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대표팀 월드컵 진출 실패에 환호하다가 이란 보안군의 총에 맞아 사망한 메흐란 사막. photo 트위터

이란 축구 대표팀의 월드컵 진출 실패에 환호하던 20대 이란 남성이 이란 보안군의 총에 맞아 사망했다. 

29일(현지시간) 이란 축구 대표팀이 미국에 패한 직후 27세의 남성 메흐란 사막은 이란 북부 도시 반다르 안잘리에서 자신의 자동차 경적을 울리며 대표팀의 패전을 축하하다가 머리에 조준 사격을 당했다.

공교롭게 이날 사망한 남성은 미국전에서 뛴 이란 미드필더 사이드 에자톨라히의 지인으로 밝혀졌다. 인권단체들이 이 소식을 영국 매체 BBC와 가디언 등에 전했다.

노르웨이에 본부를 둔 인권단체 이란휴먼라이츠(IHR)는 "이란 대표팀이 미국에 패한 뒤 보안군이 그(사막)를 직접 겨냥해 머리를 쐈다"고 밝혔다. 미국 뉴욕에 있는 인권단체 이란인권센터(CHRI)도 이같이 밝혔다. 

현재 이란에서는 반정부시위가 확산되고 있다. 이 시위는 지난 9월 22세 여성 마흐사 아미니가 경찰에 끌려갔다가 갑자기 숨진 것을 계기로 시작됐다. 아미니는 이날 히잡 사이로 머리카락이 보인다는 이유로 경찰에 잡혀갔다. 

인권단체 IHE에 의하면 반정부시위 이후 이란 보안군의 손에 살해된 사람은 현재까지 어린이 60명, 여성 29명을 포함해 448명에 달한다. 

 30일 테헤란에서 열린 사막의 장례식에서 추모객들은 '독재자에게 죽음을'이라는 구호를 외쳤다. 이 구호는 이란 최고지도자인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를 겨냥한 이란 반정부시위대의 구호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이란 월드컵 국가대표팀 미드필더 사이드 에잘톨리히와 메흐란 사막의 어린시절 사진. 사이드 에잘톨라히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친구의 죽음에 애도를 전했다. photo 사이드 에자톨리히 인스타그램 캡처
이란 월드컵 국가대표팀 미드필더 사이드 에잘톨리히와 메흐란 사막의 어린시절 사진. 사이드 에잘톨라히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친구의 죽음에 애도를 전했다. photo 사이드 에자톨리히 인스타그램 캡처

이번에 사망한 사막의 친구인 이란 국가대표팀 미드필더 사이드 에자톨라히는 비통함을 드러냈다. 이 둘 모두 이란 북부 도시 반다르 안잘리 출신이다. 에자톨라히는 이날 미국전에 출전해 경기를 뛰었다.

사이드 에자톨라히는 자신과 사막을 비롯한 꼬마 선수들이 유니폼을 입고 어깨동무를 한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사진과 함께 "너를 잃었다는 지난 밤의 비통한 소식에 가슴이 찢어진다"는 심경을 밝혔다. 

그는 친구의 사망 정황을 언급하지 않은 채 "언젠가는 가면이 벗겨지고 진실이 드러날 것이다”며 “우리 젊은이들, 우리 조국이 이런 일을 당할 이유가 없다"고 분개했다.

사망한 사막의 친구인 이란 월드컵 국가대표팀 미드필더 사이드 에자톨리히. photo 연합뉴스
사망한 사막의 친구인 이란 월드컵 국가대표팀 미드필더 사이드 에자톨라히. photo 연합뉴스

이날 이란 대표팀이 미국에 패배하자 이란 반정부 시위대는 이란 도시 곳곳에서 폭죽을 터뜨리고 자동차 경적을 울리며 환호했다. 반다르 안잘리를 비롯해 수도 테헤란과 '히잡 시위' 확산 시발점인 북부 쿠르디스탄주 사케즈 등에서 이란의 패배를 축하했다.

상당수 이란인들은 이란 대표팀이 이란 정권을 대변한다고 보고 이번 월드컵에서 이란 대표팀에 대한 응원을 거부하고 있다. 

미국과 이란의 경기는 카타르 도하의 앗수마마 스타디움에 통상적인 보안 요원에 더해 경찰력까지 배치되는 등 삼엄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이날 이란 응원단 사이에서는 이란 반정부 시위의 대표 구호인 '여성, 삶, 자유'(Women Life Freedom)가 터져 나왔다. BBC는 한 관중이 ‘마흐사 아미니' 이름의 피켓을 들었다가 관계자에게 제지를 받는 상황이 펼쳐졌다고 전했다.

※주간조선 온라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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