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 파주 호텔에서 20대 남녀 4명이 숨진 가운데 남성 2명이 살인을 모의한 정황이 파악된 가운데, 피해 여성 한 명은 아르바이트 구인 글을 보고 찾아갔다가 변을 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17일 YTN에 따르면, 사건 당일인 지난 8일 20대 여성 A씨는 평소 알고 지내던 20대 남성으로부터 “가상화폐로 돈을 많이 벌었으니 만나자”는 제안을 받고 파주시 한 호텔로 찾아갔다.
또 다른 20대 여성 B씨는 4시간쯤 뒤 SNS에 ‘여성 딜러’를 구한다는 글을 보고 호텔로 향했다. 이는 모두 여성들을 꾀어내기 위한 거짓말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남성들 휴대전화에선 추가로 살인을 모의한 정황도 포착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여성들이 호텔에 들어오기 전 남성들이 살해 도구인 케이블타이를 미리 준비해 객실에 들어가는 등 범죄를 계획한 정황을 확인했다. 또 남성들의 휴대전화를 디지털포렌식 한 결과, 이들은 ‘사람 기절’ ‘백초크(뒤에서 목을 조르는 것) 기절’ ‘자살’ 등의 단어를 검색한 것으로도 파악됐다.
이들의 휴대전화에는 숨진 여성들을 호텔로 유인한 정황도 담겨있었다. 남성 A씨는 여성 C 씨에게 “가상화폐로 돈을 많이 벌었으니 같이 놀자”고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조사됐다. 남성들과 C씨는 2~3년 전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알고 지낸 사이로 알려졌다.
또 숨진 20대 4명 중 범인으로 추정되는 남성도 텔레그램 구인 공고를 통해 여성을 유인한 것으로 파악됐다. 무직이었던 남성은 구인자에 대한 감시망이 없는 텔레그램의 허점을 악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경찰은 금전 갈취를 목적으로 범행을 계획했다가 뜻대로 되지 않자 살인까지 벌인 것으로 의심 중이다. 현재 이들의 계좌에서 돈이 오간 정황 등을 살피기 위해 관계기관에 협조를 구한 상태다.
또 사라진 여성의 휴대전화에 대해선, 지난 9일 남성들이 호텔 인근 PC방에 잠시 외출했을 때 가져간 게 아닌지 의심하며 계속 수색하고 있다. 경찰은 남성들이 숨진 만큼 공소권 없으므로 이르면 이번 주 수사를 마무리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번 사건은 텔레그램을 통해 아르바이트를 구한 여성이 변을 당한 텔레그램 내 구인·구직 공고가 강력 범죄의 온상으로 변질할 우려고 제기되고 있다. 특히 텔레그램, 카카오톡 오픈채팅 등을 통한 구인·구직은 고용노동부가 심의하기 어려워 규제 사각지대가 되고 있다.
현재 텔레그램에서 아르바이트를 구해보면 신분을 밝히지 않은 사용자가 고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홍보하는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렇게 익명으로 올라온 구인글은 범죄에 악용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와 관련해 전선재 법무법인 혜강 형사전문 변호사는 "텔레그램을 이용한 구직광고는 보이스피싱 운반책으로도 쓰일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며 "존재하지도 않는 회사명을 이용하여 고수익 알바 등으로 본인도 모르게 범죄에 연루될 가능성이 있다"고 당부했다.
※주간조선 온라인 기사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