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4년 3월, 총선을 한 달여 앞두고 국회 인근 여의도 둔치에 한나라당(현 국민의힘) 천막 당사가 설치됐다. 남경필·권영세·박종희·신현태 의원 등 현역 의원 4명과 수도권 공천자 23명은 노무현 당시 대통령 탄핵안을 처리한 당 지도부를 향해 ‘대국민 사과’를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마지막까지 천막을 지킨 3명은 남경필·원희룡·정병국 의원이었다. 당시 남 의원은 39세, 원 의원은 40세, 정 의원은 46세였다. 이들이 주축이 된 ‘소장파’와 박근혜 당시 신임 대표는 여의도 중소기업전시장 부지로 천막 당사를 옮겼다. 그리고 17대 총선에서 한나라당은 50석도 어렵다는 당초 예상을 뒤엎고 121석을 얻었다.
지난 5월 10일 새벽, 6·3 대선을 한 달여 남긴 때 국민의힘 지도부는 경선을 통해 선출된 김문수 대선 후보를 한덕수 전 국무총리로 교체하는 ‘강제 단일화’를 시도했다. 하지만 당원 투표에서 후보 교체 안건이 부결되면서 김 후보의 자격은 회복됐고, 그는 35세인 김용태 의원을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앉혔다. 21대 대선 패배 직후 김용태 비대위원장은 △9월 초까지 전당대회 개최 △대통령 탄핵 반대 당론 무효화 △대선후보 부당 교체 시도 진상규명과 당무감사 △당론투표 사안에 관한 당심·민심 반영 절차 구축 △지방선거 100% 상향식 공천 등이 담긴 ‘5대 개혁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당 구주류가 대립각을 세우고, 송언석 신임 원내대표가 혁신위원회를 띄우면서 관련 내용은 논의조차 되지 못했다.
정병국 전 의원은 2004년을 회상하며 “낮에는 각자 지역구에서 선거운동을 하고 밤에 천막 당사로 모여 난로 하나 피워놓고 투쟁 방향을 함께 논의했다”며 “처음에는 30여명이 함께했는데 시간이 갈수록 사람이 빠지고 남은 게 ‘남원정(남경필·원희룡·정병국)’이었다”고 말했다. 반면 김 비대위원장이 개혁안을 발표할 때는 함께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이 없었다. 비대위원장이면서도 당 구주류와 외롭게 싸우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연대를 할 청년 의원들이 원내에 얼마 없다는 것이다. 개혁의 목소리에 힘이 빠질 수밖에 없다. 22대 총선에서 원내에 진입한 40대 미만 국민의힘 청년 정치인은 김용태(경기 포천·가평), 김재섭(서울 도봉갑), 우재준(대구 북구갑), 조지연(경북 경산), 김예지(비례) 의원 등 5명뿐이다.
국제의회연맹(IPU)에 따르면 2023년 기준 네덜란드(39.3%), 덴마크(34.6%), 노르웨이(34.3%) 등은 40세 미만 의원이 30% 이상을 차지한다. 하지만 조사대상 147개국 중 142위를 기록한 한국은 3.7%였다. 2024년 총선 이후 40대 미만 의원은 4.7%가 됐지만, 연맹이 조사한 각국의 40세 미만 의원의 평균 비율인 18.8%에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이다. 정치권에선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보수 정당의 위기가 시작됐다고 말한다. 당내에서 인물을 키우지 못한 보수 정당은 그동안 외부 인사를 수혈해 선거를 치렀다. 박 전 대통령 탄핵으로 치러진 2017년 대선 때는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보수 진영의 대안으로 급부상했다. 하지만 그는 대선 출마를 시사한 지 20일 만에 불출마를 선언했다. 국민의힘은 2022년 대선에서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을 영입해 정권 교체에 성공했지만,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파면되면서 ‘용병 정치’의 한계를 드러냈다. 그럼에도 국민의힘 당권파는 지난 6·3 조기대선에서 또다시 한덕수 전 국무총리라는 용병을 끌어들이려 했다.
