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거킹이 지난달 10일부터 버거 32종과 사이드 메뉴 및 음료 15종 등 총 47종의 제품 가격을 평균 2.0% 인상했다. 사진은 8일 오후 서울 시내 버거킹 매장 모습. photo 뉴시스
버거킹이 지난달 10일부터 버거 32종과 사이드 메뉴 및 음료 15종 등 총 47종의 제품 가격을 평균 2.0% 인상했다. 사진은 8일 오후 서울 시내 버거킹 매장 모습. photo 뉴시스

“그럼 버거킹은 앞으로 뭐 팔아?”

직장인 김모(28)씨는 8일 이른 오전 버거킹이 자회사 대표 메뉴인 와퍼 판매를 오는 4월 14일 부로 종료한다고 밝힌 언론사 '단독' 기사를 보고 경악했다. 지인들도 김씨와 똑같은 반응이었다. 김씨가 해당 사실을 메신저를 통해 공유하자 다들 ‘앞으로 버거킹 가면 뭐 먹지’, ‘설마 그럼 앞으로 와퍼 못 먹나’, ‘어그로 아니냐’ 등의 반응이 주를 이뤘다.

하지만 몇 시간 후 버거킹에서 와퍼 판매 40주년을 맞아 와퍼를 리뉴얼(재단장)한다는 공지가 올라왔다. 김씨는 “리뉴얼이라 다행이지만 정말 별로다. 소비자를 우롱하는 마케팅 중에서도 가장 심했던 것 같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김씨의 분노처럼 버거킹은 자회사의 대표 메뉴인 ‘와퍼’ 판매를 종료한다고 공지했지만 알고 보니 고객을 유인하기 위한 '노이즈 마케팅'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버거킹은 리뉴얼을 '단종'을 의미하는 '판매 종료'로 공지해 소비자들 사이에서 혼란을 불러일으켰다는 반응이다.

특히 버거킹은 김씨가 본 공지처럼 오는 14일까지 와퍼를 판매한다면서도 판매 종료 이유는 밝히지 않았다.

이에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단종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내는 반응과 단종이 아닌 노이즈 마케팅일 것이라는 추측이 제기됐다. 이를 두고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만우절도 아닌데 지금 와서’, ‘와퍼 아니면 버거킹에서 뭘 파나’, ‘노이즈마케팅 아니냐’, ‘경쟁사(맥도날드 등)로 갈아타야 하나’ 등의 반응이 나왔다.

해당 공지 논란으로 인해서인지 일부 버거킹 매장들은 이날 점심시간대 곤혹을 치렀다. 와퍼 판매 중단이 확실한지 문의하는 고객들과 단종인줄 알고 와퍼 쿠폰을 빨리 사용하려는 고객들의 주문이 밀려 인산인해를 이뤘다.

서울 서초구에 있는 회사를 다니는 직장인 정모(29)씨는 “친구한테 와퍼 단종 소식을 듣고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버거킹을 찾았다”면서도 “저랑 똑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 많았던 것 같다. 너무 사람이 많아서 포기하고 직장 동료랑 다른 음식점을 찾았다”고 말했다.

이렇듯 이날 매장마다 소비자들의 문의가 쏟아지자 버거킹 측은 "와퍼를 14일 이후에도 계속 판매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버거킹은 홈페이지를 통해 다시 "현재 와퍼의 판매를 종료하는 것은 맞다"며 "와퍼 40주년을 맞아 준비하고 있는 다양한 프로모션에 대해 기대를 부탁드린다"고 재공지했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버거킹 공식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는 ‘최악의 마케팅’, ‘만우절 지난지 오랜데 장난하나’, ‘가격 인상 빌드업’, ‘다른 회사에서 비슷한 이벤트했다가 욕만 먹은 것 보고 느낀게 없나’, ‘아침부터 장난하나’ 등의 지적이 달렸다.

반면 꽤 신박했다는 반응도 보인다. 서울 강서구에 거주하는 구모(29)씨는 “그냥 어그로 끄나보다 하고 넘겼는데 결과적으로는 내 뇌리에 남았기 때문에 효과적인 마케팅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서울 중랑구에 거주하는 직장인 강모(31)씨도 “버거킹의 시그니처라고 할 수 있는 '와퍼'의 이름을 바꾼다는 걸 효과적으로 알리면서 사람들에게 각인시켜줄 수 있는 나쁘지 않은 마케팅이라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소비자 추측처럼 일각에선 버거킹이 또 가격을 인상하기에 앞서 이같은 이벤트를 벌이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앞서 버거킹은 2022년 1월과 7월, 지난해 3월까지 모두 세 차례 가격을 올렸다. 와퍼 단품 가격은 2022년 1월 초 6100원에서 1년여 만에 7100원으로 1000원 인상됐다.

소비자들의 불만에도 버거킹 본사에서는 어떠한 입장도 밝히지 않았다. 버거킹 관계자는 주간조선과의 통화에서 “홈페이지에 나온 공지 외에 다른 말씀을 드리기 어려울 것 같다”고 일축했다.

전문가들은 해당 논란을 두고 브랜드 기업의 지나친 노이즈마케팅이라고 지적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오늘날의 소비자들은 광고 형태에 해박하기에 이러한 홍보 방식은 '우롱했다, 가지고 놀았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어 진정성이 있기보다는 소비자를 존중하지 않는다는 느낌으로 다가올 수 있다"라고 풀이했다.

그러면서 "소비자로 하여금 인지를 유도하고 충격 요법을 줄 수 있겠지만 결과적으로 보면 기만이 될 수 있기에 바람직한 마케팅 기법은 아니다"고 평가했다.

※주간조선 온라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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