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26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가운데)이 유정복 국민의힘 인천시장 후보(왼쪽)와 함께 인천 중구 영종하늘문화센터에서 영종~신도~강화 평화도로 건설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photo 뉴시스
지난 4월 26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가운데)이 유정복 국민의힘 인천시장 후보(왼쪽)와 함께 인천 중구 영종하늘문화센터에서 영종~신도~강화 평화도로 건설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photo 뉴시스

역대 지방선거 승패를 좌우했던 변수 중 하나는 대통령선거와의 간격이었다. 간격이 짧으면 대선의 승기가 작동할 유효기간이 남아 여당이 승리했지만 간격이 길면 유효기간이 끝나면서 여당이 고전을 면치 못했다. 경험적으로 알 수 있는 사실이다.

김대중 정부는 1997년 12월 대선이 끝난 뒤 1998년 6월 지방선거를 치렀다. 이때 새정치국민회의와 자유민주연합은 연합공천을 했고 광역단체장 16곳 중 무려 10곳을 이겼다. 반면 2002년 12월 대선을 치렀던 노무현 정부는 상황이 달랐다. 임기 내 첫 지방선거는 무려 3년5개월이 지난 2006년 5월 31일 열렸다. 결과는 여당의 참패로 끝났는데 광역단체장 중 열린우리당 후보가 당선된 곳은 대전 단 한 곳에 불과했다. 보수 야당인 한나라당은 당시 16곳 중 12곳을 차지했다. 문재인 정부는 비교적 짧은 간격을 두고 지방선거를 치렀다. 대선 1년1개월 후에 벌어졌는데 광역자치단체 17곳 중 14곳을 싹쓸이하며 압승했다.

 

친정체제 수립의 고비 

올해 6월 1일 지방선거는 대선 후 3개월 만에 실시된다. 그 어느 때보다도 가장 짧은 간격이다. 공식대로만 본다면 윤석열 당선인과 국민의힘의 완승으로 끝나야 한다. 하지만 생각보다 쉽지 않은 게임이 될 공산이 커졌다. 일단 새롭게 출범할 윤석열 정부에 대한 국정수행 긍정 정도가 약하다. 70% 이상을 기록하던 역대 정부와 달리 과반을 살짝 넘는 여론조사 결과들이 나오고 있다.

여야 간에 그 흔한 허니문 기간이 없는 것도 변수다. 용산 집무실 이전과 총리·장관 후보자 인선, 검수완박 법안까지 줄곧 ‘강대강’ 대치 중이다. 0.73%포인트, 24만표 차이라는 대선 결과의 연장전 성격이 보다 짙어지는 중이다.

중앙정부의 권력은 쥐었지만 ‘윤석열표’ 정책들은 사사건건 국회에서 벽에 부딪힐 수 있는 환경이다. 여기다 지방선거까지 실패한다면 지방의회의 협조를 얻기 힘들 뿐 아니라 취임 초 국정동력을 상당수 잃고 임기를 시작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대선 직후 치러지는 지방선거는 윤 당선인에게는 호기가 아닌 리스크가 됐다.

이런 배경을 두고 윤 당선인의 최근 행보를 해석할 필요가 있다. 그의 정치적 행위에는 ‘6·1 지방선거’라는 변수를 반드시 넣어야 해답이 나온다. ‘선(先) 조각, 후(後) 조직개편’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논쟁적 이슈를 차단하겠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처리하려면 더불어민주당이 다수당인 국회를 거쳐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리더십에 생채기만 날 뿐이니 지방선거를 전환점으로 삼아보자는 흐름이다. ‘여가부 폐지’ 문제 역시 중도층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사안이기도 했다.

지방선거에서 윤심은 후보 선출 과정에서도 논쟁적인 소재가 됐다. 경기도는 그 특징을 도드라지게 보여준다. 윤 당선인 대변인을 맡았던 초선 김은혜 의원이 유승민 전 의원에게 승리하는 과정이 대표적이다.

