입대해 부대 배치 되기 10여일 전, 국회연락단으로부터 배치 관련 전화가 왔었다. 이는 검찰과 경찰 모두가 인정한 사실이다. 그런데 추 전 장관 측에서는 청탁 전화가 아닌 용산 배치 가능성이 있었는지를 단순히 묻는 문의 전화라는 논리를 폈다”고 했다. 실제로 검찰은 해당 전화가 일반적인 문의 수준이었을 뿐 부정청탁으로 인정되긴 어렵다고 봐서 추 전 장관 측에 각하 처분을 내렸다.
이 대령은 “참모 중 한 명으로부터 서씨를 용산에 배치해 줄 수 있냐는 청탁 전화가 있었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밝혔다. 이 전화는 2016년 11월에 걸려온 것이다. 김영란법(청탁금지법)이 발효된 지 2개월 정도 지난 시점이었다. 이 대령은 “당시 사령관이 실무자에게 전화를 거는 것 자체가 압박이며 청탁이라고 부하들에게 문서까지 만들어 특별히 교육했던 사항이다”라고 밝혔다.
실제로 당시 이 대령의 직속상관인 김해석 예비역 육군 중장(당시 육군 인사사령관)은 검찰에 제출한 사실확인서를 통해 “인사사령관으로서 청탁금지법 시행에 따른 유의사항을 여러 번 강조했다. 특히 병력을 직접 운용하는 한국군지원단장(이철원 대령)에게 여러 번 강조했다”고 밝혔다.
이 대령에 따르면, 이후 2017년에는 국방부장관실 등으로부터 서씨를 평창올림픽 통역병으로 선발해달라는 청탁 전화가 왔다. 이 대령은 고육지책으로 통역병 선발 방식을 면접에서 제비뽑기로 바꿨고, 서씨는 통역병에 지원했지만 제비뽑기에서 탈락했다. 이 대령이 이를 폭로한 이후, 아들 서씨가 동료 병사들과 ‘평창’을 언급하며 대화를 나눴던 소셜미디어(SNS) 메시지가 언론에 공개되며 이 대령의 폭로를 기정사실화하는 여론이 일었다. 서씨는 병장 때인 2018년 단체채팅방에 “아, 아무리 생각해도 평창을 내가 갔어야 됐는데”라고 적었다. 서씨는 ‘용산’도 언급했다. 서씨는 “아니 애초에 (나를) 용산 보내줬어야지”라고 적었다. 동료 병사들이 “군 간부들이 (너의) 편의를 많이 봐준다”는 취지로 얘기하자 서씨가 이 같은 이야기를 꺼낸 것이다.

“청탁을 청탁이라 했을 뿐 입장 변화없어”
이 대령은 “이 같은 사실이 보도되고 폭로된 상황에서 청탁 여부를 확인하려면 서씨를 조사하는 게 인지상정”이라며 이후의 수사 진행이 상식적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서씨를 조사하지 않았다. 송영무 전 국방부 장관이 통역병 청탁이 있었다고 진술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서씨를 무혐의 처리했다. 나와 내 부하들만 줄줄이 불러 조사하고, 진술서를 썼다. 처음에는 당당했지만, 수사과정에서 가족들과 부하들이 고초를 겪는 모습을 보며 점점 힘이 빠졌다.”
그는 전역 후 사설 비즈니스그룹 창업연수원 원장직을 맡고 있었지만 서씨 사건으로 고발당한 직후 직장을 그만뒀고 4년 동안 거의 수사에만 매달렸다. “신변에 위협을 느껴 가족들은 거처를 따로 정했고, 나는 언론을 피해 모처에 숨어 지내며 경찰 조사가 있을 때만 출두했다. 당시에 출국도 금지당했다. 손과 발, 입이 완전히 틀어막힌 기분이었다.”
“수사과정서 직장 잃고 출국금지도 당해”
무엇보다 이 대령은 “나는 그저 진실을 말했을 뿐인데, 추 전 장관 측이 나를 거짓말을 하는 파렴치범으로 모함했다”고 토로했다. 추 전 장관 측에서 이 대령을 고발한 이유 중 하나는 “이 대령이 추 전 장관 가족에게 따로 청탁 금지 교육을 했다고 말했는데, 사실 무근이다”라는 점이다. 이는 SBS가 ‘짜깁기’한 이 대령의 녹취록 내용을 근거로 한다. 이 대령의 발언 중 “내가 직접 추 장관 남편과 시어머니를 앉혀놓고 청탁하지 말라고 40분 동안 교육을 했다”는 부분만 이 대령의 동의 없이 SBS를 통해 보도됐었다. 그러나 그 말 바로 뒤에 “최초 보직 분류하는 날 처음으로 부모들 앞에서 교육을 했다. 부모들 다 모아놓고”라는 발언이 있다. 이렇듯 전체 병사 가족 상대 교육에 추 전 장관 가족도 포함됐다는 걸 바로 알 수 있음에도 경찰은 이를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보고 검찰로 송치했다.
