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한 지 1년이 채 되지 않은 지금, 2028년 대선 얘기가 미국 정가에서 심심치 않게 흘러나오고 있다. 핵심은 트럼프의 3선 여부다. 그간 트럼프 대통령은 3선 출마에 대한 개인적 열망을 은근히 표출해왔다. 진지하게 3선 출마에 대해 입장을 발표한 적은 없지만, 농담조의 가벼운 분위기 속에 그의 속내를 내비쳐 보인 적은 이미 수차례다.
차기까지 권력을 유지하고 싶다는 직접적인 주장부터 현행법상 대통령 임기 제한을 극복할 방법을 찾자는 농담까지, 3선을 향한 희망사항을 드러낸 방식도 다양했다. 트럼프는 집회나 공개석상에서 ‘트럼프 2028’이라는 구호를 자주 외치며 “하고 싶다”고 말하거나 “(지지자 여러분들이 자신의) 3선을 허용할 수 있느냐”고 장난스럽게 묻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자신의 소셜미디어 엑스(X)에 2024년 이후 재임 가능성을 담은 편집된 이미지를 게시하며 3선 가능성에 대한 대중의 의중을 떠보기도 했다.
헌법에는 ‘불가’ 명시
트럼프의 바람은 실현될 수 있을까. 그의 희망과 달리 대통령 3선은 현재로선 불가능한 꿈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헌법적으로 막혀 있다. 1951년에 비준된 미국 제22차 수정헌법은 명시적으로 “어떤 사람도 대통령직에 두 번을 초과해 선출될 수 없다”고 못을 박아 놨다. 달리 해석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분명한 언어로 한 사람이 세 번의 대통령직을 수행하는 것을 확실히 막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책사’로 활동했던 스티브 배넌이 트럼프 대통령의 3선 도전 비책을 보유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배넌은 지난 10월 24일(현지시간) 영국 이코노미스트와 인터뷰에서 “다양한 대안이 있다. 적절한 시기에 그 계획이 뭔지 밝힐 것이다. 하지만 계획은 있고, 트럼프 대통령은 2028년에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방법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으며, 이 같은 계획을 트럼프 대통령이나 참모진에게 공유했는지는 불분명하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헌법 개정으로 22차 수정헌법의 대통령 연임 조항이 폐지되거나 수정된다면 ‘트럼프 2028’의 꿈은 현실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이 길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법적·정치적 장애물들이 가득 차 있다. 헌법을 개정하려면 상·하원 양 의회에서 3분의2의 찬성과 주 4분의3의 비준이라는 초당적 합의가 요구된다. 현재의 양극화된 정치 지형에서는 불가능에 가까운 부분이다.
부통령이나 하원의장을 통한 승계가 포함된 시나리오도 있다. 다소 비현실적이지만 법적으로 가능한 유일한 경로다. 하지만 현재로서 트럼프 대통령은 우회 경로는 고려하지 않고 있는 듯하다. 지난 10월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일본 도쿄로 향하는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원에서 기자들이 2028년 대선에 부통령으로 ‘우회 출마’하는 방안에 대해 묻자 “법적으로 가능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트럼프는 왜 이토록 ‘불가능한 꿈’에 미련을 두는 것일까. 그 근본적 동기는 다양한 것으로 보인다. 많은 정치평론가들은 첫 번째로 주로 그가 가진 ‘임무 완성’에 대한 뿌리 깊은 신념을 언급한다. 트럼프의 입장에서 봤을 때 경제 민족주의, 국경 안보, 외교 정책에 대한 그만의 ‘미국 우선주의’ 의제가 완전히 실현되려면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그는 미국 우선주의로 집약되는 자신의 정치적 행보를 이해관계 집단 혹은 ‘딥 스테이트(deep state)’라는 음모론적 세력과의 싸움으로 프레임화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리고 이 싸움을 승리로 이끌고 미국 국민과의 약속을 진정으로 이행할 수 있는 것은 오직 자신뿐이라고 주장해왔다. 그에게 있어 장기 집권은 단순한 개인적 야망을 넘어 미국이라는 국가의 생존과 성공을 위한 필수 조건이라는 내러티브다.
대통령직과 스포트라이트 받는 삶에 대한 개인적 애착 역시 부인할 수 없는 요소다. 트럼프에게 대통령직은 단순한 직무가 아니라 주의를 끌고, 내러티브를 형성하고, 헌신적인 추종자를 동원하는 일종의 플랫폼이다. 3선이라는 개념 역시 그가 공화당 내에서 지배적 단일 세력으로 남아 다른 도전자들을 효과적으로 억제하고 당의 상징적 인물로서의 지위를 유지할 수 있게 해주는 도구인 셈이다.
또한 미국, 아니 전 세계 정치 담론에서 그의 입지를 확고히 해주는 정치적 기반으로서 작동한다. 레임덕을 최대한 늦추기 위한 전략적 판단이라는 전문가들의 분석도 있다. 결국 헌법적 타당성 여부와 관계없이 미래에 대한 이러한 끊임없는 논의는 트럼프 대통령의 영향력을 유지하기 위한 정치 전략의 핵심 부분이라는 분석이다.
트럼프 주니어 급부상
트럼프가 현실 불가능한 3선 가능성을 거듭 언급하는 것을 두고 미국 정치권과 언론의 반응은 대체로 부정적이다. 특히 트럼프를 비판하는 사람들은 그의 이러한 발언을 민주주의 규범을 훼손하려는 시도로 간주한다.
트럼프의 3선이 불가능하다는 전제하에 차기 공화당 주자는 트럼프의 장남인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가 거론된다. 트럼프 주니어는 현 시점에서 대통령 자녀들 중 정치적으로 가장 활발히 움직이는 인물이다. 아버지 트럼프처럼 아들 트럼프 역시 소셜미디어를 통해 활발하게 소통하며, 보수 언론에도 게스트로 자주 등장한다. 공화당 행사에서 많은 박수 갈채를 받는 인기 연사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그는 아버지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 메시지를 누구보다 충실히 이행하는 옹호자이자 활동가다. 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의 지지를 이어받을 수 있는 적통세력으로 인식되고 있다는 점도 트럼프 주니어가 가진 강점으로 평가된다.
대선 출마에 대한 트럼프 주니어의 의지는 어느 정도일까. 작년까지만 해도 그는 “2028년 또는 조만간 출마하는 데 관심이 없다”고 공공연히 밝혀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 그 기류에 변화가 생겼다. 지난 5월 21일(현지시간) 카타르 수도 도하에서 열린 제5회 카타르경제포럼(QEF) 대담자로 참석한 트럼프 주니어는 차기 대선 출마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이런 질문을 받게 돼 영광”이라며 “아마도, 모르는 일”이라며 여지를 남겼다. 그는 이날 “지난 10여년간 미국 재계를 장악해온 ‘워크(woke·진보의 ‘정치적 올바름’)’ 이념의 광기와 맞서 싸우는 최전선에 서는 것이 중요하다”며 “언젠가는 그런 소명(대선 출마)이 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2028년이 가까워올수록 공화당 예비선거에서 ‘트럼프’라는 이름의 그림자는 점점 커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헌법적으로 재출마가 금지된 아버지 트럼프든, 궁극적으로 대통령 선거에 나서게 될 야심 찬 아들 트럼프든, 공화당과 미국의 미래는 미국에서 가장 양극화된 정치 판도와 트럼프 가문의 진화하는 역학 관계 속에 이어져 나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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