6월 30일에 임기가 끝나는 김용태 비대위원장이 5대 개혁안을 관철시키지 못한다면, 국민의힘은 ‘청년’을 또다시 얼굴마담 혹은 포장지로 쓰고 버렸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국민의힘은 그동안 내부에서 인재를 키우지 못해 선거철마다 외부에서 수혈하고, 선거에서 지면 다시 새로운 인물을 데려와 책임을 지게 했다. 그 과정에서 스타 정치인이 만들어져도 다른 목소리를 내면 당 주류가 배척하다 보니 보수 정당의 위기를 키웠다는 얘기가 당내에서 나온다.
김광연(34) 전 김상욱 의원실 선임비서관은 “당내에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의 기득권이 생겼기 때문”이라며 “이들이 권력 창출을 계속 해야 하는데 스스로는 새롭지 않다 보니 자신들이 컨트롤할 수 있고, 신선함을 보여줄 수 있는 외부 인사를 내세우는 것”이라고 말했다. 2016년 20대 국회 개원 때 인턴비서관으로 처음 들어왔던 김 전 선임비서관은 최근까지 김상욱 의원실에서 근무했다. 하지만 김 의원이 민주당으로 당적을 옮길 때 일을 그만뒀다. 김 전 선임비서관은 “당이 바뀌는 것을 한 번은 보고 싶어서 민주당으로 가지 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당장 당이 위기의식을 느끼지 않고 있다고 본다. “국민의힘은 선거가 임박해야 개혁하더라. 현역 의원들에게 내년 지선은 큰 의미를 가지지 않는다. 결국에는 가장 빠른 선거가 2028년 총선인데 아직 시간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아마 총선을 한두 달 앞두고 바뀌려 하지 않을까. 김용태 비대위원장이 낸 5대 개혁안은 개혁의 시작점일 뿐인데 못 받아들이는 게 아쉽다.”

“청년당? 누구 주려고…”
언론에서 ‘청년들을 내세워야 보수가 산다’고 주장하고, ‘기득권을 가진 세력들이 사라져야 한다’고 비판한다. 정작 보수 정치권 밑바닥에서는 그런 주장들은 ‘젊은 스타 정치인 몇 명만 있으면 보수 정치가 살아날 것’이라는 신기루와 다름없다고 본다. 그런 일로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일단 선순환의 시작점이라고 할 수 있는 청년 단체는 사실상 와해된 상황이다. 일종의 ‘풀뿌리 청년 조직’을 만들려는 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이효원(37) 서울시의원은 2020년 김종인 비대위 체제에서 ‘청년당’을 만들자고 강하게 주장했던 인물이었다. 이 의원은 “당시 청년들이 다 같이 모여서 토론하고 지도부를 뽑고 경쟁하고 성장하는 플랫폼을 만들어보자고 제안했는데 ‘그거 만들어서 누구 가져다 줄 것이냐’는 비판을 정말 많이 들었다”며 “우리나라에는 청년들이 자신의 역량을 드러낼 수 있는 기회의 장 자체가 없기 때문에 독일의 청년 조직인 ‘영 유니언’처럼 판을 열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구상이 청년의힘 준비위원회로 넘어가면서 저에 대한 저항이 커졌다. 당이 인재를 키우고, 청년이 정치인으로서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고 싶다는 순수한 의도였기 때문에 제가 물러나는 것이 필요하다면 물러나겠다며 손을 뗐다. 지금 돌아보니 문제의식에 대한 공감대를 먼저 형성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아이디어가 좋다고 무조건 가자는 게 아니라 함께 추진할 사람이 필요했던 것이다. 사람들이 옆에 있어야 추진의 동력이 붙는다는 걸 깨달았다. 당에서 커리어를 시작한 청년들을 정치인으로 키울 수 있는 육성 트랙을 만들어야 할 때가 아닐까.”