이번 총선에서 추미애 전 장관은 경기 하남갑에서 당선돼 민주당 6선 중진 의원이 됐다. 추 전 장관은 윤석열 심판의 의미가 강했던 이번 총선에서 당선된다면 헌정사 최초 여성 국회의장에 도전하겠다는 뜻을 내비쳐왔고, 실제로 최근 민주당 내 유력한 국회의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이에 대해 이 대령은 “추미애 전 장관이 국회의원에 당선되니까 이제 무혐의 처분이 나온 것 같다”면서도 “국회의장 얘기가 나오는 것을 듣고 지인들과 가족들이 다 뒤집어졌다. 이번 무혐의 처분에도 불구하고 다시 항고죄로 나를 재판에 넘기면 판사들을 다 주무르지 않겠느냐면서 걱정한다”고 밝혔다.
군 생활만 34년을 한 그는 2019년 11월 대령으로 전역했다. 군 내에서는 원칙에 충실한 강골 군인으로 통했다는 것이 그의 군대 선후배들의 평가다. “법과 원칙에 과도할 만큼 엄격했다” “청탁을 해봐야 씨도 안 먹힐 사람” 등이 그것이다. 그도 “수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참아왔다”며 “무혐의를 받았다는 사실을 알려 실추된 명예를 회복하고 싶다”고 했다. “폭로를 했던 당시에도 그렇고 이번에 무혐의 처분을 받고 나서도 군고위급 등 주변 인사들로부터 ‘청탁에 굴하지 않고 바른 처신을 해 군의 자존심을 지켜줘서 고맙다’는 말을 들었다. 추미애 당선인은 법적 결과가 무혐의로 나온 이상 정치지도자로서 해명하고 사과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秋, 정치지도자로서 해명하고 사과해야”
한편 추 전 장관 아들 관련 또 다른 의혹인 ‘군 휴가 미복귀’에 대해서는 최근 검찰이 재수사에 착수했다. 앞서 3년 전 검찰은 관련자 전원을 무혐의 처리했으나 대검찰청은 수사가 미진했다고 판단했다. 당시 왼쪽 무릎 수술을 이유로 세 차례의 휴가를 사용했는데, 세 번째 휴가 당시 사전 승인 없이 특혜를 받은 걸로 의심된다는 것이다.
검찰은 서씨에게도 군형법 위반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 조사를 받으라고 통보한 상태다. 그러나 서씨는 소환 통보에 응하지 않은 채 지난해 말 튀르키예로 출국했고, 총선 직전인 올해 3월까지도 귀국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서씨에 대해 ‘입국 시 통보’ 조치(소환통보를 받고도 해외로 나간 피의자가 귀국하는 즉시 출입국 당국이 수사기관에 알리도록 하는 것)했다.
이에 대해 추 전 장관은 “아들이 군복무 논란 이후 국내에서는 자리 잡기가 힘들다고 판단하고 자신의 전공인 스포츠마케팅을 계속 공부하고자 계획을 세웠다. 지난해 하반기에 외국의 학교로부터 합격 통지를 받고 입학을 위해 연말에 출국한 것”이라며 “아들이 검찰의 소환 통보를 받고도 외국으로 나갔다고 이야기하는데, 아들은 소환 통보를 받은 적이 없다” “총선을 앞두고 검언유착을 통한 조직적인 선거 개입이라고밖에 생각할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휴가 승인이 떨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서씨가 부대에 복귀하지 않은 건 탈영에 해당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추 전 장관은 이때 보좌관을 시켜 부대에 연락해 부당하게 미복귀 상황을 무마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이 대령은 이 특혜 휴가 의혹과 관련해서는 검찰이 자신을 소환한 적 없다고 밝혔다. 그는 “군 휴가 미복귀 의혹의 경우 내 부하들의 법적 문제가 있기에 나까지 나서서 휴가와 관련해 증언할 수는 없었다. 아마 검찰에서 나를 부르는 것이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을 것이다”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