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서울대병원에 '히포크라테스의 통곡'이라는 제목으로 대자보가 부착돼 있다. photo 뉴시스
12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서울대병원에 '히포크라테스의 통곡'이라는 제목으로 대자보가 부착돼 있다. photo 뉴시스

대한의사협회(의협)의 집단 휴진에 불참하는 의사들이 나오고 있다. 분만이나 응급 환자를 담당하는 필수과 의사들이 의사협회의 전면 휴진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밝힌 가운데, 대학병원 뇌전증 전문 교수들이 모인 거점 ‘뇌전증지원병원 협의체’도 18일로 예정된 의협의 집단 휴진에 불참을 선언했다.

협의체는 14일 보도자료를 통해 “의협의 단체 휴진 발표로 많은 뇌전증 환자와 가족들이 혹시 처방전을 받지 못할까 불안과 두려움에 떨고 있다”며 “협의체 차원에서 의협 단체 휴진에 불참하기로 했다”고 이같이 밝혔다.

협의체는 “뇌전증은 치료 중단 시 신체 손상과 사망의 위험이 수십 배 높아지는 뇌질환으로 약물 투여 중단은 절대로 해서는 안 된다”라며 집단 휴진 불참을 설명했다. 

앞서 약물 난치성 뇌전증 환자는 약물 투여를 중단할 경우 사망률이 일반인의 50~100배로 올라간다. 혈중 약물 농도를 항상 일정한 수준으로 유지해야 하는 것이 중요해서 한 번만 약을 먹지 않아도 심각한 경련이 생겨 생명이 위태로워진다. 

이를 두고 협의체는 “뇌전증에 대한 지식이 없고 치료하지 않는 의사들은 처방하기 어려우며 일반 약국에서 대부분 (약물을) 구할 수도 없다”고 설명했다.

의협 등 집단행동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협의체는 “전공의 사직 후 수많은 중증 환자들과 가족들이 극심한 고통과 피해를 보고 있는 상황에서, 환자들의 질병과 아픈 마음을 돌보아야 하는 의사들이 환자들을 겁주고 위기에 빠뜨리는 행동을 하는 것은 삼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잘못이 없는 중증 환자들에게 피해와 고통을 주지 말고 차라리 삭발하고 단식을 하면서 과거 민주화 투쟁과 같이 스스로를 희생하며 정부에 대항하는 게 맞다”고 일침을 가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의대생과 전공의는 빨리 돌아오고 의사 단체들은 과학적인 근거 수집과 분석으로 정부에 대항해야 한다”며 “먼저 아픈 환자들을 살리고 전 세계 정보 수집, 전문가 토론회 및 과학적 분석을 통해 2026년 의대 정원을 재조정하는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덧붙여 “그렇지 않으면 전 국민의 공분을 피할 수 없고, 나아가 전 세계 의료인과 주민들의 비난을 받게 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앞서 대한분만병의원협회는 지난 12일  “산모와의 약속을 깰 수 없다”며 파업에 동참하지 않겠다고 선언했고, 아동 병원들도 파업에 불참하겠다고 13일 결정했다. 아픈 아이들을 생각하면 하루도 병원 문을 닫을 수 없다는 이유 때문이다.

이날 아동병원이 진료를 지속하겠다는 방침이 알려지자 임현택 의협 회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최 회장의 인터뷰가 담긴 기사를 공유한 뒤 “전 세계 어디에도 없는 ‘폐렴끼’란 병을 만든 사람들이다”라며 “멀쩡한 애를 입원시키면 인센티브를 주기도 하죠”라고 맹비난하기도 했다.

※주간조선 온라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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