반면 민주당에는 스텝 바이 스텝으로 성장한 청년 정치인이 여럿 있다. 지역별로 대학생·청년위원회가 꾸려져 있을 뿐만 아니라 ‘더불어청소년’이라는 비공식 청년 조직도 있다. 더불어청소년 출신의 한 20대 청년 정치인은 “민주당이 인재를 키운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명목상으로라도 청년에게 기회를 어느 정도 보장하며 위원회 활동 등을 통해 네트워킹이 가능한 것이 크지 않을까”라며 “무엇보다 대학생위원장과 청년위원장을 거쳐 국회에 입성한 장경태, 전용기라는 롤모델이 있는 것이 국민의힘과 큰 차이”라고 말했다. 그는 “민주당에는 꿀벌의 생태계처럼 여왕벌이 될 사람에게 로열젤리를 먹이듯 옹립해주는 분위기가 있다”며 “누군가 나간다 하면 경쟁 주자도 한 번 접는 식”이라고 덧붙였다.
물론 청년이 많아진다고 정치가 바뀌는 것은 아니다. 지금과 같은 공천 시스템하에서 제도권 정치에 들어가기 위해선 ‘줄을 잘 서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오히려 더 기성정치를 답습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청년들이 이런 지적에 더욱 공감한다.
정지원(35) 구미시의원은 “‘젊은 꼰대’가 있듯이 청년 정치인 중에서도 기성 정치인과 똑같이 구태 정치를 하는 사람이 있다”고 말했다. 어릴 적부터 막연하게 정치인이 되고 싶다는 꿈을 가졌던 정 의원은 공대에서 총학생회장을 했다. “운동권·비운동권이란 단어가 사라지고 학생 복지를 처음으로 챙기기 시작한 시점이었다. 학생들을 위한 복지 공간 확보, 통학버스 문제 등을 해결하면서 무언가를 변화시키는 경험을 했다. 정치는 토의하고 협상하는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에 기술적인 측면에서 잘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도 있었다. 사실 정책적인 부분에선 정치 성향이 진보에 가깝다. 그런데 국민의힘에 들어간 이유는 국방·외교 분야에서의 가치관이 맞았기 때문이다. 천안함 피격 사건, 연평도 포격 사건 등에서 희생된 장병들이 다 제 또래들이었다.”
김광연 전 선임비서관도 “단순히 연령대가 낮은 청년이 정치권이 많이 들어가는 것이 세대교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청년 정치를 나이가 아닌 ‘소신과 용기’라고 한다면 나이 드신 분들 중에서도 청년 정치를 하는 분이 있고, 젊은 사람 중에서도 기득권에 충성하고 잘 보이는 경우가 있다”며 “결국 기성 정치인이 기득권을 스스로 내려놓지 않으면 개혁은 불가능하다”고 했다.
다만 정 의원은 “인구학적으로 연령대별 비율을 어느 정도 맞출 수 있어야 국회가 이들을 대변할 수 있지 않겠나”라며 “지금보다는 청년 정치인이 늘어나야 한다”고 봤다. 김순옥(37) 강서구의원도 “청년의 비율이 이 정도는 돼야 한다기보다는 연령대별 인구 비율에 근거해 청년 정치인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2024년 기준 우리나라의 인구 구조가 20대 12.31%, 30대 13.36%, 40대 15.17%, 50대 16.82%, 60대 14.92%, 70대 7.82%, 80대 이상 4.6%인 것을 감안하면 국회 구성은 인구 구조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셈이다.
