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가락에 묻은 땅콩버터를 핥아먹는 학생들. photo 엑스(X) 발췌
발가락에 묻은 땅콩버터를 핥아먹는 학생들. photo 엑스(X) 발췌

미국의 한 고등학교에서 진행된 모금행사가 '학대 논란'에 휩싸인 가운데, 현지 교육 당국도 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4일(현지시각) 영국 데일리메일과 더 오클라호만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미국 오클라호마주 디어 크릭(Deer Creek) 고등학교의 학생들은 장애인을 고용한 지역 커피숍을 돕기 위한 모금 행사에서 ‘발가락 핥기 챌린지’를 진행했다. 

발가락 핥기 챌린지는 학생들의 발가락에 땅콩버터를 묻힌 뒤 서로 발을 핥게 하는 이벤트다.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서 화제가 되는 여러 ‘챌린지’를 본뜬 모금 행사로 이 행사를 통해 학교 측은 15만2830달러(약 2억원)를 모금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챌린지 영상이 퍼지자 누리꾼들은 ‘아동 학대’라고 반발하고 나섰다. 실제 공개된 영상을 살펴보면 학생들은 땅바닥에 나란히 누운 채 다른 학생의 발가락을 핥았지만, 이 행사엔 교직원은 참여하지 않았다. 누리꾼들은 모금 행사 대상이었던 커피숍 매장에 전화를 걸어 항의했으며 학부모들은 “어떻게 저런 챌린지를 시킬 수 있냐”며 반발하고 나섰다. 

해당 논란은 정치권까지 퍼졌다. 테드 크루즈 미 공화당 상원의원 등 정치권 인사들도 “모금행사에 대한 감독이 강화돼야 한다”는 등 비판의 목소리를 냈고, 라이언 월터스 오클라호마주 교육감 역시 “역겹다”며 “이번 행사에 대해 조사 중”이라는 뜻을 내비쳤다. 

플랫폼의 콘텐츠 자정능력 한계... 부모 검열도 절실
기아보이즈 챌린지 영상. photo 유튜브 캡쳐
기아보이즈 챌린지 영상. photo 유튜브 캡쳐

앞서 챌린지는 사실은 ‘도전’(challenge)이라는 뜻으로 쉽지 않은 일을 해내는 사람의 능력을 시험할 때 사용됐다. 그러나 도전이라는 의미를 가진 챌린지가 언젠가부터 일종의 놀이 문화로 자리 잡게 된 것이다. 처음에는 유명인이 자신의 노래를 홍보하기 위해서 사용되는 등 흥미나 재미 요소가 강했다면, 숏폼(짧게는 10~60초 사이의 영상)을 시청하는 이들이 많아지면서 자극적인 방향으로 발전하게 된 것이다. 

심지어 해당 콘텐츠들은 기존의 영상처럼 썸네일이나 제목을 통해 선택하지 않고 무작정 노출된 후 시청자로부터 선택받는 구조라 짧은 시간 안에 승부를 보기 위해 나날히 자극적으로 변화하는 추세다. 이 때문에 최근의 챌린지들의 경우 청소년들의 부상은 물론, 사망 위험까지 높인 사례들도 자주 찾아볼 수 있다. 

사람에게 발을 걸어 뼈를 부러지게 하는 ‘스컬 브레이커 챌린지’, 숨을 참거나 몸을 흔들어 기절하는 것을 묘사하는 ‘블랙아웃 챌린지’는 물론, 우유 상자를 쌓아 그 위를 밟고 올라가는 ‘우유 상자 챌린지’도 등장했으며, 심지어 지난 2022년에는 현대·기아차를 훔치는 과정을 촬영해서 SNS에 올리는 ‘기아 챌린지’를 따라 하던 미국 10대들이 사망하는 사건까지 발생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판단력이 부족한 청소년들을 보호하기 위해서 부모가 나서는 것이 절실하다고 설명한다. 현재 방송통신위원회가 제재 권한이 있지만 신고가 들어온 뒤 영상 게재를 중지하는 등의 사후 조치로 진행되고 있고, 플랫폼이 자체적으로 영상을 모두 검열하고 제한할 수 없기에 유해 콘텐트를 전면 차단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에 실제로 어떤 콘텐츠가 공유되고 있는지 부모도 함께 확인하면서 자녀들에게 새로운 문화에 적응해나갈 수 있도록 지도가 필요한 한편, 유해 콘텐트를 피해 필요한 정보를 얻는 방법을 터득하는 과정을 함께 공유해야 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제언했다. 

※주간조선 온라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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