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찰의 라임자산운용(라임) 환매 중단 사태 재수사가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3월 18일 라임 사태의 ‘몸통’으로 지목된 이인광 에스모 회장을 프랑스에서 검거하는 한편, 또 다른 주요 인물인 김영홍 메트로폴리탄 회장을 추적하고 있다. 지난 4월 2일에는 김 회장의 측근이자 메트로폴리탄 전직 임원 채모씨와 박모씨가 구속됐다. 두 사람은 김 회장, 이종필 전 라임자산운용 부사장과 공모해 라임자산운용 자금 510억원을 편취한 혐의를 받는다.
라임 사태에 정통한 관계자들은 이인광 회장과 김영홍 회장을 거친 라임 자금 흐름을 확인하면 라임 사태의 전모를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관측한다. 라임은 기업사냥꾼들의 무자본 M&A를 지원하고, 이들과 ‘돌려막기 투자’를 했는데, 이들 기업사냥꾼 중 일부는 쌍방울그룹과 연관성이 깊다. 또 검찰과 금융당국은 해외 도피 중인 김 회장이 실지배한 이슬라리조트 인수에 투입된 라임 자금 중 일부가 정치권으로 흘러갔을 가능성을 들여다보고 있다. 지난 4월 2일 구속된 채씨는 메트로폴리탄 자금집행을 담당한 인물로 지목된다.

쌍방울과 라임사태 연결고리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과 라임의 연관성은 엄모 전 비비안 대표가 금융감독원에 라임자산운용 검사와 관련해 로비를 시도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지면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쌍방울그룹 미래전략사업본부장 겸 회장 비서실장으로 근무했던 엄 전 대표는 김 전 회장을 통해 이종필 전 라임자산운용 부사장을 소개받았다. 김 전 회장은 본인 회사의 임원을 ‘라임 브로커’로 소개해 줄 정도로 이 전 부사장과 가까운 사이였던 셈이다.
김 전 회장과 라임의 연관성은 쌍방울그룹 지배구조 정점에 있던 칼라스홀딩스 등기부에서 더 명확하게 드러난다. 칼라스홀딩스는 2013년 광림 경영권을 인수했고, 광림은 2014년 김 전 회장의 개인 회사 레드티그리스로부터 쌍방울 경영권을 인수했다. 양선길 쌍방울그룹 회장은 쌍방울그룹 순환출자 구조의 정점에 있는 칼라스홀딩스 지분 30%를 보유해 김 전 회장이 이름을 감추고 실지배하던 쌍방울그룹을 표면적으로 대표했다. 양 회장은 쌍방울그룹 비리 의혹이 불거지자 해외로 도피했다가 지난해 1월 김 전 회장과 함께 태국에서 검거된 바 있다.
칼라스홀딩스에서 감사를 역임한 이모씨는 라임이 신주인수권부사채(BW) 매입을 통해 400억원을 투입한 코스닥 상장사 파티게임즈를 무자본 인수해 회사 자금을 빼돌린 기업사냥꾼 중 한 명이다. 또 칼라스홀딩스 사내이사와 감사를 지낸 김모씨는 파티게임즈 기업사냥꾼들에게 명의를 빌려 줘 기업사냥꾼들 소유의 페이퍼컴퍼니에 대표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김영홍 회장의 메트로폴리탄은 파티게임즈가 2018년 회계법인으로부터 감사의견 거절을 받아 상장폐지 이슈가 발생한 지 일주일 만에 계열사를 통해 파티게임즈 BW를 액면가격(권면총액)대로 사들였다. 라임과 기업사냥꾼, 메트로폴리탄이 합을 맞춘 이른바 ‘돌려막기 투자’다.
