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24일 서울 반포구의 한 아파트 재개발 공사현장. photo 뉴시스
지난 5월 24일 서울 반포구의 한 아파트 재개발 공사현장. photo 뉴시스

우석건설은 충남 지역에서 열 손가락 안에 꼽히는 중견 건설사였다. 지난해 매출만 전년 대비 59% 오른 1232억원을 기록했다. 이 중 건축부문 매출은 870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71.3%를 차지했다. 올해 충남 지역 건설업체 시공능력평가에선 1314억원으로 6위를 기록했다. 최근엔 서울 역삼동에 서울사무소를 개설하는 등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보이기도 했는데, 지난 9월 30일 이 회사는 돌연 부도를 맞았다. 9월 만기가 도래한 구매자금대출금 상환이 어려워지면서 거래 은행에 지급 제시한 전자어음을 결제하지 못한 데 따른 결과였다. 

건설업계에선 우석건설의 부도를 단순히 개별 기업의 경영 실패로 보지 않는다. 최근 가파른 금리 인상과 부동산 폭락에 따른 이자·원자재가 부담, 수주 급감 등으로 건설업 자체가 침체하면서 어떤 건설사든 이 같은 부도의 예외가 아니라는 우려가 커져서다. 특히 우석건설처럼 자본력이 크지 않은 중견 건설사들 사이에선 실제 ‘줄도산’ 위기까지 불거지는 상황이다. 부동산업계 한 관계자는 “중견 건설사들의 경우 사업 과정에서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이 필수인데 대출금리가 오르다 보니 버티질 못한다”라며 “실제 50가구 미만 주택 사업 등에 주력하는 건설사 중엔 사업을 도중에 스톱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라고 말했다. 

이 같은 위기감은 우석건설 같은 시공사뿐만 아니라 시행사 또한 마찬가지다. 중견 시행사들 중에도 실제 자금 조달 어려움으로 애를 먹는 곳이 적지 않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이야기다. 최근 대표적 사례로 거론되는 것이 지난 3월 이마트 부천 중동점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나선 디벨로퍼 알비디케이콘스(RBDK)이다. RBDK는 3811억원에 이마트를 인수한 후 여기에 오피스텔을 포함한 복합시설을 지으려 했지만 업계에선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대두되고 있다. 

한 신탁사 관계자는 “올 초 매입한 토지들이 부동산 폭락으로 지금에 와서 비싸게 평가되다 보니 대출을 통해 토지를 가져왔다 해도 문제가 되는 거다. 향후 분양대금으로 해당 대출금을 상환해야 하는데 부동산 경기가 안 좋아지면 분양가는 떨어지고 사업성 자체는 악화된다. 수익이 안 나는 거다. 확실한 사업장만을 고집하는 증권사 등에선 PF대출을 해주기가 어렵고, 해준다 해도 시행사에선 이자 상환 부담을 느낄 것”이라고 말했다. 계약 조건 등을 고려하면 RBDK와 같은 시행사들이 상당할 것이란 게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건설업 관계자들이 말하는 업황은 최근 통계에 더 가시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8월 전국 월간 주택종합 매매가격은 전월 대비 0.29% 하락했는데, 2009년 1월 이후 13년7개월 만에 최대 낙폭이다. 주택유형별로는 전국 아파트값이 전월 대비 0.51% 하락하며 집값 폭락을 주도했다. 연립주택은 0.06% 떨어졌고 단독주택은 0.19% 올랐다. 

