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 명동 거리에 신용카드 대출 광고물이 곳곳에 붙어 있다. photo 뉴스1
서울 중구 명동 거리에 신용카드 대출 광고물이 곳곳에 붙어 있다. photo 뉴스1

지방에서 병원을 운영하던 의사 A씨는 지난해 9월, 병원 장비 구입으로 생활비가 부족해 대출 광고를 보고 연락했다. 비대면으로 진행된 대출 절차는 간단했고, 빌린 돈은 150만원. '소액이니 큰 문제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대가는 혹독했다. A씨는 일주일마다 원금의 100%에 달하는 이자를 갚아야 했고, 이를 지키지 못하면 하루 연체 이자만 원금의 40%에 달했다. 대부업체 직원들은 포털사이트에 공개된 A씨의 사진을 이용해 "가족과 지인에게 알리겠다"며 협박했다.

극심한 압박 속에 A씨는 두 차례 자살을 시도했고, 결국 병원 문을 닫았다. 그는 경찰에 보낸 편지에서 "원금 외 3000만원이 넘는 이자를 이미 냈지만 여전히 3000만원이 넘는 빚에 시달리고 있다"며 "하루 200만원 넘는 연체 이자와 협박이 무서워 버티기 힘들다"고 호소했다.

고금리 대부업체 피해를 입은 의사 A씨가 경찰에 보낸 메시지. photo 경기남부경찰청 제공
고금리 대부업체 피해를 입은 의사 A씨가 경찰에 보낸 메시지. photo 경기남부경찰청 제공

이처럼 급전이 필요한 서민들에게 접근해 연 7만3000% 고금리 이자를 챙긴 불법 대부조직이 경찰에 붙잡혔다.

경기남부경찰청 형사기동대는 11일 대부업법·채권추심법 위반, 범죄단체 조직 등의 혐의로 불법 사금융 조직 총책 배모씨(34) 등 13명을 검거하고 이 중 4명을 구속했다고 밝혔다. 또 배 씨 일당에 대포통장을 제공하거나 자금 세탁을 도운 16명도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혐의로 송치됐다.

수사 결과, 배씨 일당은 지난해 6월부터 올해 7월까지 경기 용인에 사무실을 차려놓고 사회초년생, 회사원, 주부, 유흥업소 종사자 등 553명에게 소액 대출을 해주고 연 238%에서 7만3000%에 달하는 고금리 이자를 받아 총 18억원의 폭리를 취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법정 최고이자율(연 20%)의 최대 300배를 넘는 수준이다.

이들은 제1금융권 대출이 어려운 사회취약계층을 노려 범행을 계획했다. 불법 대부 중개 사이트를 통해 대출자의 신상을 확보한 뒤, 대포폰으로 자신들을 '합법 대부업체'라고 속이며 접근했다. 이후 20만~30만원의 소액 대출을 미끼로 일주일 내 원금의 두 배를 상환하지 못하면 매일 원금의 40%를 연체이자로 내도록 강요했다.

또 가족·지인 연락처와 함께 '지인담보로 대출받았다'는 내용의 동영상 제출을 조건으로 걸었고, 상환이 늦어지면 "가족을 죽이겠다"는 욕설과 협박을 퍼부었다. 일부 피해자에게는 해외 문자로 가족에게 대출 사실을 알리겠다는 협박 메시지도 보냈다.

 

※주간조선 온라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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