더불어 쌍방울은 2017년 자회사 그릿에이 경영권을 파티게임즈 기업사냥꾼 일당에게 매각하려 한 바 있다. 당시 그릿에이 감사는 양 회장, 대표이사는 칼라스홀딩스의 또 다른 주요주주(지분 30%)인 이인우 전 광림·나노스 대표였다. 쌍방울은 파티게임즈 기업사냥꾼들이 잔금을 지불하지 못하자 파티게임즈의 자회사 주식을 담보로 40억원을 대출해주는 계약을 맺기도 했다. 이 밖에 쌍방울은 과거 이인광 회장이 코스닥 상장사 에스모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자금을 지원하기도 했다. 때문에 증권가에서는 쌍방울그룹 계열사에도 라임 자금이 흘러들어갔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더욱이 지난해 5월 쌍방울그룹 계열사였던 미래산업을 사들인 인물 역시 라임과의 연관성이 의심된다. 미래산업을 인수한 온모씨(넥스턴바이오 실지배)는 과거 라임과 캄보디아 리조트 개발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함께 진행해 연관성이 깊은 슈펙스비앤피를 인수할 목적으로 아스팩오일로부터 자금을 대여·출자 받은 바 있다. 아스팩오일은 라임 자금 300억원이 투입된 코스닥 상장사 리드의 최대주주이자, 과거 라임이 파티게임즈를 활용해 자금을 지원한 회사다. 라임은 400억원 규모의 파티게임즈 BW를 매입하는 대가로 파티게임즈가 ‘플랫폼파트너스 시큐어드메자닌 전문투자형 사모투자신탁2호’에 100억원을 투자하도록 했다. 플랫폼파트너스 시큐어드메자닌 전문투자형 사모투자신탁2호는 아스팩오일의 전환사채 100억원을 기초자산으로 구성된 고위험 상품이다.
라임 자금, 메트로폴리탄 거쳐 정치권으로?
라임의 ‘전주’로 알려진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라임사태의 배후로 지목한 김영홍 메트로폴리탄 회장은 부동산 개발회사 메트로폴리탄과 14개 계열사를 운영하면서 라임으로부터 국내 부동산 개발 등의 명목으로 약 3500억원을 빼돌린 혐의를 받는다. 그의 해외도피 자금줄로 알려진 필리핀 이슬라리조트는 지난 4월 2일 구속된 채모씨가 계열사들로부터 300억원을 대여받아 매각 대금을 지불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라임→플루토 FI D-1호→메트로폴리탄→이슬라리조트’ 순으로 돈이 흘러갔다.
그러나 지난해 8월 금감원과 검찰이 메트로폴리탄의 리조트 인수 과정에서 수상한 자금흐름을 발견하면서 라임 전면 재수사가 촉발됐다. 당시 금감원과 검찰은 라임펀드가 메트로폴리탄 사모사채에 투자한 300억원 가운데 25억원이 민주당 관련 인물들에게 전달됐다는 의혹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김 회장이 임원 대여금 명목으로 300억원을 수표로 인출해 채씨에게 전달했고, 채씨가 276억원을 리조트 인수 대금 형식으로 리조트 운영자 김모씨에게 전달했는데, 이 중 일부가 또다시 장모씨와 전모씨에게 수표와 현금 형식으로 건네졌다는 의혹이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 지지단체인 ‘기본경제특별위원회’ 집행위원장을 맡았던 장씨와 민주당 강원도당 후원회장을 지낸 전씨는 각각 19억6000만원과 5억3000만원을 건네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장씨와 전씨에게 자금을 건넨 것으로 의심을 받는 김씨는 이슬라리조트 카지노에서 총괄대표를 맡았다. 김씨는 이슬라리조트 카지노를 원격 도박(온라인 아바타카지노)을 통해 국내에 송출해 불법 이득을 취한 도박개장죄로 재판에 넘겨져 지난 3월 26일 4년을 구형받았다. 19억6000만원을 건네받은 의혹을 받고 있는 장씨는 2021년 2월 김씨와 함께 도박개장죄로 고발된 바 있으나, 강원경찰청은 증거불충분으로 불송치 결정을 내린 바 있다. 라임 재수사에 돌입한 검찰은 현재 메트로폴리탄에 흘러들어간 라임 자금 흐름을 파악하기 위해 이슬라리조트 관계인들에 대해 수사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4월 3일에는 이슬라리조트에 채권추심을 벌이고 있는 고발인에 대해 참고인조사를 진행했다. 해당 고발인은 앞서 김씨와 장씨 등을 도박개장죄로 고발한 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