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철이라서 그런가요? 이상한 일 투성이입니다. 비상계엄을 선포한 전직 대통령이 느닷없이 부정선거론을 옹호하는 영화 상영회에 나타나 손을 흔드는 일이나, 그 부인이 받은 적 없다는 명품백이 검찰 수사를 다시 하자 하나가 아닌 둘이었다는 것이 드러난 일은 저만 이상하진 않을 겁니다.
이런 일보다 더 이상한 일은 중국의 10대 후반, 20대 초반 청년들이 남의 나라 군사보호시설에 호기심을 갖는 것입니다. 얼마 전 일본 여행을 함께했던 20대 초반 조카는 일본의 군사, 기업기술, 공항에 아무 관심을 두지 않은 채 먹을 것에 더 호기심을 가졌습니다. 성인이 돼서 처음 찾는 나라의 문화, 음식, 쇼핑이 아닌 군사보호시설에 호기심을 갖는 것은 이상하지 않나요? 중국의 젊은이들이 우리나라의 주요시설에 관심을 갖는 게 저는 매우 이상합니다.
또 이상한 건 중국인 관광객들이 호기심을 갖는 데 그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들은 높은 곳에서도 선명하게 찍히는 드론을 한국에 가지고 와 국가 주요시설을 찍습니다. 2023년 6월 중국인 유학생 3명은 부산 해군작전사령부 작전기지에 정박 중이던 미국 항공모함을 무단으로 촬영했습니다. 이들은 한 야산에서 드론을 띄웠는데, 잡아서 그들의 휴대전화와 노트북을 분석하니 2년간 한국 내 군사시설을 수백 차례 촬영한 사진이 발견되었습니다. 지난해 11월에는 또 다른 중국인이 국정원 건물을 무단으로 촬영하다가 체포됐습니다. 이들이 호기심을 넘어 드론을 이용해 사진을 찍고, 촬영대상이 하나같이 국가주요시설물이라는 점은 이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더 이상한 건 이들을 처벌할 수 있는 법이 마땅치 않다는 겁니다. 이번 주 오기영·이황희 기자가 쓴 커버스토리를 보면 이들의 촬영과정부터 수사과정, 수사 결과가 어떻게 됐는지를 한눈에 알 수 있습니다. 기사에 나와 있듯, 위와 같은 혐의로 잡힌 중국인들에게 우리 사법당국이 할 수 있는 일은 3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것이 고작이었습니다. 수사 기간 동안 2개월 정도 출국금지를 할 순 있지만, 수사가 끝나고 출금이 해제되면 이들이 과태료를 내지 않고 중국으로 돌아갈 수 있습니다. 다음에 한국에 오지 않으면 과태료를 강제로 징수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죠.
최근 1년간 중국인들이 국내에 들어와서 군사시설과 국가 중요시설물을 촬영한 사례는 총 11건에 달한다고 국가정보원이 얼마 전 밝혔습니다. 그럼에도 과태료 이상의 처분을 받은 사례는 없습니다. 두 기자가 쓴 기사에 나와 있는 것처럼 중국인들은 입을 맞춘 듯 ‘호기심에 찍었다’ ‘경치가 좋아서 찍었다’고 둘러댑니다. 그렇게 둘러대면 수사기관에서도 처벌할 근거가 없다는 걸 이들도 알고 있는 듯합니다.
제가 가장 이상하게 생각하는 건 이들을 처벌할 수 있는 법안을 만들자고 하는 데에 반대하는 정치세력이나 시민사회가 있다는 겁니다. 인권도 중요하고, 개인정보 보호도 중요합니다. 그래도 우리가 함께 사는 공동체의 안전은 우리가 지켜야 하지 않을까요? 공동체의 안전을 지키는 일에 이념은 끼어들 틈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이런 논리가 반중 정서 내지 부정선거 음모론으로 흘러가지 않길 바랍니다. 저는 국내에 와서 우리나라 법의 테두리 안에서 우리 음식을 사먹고, 우리 문화를 알아가는 중국인들을 환영합니다.
독자님들, 행복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