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의 의대증원 방침에 반발해 주요 대학병원들이 휴진을 예고하자 이를 규탄하는 노동계와 의료 관련 단체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여기에 의사단체 내부에서도 집단 휴진에 동참하지 않겠다는 움직임이 나오면서 ‘의협이 주도하는 휴진 참여율이 생각만큼 높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은 14일 "의사 집단 휴진에는 어떤 명분도, 정당성도 없다"며 철회할 것을 촉구했다. 보건의료노조는 이날 성명을 내고 "넉 달째 진료를 거부하는 전공의들이 하루빨리 현장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설득하는 대신, 전공의들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 의대 교수들이 진료를 팽개치는 것은 정당성이 없다"며 "필수의료를 살리자면서 당장 치료받아야 할 환자들을 팽개친 채 필수·지역·공공의료를 살리기 위한 의료개혁 대화를 거부하는 것도 명분이 없다"고 지적했다.
보건의료노조는 의사들의 집단 휴진에 따른 진료변경 업무를 거부하기로 했다. 노조는 "의사 집단 휴진으로 병원에서는 진료과마다 무더기 진료변경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며 "진료·수술 연기와 예약 취소는 환자들에게도 고통이지만, 끝없는 문의와 항의에 시달려야 하는 병원 노동자들에게도 엄청난 고통"이라고 전했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13일 서울대병원 간호본부는 최근 내부 간부 회의에서 “17일 교수 총파업으로 인한 수술·진료 일정 변경 업무를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 병원 행정 직원들도 같은 입장을 교수들에게 전달했다고 한다. 휴진을 하려는 교수들이 직접 예약 환자들에게 휴진 사실과 새 일정을 공지해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의사단체 내부에서도 집단 휴진에 대한 반발 움직임이 감지된다. 아동병원과 분만병원들은 18일 정상 운영 방침을 정했다. 아동병원 130여 곳이 소속된 대한아동병원협회 최용재 회장은 13일 “각 병원이 개별적으로 판단할 사안”이라면서도 “병원마다 대형 병원에서 이송된 중증·입원 환자가 많다. 아픈 아이들을 두고 현실적으로 떠날 수 없다”고 했다. 분만병원 140여 곳이 소속된 대한분만병의원협회 오상윤 사무총장도 “의협 주장에 동의하지만 예정된 분만과 진료를 취소할 순 없다”며 “양수가 터지는 등 응급 분만 상황도 있을 수 있어 18일 정상 근무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학병원 마취과 의사들도 13일 회의를 열고 “중증·응급수술 및 중환자 통증 조절 등을 위한 필수 인력은 병원에서 자리를 지킬 것”이란 입장을 밝혔다. 전신마취가 필요한 중증 수술은 마취과 의사가 없으면 못 한다.
※주간조선 온라인 기사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