김 의원이 경기도지사에 관심 있다는 이야기는 대선 즈음부터 들렸지만 당선인 대변인을 맡으면서 수그러들었다. “출마를 포기한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인수위 일정과 지방선거 일정을 고려하면 중간에 그만두고 나와야 하는데 그런 인물을 인수위 대변인으로 발탁을 하는 건 모양새가 매끄럽지 못해서다. 그런데 ‘출마’라는 예상을 뒤엎는 결정을 내렸고 당선인도 승인했다. 그래서 애초부터 윤 당선인의 의중이 실린 출마라는 평가가 나왔다.

지방선거의 활용법 중 하나는 당내 세력의 재편이다. 특히 정권 초기라면 일정 부분 친정 체제로 꾸릴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도 2018년 지방선거에서 압승하며 당에 대한 친정체제를 확립했다. 압승에 더해 김경수 경남도지사, 송철호 울산시장 등 대통령의 측근들이 당선된 게 뒷받침이 됐다.

윤 당선인 역시 마찬가지. 이제 그는 수성(守城)해야 할 입장에 섰고 당내 도전 요인을 관리해야 할 필요가 생겼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유승민 경기도지사’라는 그림은 윤 당선인 쪽에서는 환영할 수 없는 그림이다. 수도권을 지지 기반으로 삼는 내부 도전자가 출범 초부터 생긴다는 걸 받아들일 수 있을까. 경선 때 둘 사이도 그리 좋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불안의 요소를 관리할 필요성이 생겼다는 얘기다.

수성의 입장에 서면 외부의 불안 요인도 견제해야 한다. 이재명 민주당 고문을 둘러싼 시나리오 중 하나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 등판설이다. 이 고문이 당권에 도전하며 정치 행보를 재개한다는 스토리다. 만약 이런 설이 현실이 된다면 윤 당선인은 취임 초반부터 24만표 차이로 석패했던, 사실상 자신과 대등했던 정적(政敵)과 공존해야 하는 상황을 맞을 수 있다. 김은혜 의원은 경기도지사 출마를 선언한 뒤 예비후보 자격의 첫 행보로 성남 대장동의 건설 현장을 방문해 ‘대대적 감사’를 약속한 후보다. 결과적으로 이재명 고문에게 견제구를 던질 수 있는 후보가 국민의힘 경기도지사에 도전하게 됐다. 

윤심이 강하게 표출될수록 선거에서 승리하면 그 공은 윤 당선인이 가져갈 수 있다. 여소야대 상황을 뚫을 수 있는 동력도 생긴다. 반면 반대급부도 상당하다. 선거에서 진다면 국민의힘이 친윤 체제로 재편하는 데 윤심의 표출은 장애가 된다. 비록 당내 비윤(非尹)이라 부를 만한 그룹은 없지만 ‘윤핵관’에 대한 비토 목소리도 생길 수 있다.

 

‘이겨도 윤, 져도 윤 때문’이라는 리스크 

윤 당선인 측은 지방선거와 연결 짓는 해석에 거리를 두지만 그의 지역 순회 행보는 정치적 마이웨이다. 지난 4월 11일 대구·경북 방문을 시작으로 지역 행보를 시작했는데 박근혜 전 대통령과의 만남 등 주목할 만한 정치적 판단도 지방을 찾는 과정에서 이루어졌다. 4월 20일에는 호남, 21~22일 부산·울산·경남을 방문했고, 25일에는 경기도 성남의 에스케이(SK)바이오사이언스 본사를, 26일에는 인천을 찾아 영종도·신도 도로건설 현장, 서구 검암역 공항철도 건설 현장을 둘러봤다. 6·1 지방선거에 출마한 국민의힘 후보자들이 동행하는 모습은 이때 자연스레 함께 노출됐다.

원래 국회의원·광역의원·기초의원은 많을수록 선거운동의 효과가 크다. 하지만 지난 지방선거에서, 특히 풀뿌리 의석은 민주당이 대다수를 차지했다. 한 국민의당 소속 경기 지역 기초의원은 “시의원이 한 명이라도 있고 없고의 차이가 선거운동에서 영향이 있는데 그걸 단번에 전환시킬 수 있는 건 공중전이다. 윤 당선인이 지역을 한 번 돌면서 TV에 나오고 기사가 쏟아지는 게 바닥 선거운동에서 고전하고 있는 곳에는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윤 당선인의 많은 것들은 이처럼 지방선거의 자장(磁場) 안에서 이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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