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를 잘 아는 인사들을 만나면 하나같이 장 대표에 대한 칭찬 일색이다. ‘밖에서 보는 것보다 괜찮은 사람’ ‘남의 얘기를 귀담아들을 줄 아는 사람’이라고 평가한다. 이런 말을 들을 때 드는 의문은 ‘안에서 봐야 괜찮은 사람이 야당 대표로 적합한가’란 것이다. 안에서만 괜찮은 사람이란 말을 듣고, 안 사람 얘기만 귀담아듣는다면 그가 지금 야권을 하나로 모아 내년 지방선거를 치를 만한 사람이라고 볼 수 있을지 모르겠다.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대해 국민 중 60% 이상이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있다. 이 정도 수치는 30% 안팎의 야권 지지층에 중도층 전부를 더한 것이라고 봐야 한다. 하지만 야당 지지율은 박스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여러 원인이 있겠으나 집토끼 단속에 우선순위를 두는 장 대표의 전략에도 원인이 있어 보인다.
하지만 장 대표가 당내 인적 자산에 대해 언급하는 모습을 찾아보긴 어렵다. 최근 오세훈 서울시장이 종묘 앞 개발과 관련해 정부의 집중포화를 받고 있는데도 장 대표가 오 시장을 공식적으로 엄호하는 모습은 본 적이 없다. 본인이 굳이 언급해 오 시장의 지지율을 떨어뜨리지 않기 위한 ‘고도의 전략’일까. 그렇게 보이지 않는 것은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에 대한 장 대표의 자세 때문이다. 아직까지 장 대표는 한 전 대표가 법무부 장관 시절 주도해 최종승소한 론스타 사건에 대해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고 있다. 장 대표는 두 사람을 모두 ‘아웃 오브 안중’으로 대하고 있다. 오죽하면 “국민의힘 당권파가 진정으로 경계하는 건 이재명 정부가 아니고 한동훈 세력”이라는 말이 보수세력 내부에서 나오고 있을까. 집토끼를 잡아야 승리할 수 있다는 건 정치 역사에서 종종 통용되는 사실이지만, 그런 건 여와 야가 팽팽하게 맞선 정치 지형에서 ‘필요조건’일 뿐이다. 지금처럼 집토끼가 30%밖에 되지 않는 상황에서 ‘집토끼 잡기’ 전략의 결론은 정해져 있다.
국민의힘이 영남 자민련이란 비아냥을 들어도 집토끼만 바라보는 것은 덜 절박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들이 절박하지 않다는 건 이번주 공주경 기자가 쓴 ‘여야 국회의원 유튜브 전수조사’ 기사에서 알 수 있다. 이 기사에 등장한 한 야당 의원실 관계자는 유튜브를 운영하지 않는 것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국민의힘에는 영남권 지역구 의원이 많아 전국적 인지도를 쌓을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유튜브를 직접 운영하지 않아도 상임위 활동을 하다 보면 타 채널 콘텐츠에 자연스럽게 노출되기 때문에 의원 본인도 당장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편이다.” 유튜브를 하지 않을 수도 있다. 유튜브의 부정적 영향이 갈수록 커지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그 이유가 전국적 인지도를 쌓을 필요가 없기 때문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설마 야당의 전략이 상대의 자멸만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길 바란다. 상대 자멸을 기다리다 스스로 무너진 사례는 역사에 차고 넘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