어릴 적부터 대통령을 꿈꿨던 김 의원은 “좋은 세상을 만들고 싶고 다른 사람들도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에서 출발했다”며 “시민단체에서 일하고 청년단체를 조직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기존의 보수 정당으로는 안 되겠다는 위기감과 새로운 보수를 갈망하는 마음으로 바른정당 창당 때 합류하기도 했다. 청년정치학교에서 정치를 배우게 된 이유다. 김 의원은 “국민의힘이 인재를 키울 의지도 없었지만, 내부에 괜찮은 사람이 있어도 항상 외부에서 인물을 반짝 영입하는 방식으로 선거를 치렀다”며 “정치인은 고도의 기술을 요하는 직업이기 때문에 사회적 경험이 짧은 청년들에게는 지속적인 정치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동일한 출발선에서 뛸 수 있어야”
그렇다고 청년들이 ‘청년 할당제’ 등 제도적인 보장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 그들이 요구하는 건 공정한 경쟁이다. 양기열(40) 은평구의원은 “기성 정치권은 청년을 이미지 쇄신용으로 일단 쓰고 재활용하거나 포장지에 의미 부여를 하지 않는다”며 “당내에 쓰고 버려진 분이 많아서 서글픈 마음도 든다”고 말했다. 양 의원은 “그러다 보니까 젊은 인재를 육성해야 할 필요성 자체를 못 느끼는 것 같다”며 “정치를 꿈꾸는 젊은이가 지역에서 활동하면 기회를 줘야 하는데 오히려 잠재적 출마자로 생각해 라이벌로 느끼는 분들도 있다”고 지적했다. 대학교에서 ‘자유한국당 입당 원서 쓰기’가 벌칙이던 2018년, 직장인이던 양 의원은 주변의 반대를 무릅쓰고 지선에 도전했으며, 2022년 재선에 성공했다. 어릴 적부터 정치에 관심이 많아서 지역에서 봉사나 사회활동을 해왔고, 대학생 때 국회에서 의원실 인턴도 했으니 오랜 기간 밑바닥 정치를 경험한 셈이다. 그는 “청년들에겐 가산점 대신 기성 정치인과 동일한 조건에서 뛸 수 있는 기울어지지 않은 운동장이 필요하다”며 “청년과 여성을 약자로만 생각하고 먼저 출발하라고 하는 게 아니라 출발선만 같으면 된다”고 말했다.
“청년이 기성 정치인에 비해 부족한 것은 크게 세 가지다. 당원 연락처가 없고, 돈이 없고, 출마 프로세스를 잘 모르는 것이다. 만약 당에서 경선 후보자들에게 안심번호로 당원들 연락처를 주면 어떨까. 홍보비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일정 한도 내에서 쓸 수 있도록 한다면? 입시설명회처럼 정치 신인들에게 당이 ‘출마설명회’를 열어준다면 프로세스를 알 수 있다. 그럼 기성 정치인이 가지고 있는 이점이 다 사라진다. 시스템을 바꾸면 청년들도 할 만한 싸움이 된다. 일반 유권자들은 신선하고 젊은 사람에게 호감이 가기 때문이다. 또한 중·대선거구제를 도입하면 청년을 험지로 출마시키는 문제도 해소할 수 있다.”
양 의원은 우리나라의 보수 정당이 어디서 정치를 시작하느냐에 따라 체급을 나누는 현실을 비판하며 인식 개선과 시스템 공천이 필요하다고도 했다. “기초의원, 광역의원, 지자체장, 당협위원장, 국회의원 이렇게 열심히 실력을 쌓아서 차근차근 올라오는 것은 굉장히 큰 정치적 자산인데 기성 정치인들은 견제하고 비하하는 것 같다. 지방에서 커리어를 시작한 의원들이 국회의원이 되면 그 이력을 지운다. 밑바닥 정치, 혹은 생활 정치부터 실력을 쌓았다고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 체급 형식의 꼬리표를 붙이는 것이다. 무조건적으로 상향식 공천을 해야 한다는 것이 아니다. 하향식과 상향식 공천의 절충안이 필요하지 않나. 지역에서 활동하며 기초가 튼실한 청년 정치인도 많다.”
서명옥 의원실에서 근무하는 정훈재(35) 비서관은 “청년 정치의 핵심은 검증이라 생각한다”며 “국회 경력은 없지만 오랜 기간 당에서 활동한 청년에 대해 당에서 보증을 해줘야 한다”고 했다. “당이 누군가를 10년 동안 품었으면 어떻게 성장했는지를 당당하게 보증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는 건 정당의 교육 시스템이 허술하기 때문이다.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고 활동할 수 있는 위원회 등이 많아야 실무 경험을 할 수 있는데 지금 국민의힘은 청년들을 인재로 발굴하는 데 관심이 없는 것 같다.”
