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총선 승패를 좌우할 수도권에서 국민의힘 위기론이 심상치 않다. 2월과 3월 초 한국갤럽과 리얼미터 등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은 수도권 대약진을 이뤄냈으나, 경선이 마무리되고 민주당 공천갈등에 따른 반사이익 효과가 끝나면서 여론조사는 다시금 민주당에 유리한 구도로 뒤집혔다. 이를 두고 야권 일각에서는 방송인 김어준 씨가 운영하고 있는 여론조사 꽃 등의 조사 결과를 근거로 바닥민심은 흔들린 적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주류언론이 인용하는 여론조사가 국민의힘 경선기간과 여론조사 기간과 겹쳐 보수층이 과표집됐다고 이들은 주장한다. 수도권 여론이 뒤집힌 것인지 아니면 바닥민심은 바뀐 적이 없는 것인지는 알 수 없다. 표본과 해석의 문제다. 다만 선거 한 달을 앞두고 수도권 여론이 국민의힘에 급격하게 안 좋아지고 있다는 것이 여권 내부의 대체적인 평가다.
여권이 기대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 효과가 시들해지는 것이 뼈아프다. 한동훈 효과에 대해 의구심을 갖는 언론기사가 부쩍 늘었다. 수도권 바닥민심은 더 심각해 보인다. 서울 험지에 출마한 한 국민의힘 후보는 "한동훈 위원장의 발언에 유권자들이 피로감을 많이 느끼고 있다"며 "예전에는 선명하다고 느낀 중도층이 있었는데 이제는 그 발언들에서 적대감, 증오만 느껴진다고 말한다"고 했다.
문제는 지금 여당의 위기가 정권심판론이란 바닥 정서와 무관치 않다는 것이다. 도태우 후보와 장예찬 후보의 발언 등 당내 요인도 있었지만, 고물가에 따른 민생고 그리고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주호주대사 임명 논란 등 중앙 정부와 관련된 위기요소들이 더 부각되는 모양새다.
대표적인 것이 경제난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민생토론이란 이름으로 지역을 돌아다니면서 규제를 해소하고 예산투입을 약속하고 있지만 정작 총선을 앞둔 국민들에게 피부로 와닿는 것은 사과 가격과 같은 장바구니 물가다. 민주당은 이런 불만을 파고들며 일부 국민의힘 후보 사무실 앞에 ‘사과 한 개 5천원. 못 살겠다. 민생파탄’ 현수막을 걸고 있다.
여당 일각에서는 수도권 분위기가 돌아선 기점을 이 전 장관 출금해제 논란을 꼽는 이들이 적지 않다. 앞서 말한 국민의힘 후보는 "키우지 않아도 될 일을 4시간 조사만 하고 출국시키는 바람에 긁어부스럼만 만들었다"며 "이 사건에 관심도 없던 시민들이 진짜 뭔가 있는 것 아니냐고 느끼기도 하고, 이게 현 정권의 공정인지 묻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 문제에 대응하는 한 위원장의 태도는 그가 처음 비대위원장을 맡았을 때의 우려를 그대로 불러오고 있다. '그가 과연 대통령에게 할 말은 하는 사람인가?'란 질문이 그것이다. 한 위원장은 매번 "이재명 대표가 답해야 한다"며 이슈마다 야당을 몰아붙이고 있지만 정작 본인 이 문제에 대해 “제가 평가할 문제는 아니다”(8일), “당대표 입장에서 설명하기는 부적절하다”(12일)는 식으로 답을 회피하고 있다. 난감한 문제에 대해선 "이미 말씀을 다 드렸다"는 식으로 넘어간다. 12일 수도권 한 부장급 검사는 출금 해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기자의 질문에 "이종섭 대사 출금해제는 엄청난 특혜"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특혜란 사실을 한 위원장이 이를 모를 리 없다고도 말했다.
결국 여당이 국면을 전환하기 위해서는 확실한 터닝포인트가 있어야 하는데 야당의 실언과 같은 반사이익이 아니라면 내부적으로 이를 헤쳐나갈 만한 뾰족한 수가 마땅치 않아 보인다. 그래서 여권 일각에서는 뚜렷한 정책 이슈로 승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정책이슈로 정권심판론을 넘어설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인천 지역 한 중진 의원은 "메가서울, 그린벨트 해제, 재개발 완화 같은 이슈들보다 더 또렷한 정책 이슈가 뭔지 모르겠다"며 "정책이슈를 내놓지 못해서 어려운 선거인지 잘 모르겠다"고 털어놨다. 결국 선거가 점점 어려워지게 되면 여당 내부에서는 대통령실 때리기로 차별화에 나서는 과거의 전례들이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당장 여당 수도권 의원들이 이 문제에 대해 대통령실의 해명을 요구하고 나섰다. 국민의힘 공동 선대위원장을 맡은 안철수 의원은 14일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주호주 대사 임명 논란에 대해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설명이나 조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여권이 이 대사의 임명 철회도 건의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대해 "그런 조치도 고려사항 중 하나가 돼야 한다"며 "여러 검토를 통해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민 국민의힘 의원(대전 유성을 후보)도 14일 “호주대사 철회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밝혔다. 박민식, 조정훈 등 서울에 출마하는 후보들도 비슷한 의견을 내고 있다.
※주간조선 온라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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