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5년 수많은 사람을 몸서리치게 했던 ‘엄여인 연쇄 살인’의 범인 엄인숙의 얼굴이 19년 만에 처음으로 공개됐다. 엄인숙은 남편과 친모 등 가족의 눈을 찔러 실명시키거나 살해해 수억원의 보험금을 타낸 혐의를 받는다.
29일 MBC와 STUDIO X+U가 제작한 다큐멘터리 ‘그녀가 죽였다’의 예고 영상이 다음 달 첫 방송을 앞두고 공개했다. 예고편에는 엄인숙을 비롯해 이은해(가평 계속 살인사건) 전현주(박초롱초롱빛나리 유괴 살인사건) 고유정(제주 전남편 살인사건) 등 여성 범죄자가 소개됐다.
엄인숙의 얼굴은 이번에 첫 공개다. 2005년 엄인숙 사건에 대한 수사가 펼쳐질 때에는 성별과 나이만 공개됐는데, 이 때문에 한동안 '엄여인'으로 불렸다. 얼굴도 대중에게 알려지지 않았다.
보험설계사 출신인 엄인숙은 2000년 5월부터 2005년 2월까지 5년간 4명을 살해하고 7명에게 중상을 입힌 혐의로 2006년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첫 번째 범죄 대상은 남편이었다. 그는 남편 앞으로 보험 3개에 가입한 뒤 남편을 수면제로 재우고 핀으로 눈을 찔러 실명시켰다. 몇 달 뒤 남편의 얼굴에 끓는 기름을 부어 전치 4주 화상을 입히기도 했다. 우울증 치료 약을 먹인 후 복부를 칼로 찌르기도 했다. 결국 남편은 다발성 자창 출혈로 숨졌고, 엄인숙은 남편의 사망 보험금 3억원을 받았다.
엄인숙은 두 번째 남편한테도 같은 범행을 저질렀다. 보험사에는 “이물질이 눈에 들어가 심한 상처가 나 실명이 될 것 같다”고 말해 보험금 4000만원을 수령했다.
엄인숙은 엄마와 친오빠도 실명시켰다. 모친의 눈을 주삿바늘로 찔러 보험금 7000만원을 받았고, 친오빠에게는 염산을 부어 실명시켰다. 또 오빠와 남동생이 사는 집에 불을 질러 화상을 입히고 3억원의 보험금을 받기도 했다.
그뿐만 아니라 가사 도우미의 집에 불을 질러 그의 남편을 숨지게 한 혐의도 있다. 가족과 지인을 살해하고 상해를 입히며 수억원의 보험금을 받았지만, 엄인숙은 대부분 돈을 명품 구입, 피부관리 등 유흥에 탕진하고 자신이 거짓으로 꾸며낸 이력과 함께 상대방의 환심을 사는 데 쓴 것으로 알려졌다.
엄인숙은 160cm 중반이 넘는 키에 나긋나긋한 말씨로 주변에서는 범행을 상상조차 못 한 것으로 알려졌다. 엄인숙과 면담했던 권일용 프로파일러는 2007년 방송과 인터뷰에서 “슬프거나 뉘우치거나 죄책감보다는 어쩔 수 없었다는 자기 합리화를 많이 한다”고 평했다.
한편, 5년 동안 엄인숙이 저지른 범죄는 존속 상해죄, 방화치상, 강도사기 등 10가지 항목 24가지 혐의로 알려졌다. 이 중 방화치사상, 중상해 등 9가지 혐의와 관련해 유죄가 인정돼 2004년 10월 1심에서 무기징역이 선고됐고, 2006년 12월 대법원에서 판결이 확정됐다. 이후 진행된 반사회성 성격장애 테스트에서 40점 만점에 40점을 맞아 심각한 사이코패스로 확인됐다. 엄인숙의 정신 감정 검사에 참여했던 권일용 프로파일러는 "40점 만점에 25점 이상이면 위험한 사람이라고 평가한다"며 "유영철이 37점, 강호순이 38점이다. 엄인숙은 40점에 육박할 것이라고 진단한다"고 설명했다.
※주간조선 온라인 기사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