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한길 전 한국사 강사(왼쪽 둘째)가 지난 8월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투게더포럼 시국 토론회에서 국민의례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전한길 전 한국사 강사(왼쪽 둘째)가 지난 8월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투게더포럼 시국 토론회에서 국민의례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오는 8월 22일 열린다. 대선 패배를 수습하고 내년 지방선거를 지휘해야 할 이번 당 대표 선거 구도는 명확하다. ‘반탄’(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반대)과 ‘찬탄’(탄핵 찬성)’. 당 대표 선출 본선은 당원투표와 국민 여론조사를 8 대 2 비율로 반영하는 상황에서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의 당선이 유력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김 전 장관은 국민의힘 지지층을 대상으로 한 각종 여론조사에서 당 대표 적합도 1위를 달리고 있다. 에이스리서치가 뉴시스 의뢰로 지난 7월 29일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의힘 차기 당대표로 가장 적합한 인물을 묻는 질문에 국민의힘 지지층의 34.9%가 김 전 장관을 꼽았다. 해당 조사에서 전체 응답자 대상 지지율 1위는 조경태 의원(23.5%)이었는데, 그는 출마 선언 전 주간조선과 만나 이렇게 말한 바 있었다. “우리 당 지지율이 20%가 안 되는데, 당심을 80% 반영하면 우리는 국민의 몇 퍼센트나 지지하는 대표를 선출한다는 것인가?”

조 의원 말의 당위성을 떠나 국민의힘에 대한 국민적 지지가 붕괴 수준에 있는 것은 사실이다. 숫자로 보면 ‘17%’. 지난 7월 24일 발표된 전국지표조사(NBS) 정례조사 결과가 그랬다. 43%를 기록한 민주당에 비하면 반의 반토막에 가까웠다. 미래통합당에서 당명을 변경한 이래 가장 낮았고, 직전 조사의 19%에 이어 2주 연속 역대 최저치였다.

윤석열 전 대통령과 명확히 선을 긋지 못하는 가운데 원내 인사들이 계속 특검 수사 대상이 되고, 전한길씨 같은 인사들이 전면에 등장하는 것이 원인으로 꼽힌다. 여전히 ‘반탄 정당’ 이미지를 쓰고 있다는 뜻이다. 문제는 목전에 있는 지방선거다. 그렇다면 찬탄과 반탄으로 명확히 갈린 이번 전당대회 결과에 따라 국민의힘의 미래도 크게 달라질 전망이다.

 

반탄 승리: 난망해지는 보수 개편

김 전 장관이 승리하면 이른바 ‘반탄’세력과의 선긋기는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 김상일 정치평론가는 “김 전 장관의 당선은 윤석열과 전광훈의 그림자가 더 깊게 드리운다는 인상을 준다”며 “(국민의힘에 대한) 비판적 지지를 보내던 유권자들과 중도층이 더 이상은 표를 주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정치평론가인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교수는 “극우 세력이 바로 김 전 장관의 세력인데, 그들은 정치권 주변에서는 의미가 없지만 당의 중심으로 진입하면 어쩌면 다음 총선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김 전 장관 주지지층의 어젠다는 부정선거론과 ‘윤 어게인’인데, 우선 김 전 장관은 두 가지에 모두 모호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먼저 부정선거에 대해서는 대선 직후인 지난 6월 5일 “부정선거는 증거를 갖고 재판을 해 이겨서 제대로 싸워야 한다”고 발언했다. 윤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지난 7월 23일 “감옥에 있는데 ‘어게인’ 한다고 어떻게 되겠나, 철 지난 얘기”라고 하면서도, 29일에는 구속수감과 관련해 “대통령의 인권이 상당히 유린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자신과 뜻을 같이하는 사람 10만명이 국민의힘에 입당해 있다며 자신도 입당한 한국사 강사 출신 유튜버 전한길씨는 “윤 전 대통령과 절연할 것인지 공개 질의서를 보내겠다. 무조건 같이 간다는 후보를 지지하겠다”고 했다. 김 전 장관은 이에 일단 진지하게 응하겠다는 입장으로 알려졌지만, ‘전한길과 같이 간다’는 이미지가 좋을 게 없다는 것은 인지하는 분위기다. 이에 대해 김 전 장관의 측근 인사는 주간조선에 “전씨에게 동조하는 건 없고, 그 사람이 그런 주장을 한다고 다 쫓아낼 수 없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지방선거에서 개혁신당과의 연대나 통합도 어려울 전망이다. 중도로의 외연 확장을 표방하는 개혁신당으로서는 ‘짠물’ 이미지의 국민의힘과 연대하는 것 자체로 부담이다. 개혁신당의 한 인사는 “우리 입장에서는 최근 이준석 대표와 관계가 풀린 안철수 의원이 대표가 되면 제일 좋고, 한동훈계가 대표가 돼도 괜찮다”며 “그런데 김 전 장관이 되면 접점이 별로 없다”고 말했다. 김 평론가는 “그렇게 되면 개혁신당은 차라리 ‘집권이 가능한 보수’ 이미지를 가져가며 독자생존하려고 할 것”이라고 봤다. 단일화가 없을 경우 수도권 참패는 예고된 수순이다. 지난 대선에서 이준석 후보가 수도권 대부분 선거구에서 10% 가까이 득표했는데, 접전 지역구가 많은 수도권의 특성상 5% 내외 승부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찬탄 승리: 尹 없는 ‘뉴노멀 국힘’