대구시 미분양 주택만 8301호

이 같은 통계엔 현저히 낮아진 주택 매매거래량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 국토부에 따르면 지난 8월 주택 매매거래량은 총 3만5531건으로 집계됐다. 전월 대비 10.3%, 전년 동월 대비 60.1% 감소한 수준이다. 8월 누계 거래량은 38만5391건인데 이 또한 전년 동기 대비 47.7% 감소한 수치다. 한국부동산원은 “금리 인상 등 주택가격 추가 하락 우려 등으로 거래심리가 위축되고 관망세가 지속되고 있다”며 “서울은 25개구 모두 하락세를 보이며 하락 폭이 확대됐고 경기는 지역 전반적으로 매물 적체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전국 미분양 주택도 늘어나고 있다. 지난 8월 전국 미분양 주택 수는 전월 대비 4.6% 증가한 3만2722호를 기록했다. 지난해 12월만 해도 1만7710호에 불과했던 미분양 주택 수가 2배 가까이 늘어난 셈이다. 미분양 주택이 가장 많이 집계된 곳은 대구시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구시 내 미분양 주택 수는 8301호를 기록했다. 대구시의회에선 “미분양 주택 문제는 주택시장과 부동산 문제를 넘어 건설산업을 비롯한 지역 경제 전반에 큰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부동산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일부 건축주들은 이런 점들 때문에 당장의 분양보다 임대업으로 전환하기도 한다”며 “지금 같은 불경기에 주택을 팔기보다 차리리 10년 정도 건설 임대를 놓아서 종부세, 양도세 등의 세제 혜택이라도 받겠다는 궁여지책을 짜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늘어나는 PF 대출 연체 불길하다

눈여겨볼 점은 부동산 PF 대출 연체 추이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부동산 PF 대출 연체 잔액은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권별로 보면, 보험사의 부동산 PF대출 잔액은 3월 말 기준 42조2472억원, 이 중 부동산 PF 연체 잔액은 1298억원을 기록했다. 연체 잔액은 지난해 말과 비교해 4배 이상 급증했다. 연체율도 0.31%로 작년 말 0.07%에서 0.24%포인트 올랐다. 같은 기간 증권사의 부동산 PF 대출 잔액은 4조1760억원, PF 채무보증 규모는 24조6675억원을 기록했다. 이 중 연체 잔액은 1968억원이다. 이 역시 작년 말보다 16.4% 증가한 수준이다. 연체율은 4.7%로 지난해보다 1.0%포인트 늘었다. 카드사 또한 마찬가지다. 지난 6월 말 기준 카드사 부동산 PF 대출 잔액은 26조7289억원, 채무보증은 1544억원이었다. PF 대출 연체 잔액은 2289억원으로 작년 말보다 2.5배 수준으로 늘었다. 연체율은 지난해 말보다 0.4%포인트 오른 0.9%를 기록했다.  

앞서의 신탁사 관계자는 “PF가 연체된다는 건 좋은 신호는 아니다. 상황이 안 좋을 경우 공사현장 압류에 하도급업체 대금 지급까지 어려워질 수 있다. 시행사, 시공사 모두 도산하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다만 은행권과 상호금융권 부동산 PF 연체 잔액은 지난해 말보다 각각 16억원, 2억원 감소했다. 은행권 연체율은 작년 말보다 0.01% 감소한 0.02%, 상호금융권 연체율은 0.09%로 작년 말과 유사한 수준을 기록했다.

정치권에선 이런 통계 등을 두고 실제 건설사 줄도산 대비 필요성을 거론하고도 있다. 더불어민주당의 김병욱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한 해 동안 12개 건설사가 도산했는데, 올해는 7월 기준으로만 벌써 8개 건설사가 도산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엔 실적 금액이 500억~1000억원에 이르는 대형 건설사 1곳도 포함돼 있다. 김병욱 의원은 “퍼펙트스톰 위기가 예측되는 상황에서 건설사까지 줄도산하면 실업률이 높아지고 경기침체가 앞당겨지는 악순환이 이어질 것”이라며 “금융위와 국토부가 적정 조치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황수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금리 인상 등으로 부동산 수요가 줄고 이로 인해 관련 비즈니스 회사들이 매출 타격을 받는 등 여러 지표에서 우려할 만한 것들이 보이는 건 사실이나 올해보다는 내년을 더 우려해야 한다”며 “올해는 그동안 수주한 것들이 완충 역할을 하여 이 정도인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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