가치관 없는데 어떻게 사람 키우나
한편 보수 정당이 추구하는 이념이 없다 보니 인물에만 기대 선거를 치르는 것이라는 뼈아픈 지적도 제기됐다. 정지원 의원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이후 6개월여간 보수 정당은 ‘가치’에 대해 생각한 적이 없다”며 “경선을 통해 대선 후보가 결정됐음에도 강제 후보 교체 사건이 일어난 것은 보수의 가치보다는 선거에서 이기기 위한 가치로 치달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보수 정당은 ‘공동체 의식’을 중시한다면, 진보 정당은 ‘개인의 가치’도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보수와 진보의 차이인 것 같다”며 “보수 정당이 가치관을 정립하는 것이 가장 시급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민주당이 ‘중도 보수’를 표방하면서 국민의힘이 내세울 수 있는 이념 스펙트럼이 좁아진 것도 사실이다. 그동안 ‘반이재명’을 기치로 내세우면서 선거를 치렀기 때문이다. 이효원 의원은 “민주당이 중도 보수를 표방하고 있지만 우리가 다시 가져올 어젠다가 분명히 있다고 생각한다”며 “민주당이 강조하는 ‘권리’ 같은 의제를 우리가 가지고 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저는 출산을 여성들만 가질 수 있는 ‘권리’라고 생각한다”며 “삶이 팍팍하고 사회가 힘들다 보니 그 권리를 행사하지 못하는데, 어떻게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 것인지 고민한다면 아이를 낳고 기르는 30·40대 여성 유권자들을 끌어올 수 있지 않을까”라고 설명했다.
“내년 지선을 앞두고 있는데 어떤 기초·광역 의원을 만들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부재하다. 핵심 가치에 대한 정립이 없기 때문에 방향성을 상실한 것 같다. 청년 정치인을 육성하는 시스템을 비롯해 정책 메시지를 연구하는 여의도연구원의 역할을 복원하는 등의 시스템 정비를 우선시해야 할 시점이다. 무엇보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당에 청년들이 많이 유입돼야 하고, 이들을 키울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김문수 전 대선 후보가 40%가 넘는 득표율을 얻고 선거 과정에서 ‘파파미’ 등의 미담이 나온 것도 이미 검증이 된 인물이어서가 아닐까. 당내에서 키운 인재의 힘이 이런 것이고, 왜 검증이 필요한지를 이번 대선을 통해서 당원들이 깨달았다고 본다.”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는 “당대표가 공천권을 행사하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것”이라며 “청년들을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전략공천을 했을 때 계파 줄 세우기라는 폐해가 있기 때문에 아예 ‘오픈 프라이머리’를 도입한 상향식 공천을 합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채 교수는 “다음 단계로 중앙당을 최소화시키고 미국식 원내정당화를 해야 한다”며 “그럼 의원들의 관심이 정쟁이 아닌 정책 경쟁으로 쏠리게 될 것”이라고 했다. “오픈 프라이머리가 되면 당원보다 유권자의 선호가 더 중요해진다. 후보가 되고 싶은 사람들은 기득권에 줄서기보다는 자기 지역구에서 열심히 사회활동을 하고 봉사할 것이다. 그게 미국의 오바마 전 대통령이 했던 방식이다. 오바마는 지역에서 변호사 활동을 꾸준히 하면서 오픈 프라이머리를 통해 상원의원이 됐고, 대통령까지 오를 수 있었다. 지금 거론되는 청년 정치의 본질은 결국 586세대에 대한 기득권 청산과 같다. 586세대가 만들어놓은 정당 구조와 세계관 속에 청년들이 편입하는 방식으로는 달라지는 것이 없다. 시스템이 바뀌지 않으면 586 세계관은 재생산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