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월 총선을 앞두고 ‘낙동강벨트’ 표심이 요동치는 가운데 경남 최대 도시 창원마저 국민의힘에 빨간불이 켜졌다. 낙동강을 낀 창원은 비(非)수도권 유일의 인구 100만명 이상 특례시(수원·용인·고양·창원)이자, 총 16석이 걸린 경남에서 3분의1 가까운 5석을 차지하는 최대 선거구다. 특례시 가운데 5석이 걸린 곳은 수원과 창원이 유이(唯二)하다. 경기도 고양과 용인은 인구 100만명이 넘지만 수도권 의석 신증설 억제방침에 따라 각각 4석에 머물고 있다.
국민의힘 전신인 미래통합당은 2020년 총선에서 민주당에 대패하는 와중에도 창원에 걸린 5석을 모두 지켜내며 가까스로 체면을 유지했다. 한데 오는 4월 총선에서는 창원에 걸린 5석 중 최소 2석 정도가 위험하다는 신호가 속속 들어오는 중이다. 국민의힘이 수성을 자신하는 곳은 창원 마산회원(윤한홍), 창원 마산합포(최형두), 창원 의창(김종양) 3곳 정도다.
‘창원 진해’ 민주 황기철 약진
특히 창원에서도 보수세가 가장 강하다는 평가를 받는 창원 진해구에서 민주당 후보가 약진하고 있는 것은 이상신호로 받아들여진다. 창원 진해구는 1990년 ‘3당 합당(민주정의당·통일민주당·신민주공화당)’으로 민주자유당(국민의힘의 전신)이 탄생한 후 치러진 역대 총선에서 모두 보수정당이 차지한 지역이다. 해군기지가 있는 군사도시의 특성상 보수세가 강한 터라 국민의힘 공천은 곧 당선으로 여겨졌다. 한데 이번 총선에서는 민주당 후보로 창원 진해구에서 재도전하는 황기철 후보의 선전이 두드러진다.
해군작전사령관과 해군참모총장을 지낸 황기철 후보는 2020년 총선에서 민주당 후보로 창원 진해구에 나섰다가 국민의힘 이달곤 후보에 1.3%포인트 표차로 석패한 바 있다. 당시 선거패배 직후에는 문재인 정부에서 국가보훈처(현 국가보훈부) 처장에 임명됐다.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 후보로 재출마한 황기철 후보는 선거를 앞둔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 후보를 오차범위 내에서 앞서는 이변을 연출 중이다. 지난 3월 15일부터 17일까지 KBS창원방송총국과 한국리서치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황기철 후보는 37%의 지지율로 국민의힘 이종욱 후보(30%)를 오차범위 내에서 앞서는 것으로 조사됐다.(무선 전화면접 방식,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참조)
국민의힘은 이명박 정부 때 행정안전부 장관과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낸 현역 이달곤 의원(재선)을 사실상 컷오프한 뒤, 윤석열 정부에서 조달청장을 지낸 이종욱 후보를 지난 2월 말 전략공천했다. 이종욱 후보는 기획재정부 기획조정실장과 조달청장을 지낸 엘리트 경제관료 출신이다. 다만 선거전에 뒤늦게 뛰어든 탓인지 좀처럼 힘을 쓰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지역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현역 의원인 이달곤 의원이 사실상 컷오프될 정도로 지역구 관리를 소홀히 한 여파가 크다”며 “해군도시에서 민주당이 해군 장성 출신 후보를 선점한 것도 상당한 영향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창원 성산’ 여영국 단일화에 달려
창원 성산구 역시 국민의힘으로서는 마음을 놓을 수 없는 곳이다. 산업체가 밀집한 창원 성산은 전통적으로 민주노총 등 노조세가 강한 지역이다. 창원 성산 선거구의 전신인 ‘창원시을’에서는 권영길(민주노동당), 노회찬(정의당), 여영국(정의당) 등 이른바 진보진영 출신 국회의원들을 여럿 배출했다. 그나마 2020년 총선 때는 미래통합당(국민의힘의 전신) 강기윤 후보가 민주당 이흥석 후보와 정의당 여영국 후보로 진보진영의 표가 분산된 틈을 타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2012년 19대 총선 이후 연거푸 노회찬, 여영국 전 의원에 패한 강기윤 의원(재선)으로서는 8년 만의 여의도 복귀였다.
한데 이번 총선에서 또다시 국민의힘 공천을 받아 3선에 도전하는 강기윤 의원은 허성무 전 창원시장을 후보로 내세운 민주당과 오차범위 내에서 접전을 벌이고 있다. 앞서 민주당은 2014년 헌법재판소 판결로 해산된 통합진보당의 후신인 진보당과 지역구 후보 단일화에 합의한 바 있다. 진보당 출신 후보 3명을 민주당의 비례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 당선권에 배치하는 조건이었다. 민주당과 진보당은 창원 성산에서도 지난 3월 12일 민주당 허성무 후보로 단일화했다.
그 결과 후보단일화 직후인 지난 3월 15일부터 17일까지 KBS창원방송총국이 한국리서치와 함께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민주당 허성무 후보는 34%의 지지를 얻어 3선에 도전하는 국민의힘 강기윤 후보(30%)를 오차범위 내에서 근소하게 앞서는 것으로 조사됐다.(무선 전화면접 방식,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참조)
심지어 이 같은 중간성적표는 녹색정의당 후보로 창원 성산에서 재선에 도전하는 여영국 전 의원이 완주를 고집하는 상황에서 받은 결과다. 여영국 후보는 같은 여론조사에서 7%의 지지를 가져갔는데, 선거 막판에 진보진영 내부에서 추가 단일화가 성사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여영국 후보는 노회찬 전 의원이 스스로 숨진 이듬해인 2019년 치러진 창원 성산 보궐선거 때도 민주당과 후보 단일화를 통해 강기윤 당시 자유한국당(국민의힘의 전신) 후보를 불과 504표 차로 물리치고 국회에 입성했다.
이에 민주당 경남도당 위원장인 김두관 의원(민주당 양산을 후보)은 지난 3월 26일 “경남 16개 선거구 가운데 창원 성산을 제외한 전 지역구에서 민주당 후보가 야권 단일후보로 확정됐다”며 “아쉽게도 창원 성산은 민주당·진보당의 단일후보로 확정되었지만 온전하게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추가 후보단일화를 촉구했다. 1986년 부산 미문화원 점거농성 때 구속되며 노무현 전 대통령과 인연을 맺은 허성무 후보는 김두관 의원이 과거 경남도지사로 있을 때 정무부지사를 지낸 바 있다.
하지만 같은 날 녹색정의당 여영국 후보는 기자회견을 열고 “두 보수 양당과 그에 종속된 비례위성정당, 유사 위성정당이 판을 치고 있다”며 “윤석열이나 한동훈만이 아니라, 이재명이나 조국 등도 이미 각종 범죄 혐의를 받고 있으며 재판이 진행 중”이라고 사실상 완주의사를 피력한 상태다.
다만 민주당 허성무 후보 측이 지난 3월 27일 “사실상 3월 31일이 마지막 시한”이라며 “두 사람이 직접 만나 단일화 문제를 매듭짓자”고 밝힌 터라 막판까지 결과를 예단하기 어렵다는 관측도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