이른바 ‘찬탄파’로 불리는 안철수 또는 조경태 의원이 대표에 당선될 경우에도 난관은 있다. TK·PK 지역 현역과 구주류(친윤) 의원들이 중심이 된 의원총회가 의사결정의 중심이라는 점이다. 대선 이후 국민의힘 내에서 있었던 모든 ‘혁신’ 시도는 의총을 거치며 불발됐다. 김용태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혁신안이 묵살됐고, 안철수 혁신위는 시작도 전에 좌초했다. 현재 진행 중인 윤희숙 혁신위 역시 흐지부지될 것이 유력하다. 윤 혁신위원장은 의원총회에도 초대받지 못하고 있다. 국민의힘 소속의 한 다선 의원은 “의총에서 반대의견은 ‘일단 밥 먹고 합시다’ 식으로 분위기를 흐지부지시키는 감이 있다”고 말했다.

찬탄파가 당권을 잡으면 분당이나 탈당까지는 가지 않더라도, 이준석 대표 시절이나 한동훈 전 대표 시절 그랬듯 지도부가 중도 퇴진할 수 있지 않느냐는 의견도 나온다. 

특히 내년 지선이 불리한 지형에서 치러지는 탓에 ‘1년짜리 전대’라는 평가도 나온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당대표 1인, 최고위원 4명, 청년최고위원 1명을 각각 선출하는데 최고위원 중 한 명은 여성 중 순위를 불문하고 최다득표자를 뽑는다. 대표를 제외하고 전원이 사퇴, 최고위원이 1명만 남으면 지도부가 자동으로 붕괴된다. 친한계의 한 인사는 “한 전 대표 지도부가 그렇게 붕괴한 ‘트라우마’가 있는 탓에 출마자 구성을 놓고 반탄파 측과 수싸움을 계속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다만 김 평론가는 반탄파가 당권을 놓치더라도, 찬탄파 지도부가 혹여 지방선거에 패배하더라도 이런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봤다. “친윤이 한 전 대표나 이 대표를 흔들었던 것은 정권이라는 현실적 권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행정권과 실질적 인허가권을 포함하는 기득권이 있었지만, 지금 동원할 수 있는 것은 공천권도 아니고 돈뿐이다. 파열음이 있겠지만 선거를 치르려면 정리가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박 교수는 애초 이번 전당대회로 구성되는 지도부의 역할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를테면 조경태 의원이 주장하는 ‘윤 전 대통령 체포 저지 45명 징계’ 같은 것은 쉽지 않을 거란 얘기다. “(인적쇄신을 하더라도) 10여명 출당시키고 5~6명 정도 당원권을 정지하는 수준이어야지, 나머지는 손을 대면 안 된다. 지방선거는 대구, 경북, 부산, 울산, 경남에서 이겨야 하는데 초선 의원들 대부분이 그 지역이다. 그들과 우선 함께 가야 한다. 나머지를 정리하는 것은 그다음 당대표가 총선을 준비하며 할 일이다. 최소한의 암세포를 도려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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