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8월 진행된 국민의힘 제6차 전당대회는 소위 ‘반탄(탄핵 반대)’의 승리로 끝난 것으로 평가받는다. 전당대회 과정에서 ‘다소 싱겁다’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으며, 실제 당 대표 결선에는 ‘반탄’ 후보 두 명이 진출하기도 했다. 오히려 가장 치열했던 경쟁은 따로 있었다. 바로 청년최고위원이다.
청년최고위원 선거는 현역 초선 의원인 우재준 의원(대구 북구갑·37)과 ‘박근혜 키즈’인 손수조 정책연구원 리더스 대표 양자 대결로 진행된 끝에 우 의원이 승리했다. 당시 각각 20만여표 이상을 득표한 두 후보의 격차는 3800여표에 불과하며 초접전 양상을 보였다. 당 대표와 최고위원 선거가 한쪽으로 기울었던 것에 비해 청년최고위원 선거는 비교적 ‘탈계파적’인 경쟁이기도 했던 것이다. 결국 ‘30대 초선의원’ 타이틀을 가진 우 위원이 당 지도부에 입성했다.
지난 9월 1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난 우 위원은 작금의 청년 세대를 ‘불안한 세대’로 표현했다.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가장 큰 청년 세대”라고 정의한 우 위원은 “청년들이 ‘우리가 노력했을 때 나라가 더 성장하고 개인도 잘살 수 있는 사회’라고 생각하도록 만들고 싶다”고 강조했다.
- 최고위원이 된 지 한 달여가 지났다. 짧지만 어떻게 지냈는지. “당선의 기쁨을 누릴 시간과 여유조차 없었던 것 같다. 너무 많은 이슈들이 빠르게 돌아갔다. 여당 주도의 입법 강행, 당내 연찬회, 지도부 적응 등이 지나가면서 하나씩 대응하느라 정신없었던 것 같다.”
- 막판 단일화 등 치열한 접전을 벌인 전당대회를 돌아본다면. “참 치열했던 것 같다. 그럼에도 우리 당 안에서 갈등도 많았던 만큼 당원들의 마음을 알아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특히 그간 일련의 과정에서 침묵하는 당원이 많이 계셨다. 그래서 그분들이 무엇을 바라고 어떤 생각을 하고 계신지 들어볼 수 있었다.”
- 침묵하는 당원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나. “생각보다 ‘화합했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다고 느꼈다. 언론에서 계속 ‘찬탄(탄핵 찬성)’ ‘반탄’ 구도로 나누긴 했지만, 만나본 분 중에는 서로 이해하고 양보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많이들 하셨다. 물론 더불어민주당의 폭주를 막아 세울 수 있으면 좋겠다는 열망도 컸다. 또 우리 당이 조금 더 젊어졌으면 좋겠다는 목소리도 들었다.”
- ‘청년최고위원’ 당선 직후 청년을 강조했다. “가장 중요한 건 ‘청년이 마음껏 꿈꿀 수 있는 나라’다. 꿈꾸고 열심히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는 사회여야 한다. 또 실패하더라도 다시 일어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거기에 조금이라도 기여할 수 있는 정치를 하고 싶다.”
- ‘청년 세대’에서는 형 같은 나이다. 형으로서 바라보는 지금 청년들은. “참 불안함을 느끼는 세대라고 생각한다. 근본적으로 우리는 태어나 보니까 ‘꽤 잘사는 나라’였다. 그런데 ‘앞으로도 잘살까’라고 했을 때에는 ‘그러지 않을 것 같다’라는 위기를 느낀다. 다시 말해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가장 큰 세대’인 것이다. ‘우리 부모님 세대는 열심히 살아서 성공할 수 있는 나라였던 것 같은데, 우리도 그렇게 살 수 있나’라고 했을 때, 그 해답이 잘 보이지 않는다. 그런 불안감이 감싸고 있다고 본다.”
- 여전히 출생률도 낮은 상황이다, “그렇다. 그런데 청년 중에 정말 가정을 가지고 아이를 낳기 싫어하는 사람이 그렇게 많을까? 자발적인 비출산이 그렇게 많을까? 아니라고 본다. 상당수의 청년은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아이도 가지고 행복하게 살고 싶어 한다. 낮은 출생률은 ‘이렇게 할 수 없다’고 느끼기 때문에 나온 결과다. 이 세대가 느끼는 고통이라는 게 생각보다 매우 클 수 있다. 이를 인식하고 있어야 한다.”
- 청년 취업 역시 여전히 문제인데. “굉장히 복잡한 문제지만, 우선 기업들이 잘나가야 한다. 한국에 투자를 많이 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그다음으로는 청년이 필요한 곳에 많이 갈 수 있도록 고용 서비스 정책이 뒷받침돼야 한다. 대기업은 서로 가려고 하지만, 중소기업 등은 좋은 기업이 있더라도 청년들이 몰라서 못 가는 경우도 있다. 또 청년 입장에서는 안 가봤기 때문에 두려워서 못 가기도 한다. 좋은 기업에 필요로 하는 인재를 연결할 수 있는 정책 개발이 필요하다.”
- 최근 이재명 정부가 ‘청년’에 소홀하다고 지적하고 있는데. “문제의식을 못 느끼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우선 ‘공정의 가치’에 대해 너무 가볍게 여기는 것 같다. 청년 세대에게 ‘불공정의 상징’이 조국 조국혁신당 비상대책위원장이라고 생각한다. 공정에 대한 생각은 결국 ‘열심히 했을 때 성공할 수 있는가’라는 믿음하고도 직결되는데, 너무 쉽게 사면하지 않았나. 또 다른 점은 이 대통령이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청년’이라는 단어를 한 번도 사용하지 않았다. 그만큼 청년 세대에 관심이 없다고 느껴졌다. 다행히 오늘(16일)부터 이 대통령이 청년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청년들에게 ‘극우’ ‘오염됐다’는 표현은 그만하고, 진지하게 바뀌면서 국정을 이어가면 좋겠다.”
- 유일하게 세대를 대표하는 ‘청년’최고위원이다. 그 의미는.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청년 세대가 겪는 문제를 이야기하라’는 뜻이고 두 번째는 ‘우리 당의 청년 정치인들을 지키면서 대변해달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당내에서 좋은 인재를 발굴하고 키워내는 것도 중요한 역할이다. 물론 국가 또는 당의 주요 사안에 대해서도 젊은 시각에서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부분도 있다.”
- 당내 청년 조직이 미약하다는 얘기도 있는데. “계속해서 노력해야 한다. 자연스레 인재들이 더 클 수 있고 빛날 수 있어야 한다. 이미 왔다가 떠난 인재들도 분명히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미 와 있는 인재 중에 우리가 모르는 청년도 많을 것이다. 이들이 빛날 기회를 많이 만들어줘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과거 이준석 대표 시절 진행한 ‘나는 국대다’나 ‘PPAT(국민의힘 공직후보자 기초자격평가)’ 등도 괜찮았다. 그뿐만 아니라 우수한 의정 활동을 한 지방·기초의원이나 보좌진들도 충분히 빛내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기회를 만들어주면 인재들이 클 기회가 될 것이다.”
- 원내 ‘청년 대표’로서 기성세대에게 제언한다면. “우리 세대는 태어나 보니까 꽤 잘사는 나라였다. 이젠 해외 어디를 나가도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나라다. 6·25전쟁 이후 어렵게 성장한 대한민국이지만, 우리에게는 역사 속에서 들은 얘기다. 그 점에서 훌륭한 나라를 만들어주신 기성세대에게 너무 감사하다. 그럼에도 지금 청년들은 ‘우리가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갈 수 있을까’ 불안해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미래에 조금 더 투자할 수 있도록 선배님들께서 관심을 함께 가져주셨으면 한다. 예컨대 연금 개혁도 그렇다. ‘더 내고 더 받자’는 식의 법안으로 통과됐는데, 미래를 위한 희생이 무의미해지는 것 아닌가 아쉽기도 했다. 우리가 느끼는 미래에 대한 불안을 좀 더 함께 고민해주면 좋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