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8월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8월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지난 6·3 대선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당선된 이후 한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는 “이재명 빠진 민주당은 춘추전국시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두 달이 지난 이후 이 관계자는 “눈치 볼 사람이 행정부로 갔기 때문에 민주당에서 단일화된 메시지가 못 나오고 있지 않느냐”며 “이재명처럼 당에 그립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민주당에서 분출하는 이견들이 당내 ‘카리스마형 리더’의 부재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정권 초기에 정치인 사면은 대통령에게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강득구 민주당 의원은 8·15 광복절 특별사면 명단에 포함된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의 사면을 가장 먼저 수면 위로 띄웠다. 문진석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가 이재명 정부의 초대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강선우 의원의 보좌진 갑질 논란을 두둔하는 발언을 하자, 이소영 민주당 의원은 “직장 상사와 직원의 관계, 의원과 보좌진의 관계는 한쪽이 인사권을 가지고 있고 서로 간 위계가 존재한다는 측면에서 본질적으로 같다”며 반박했다.

주식양도세 대상이 되는 대주주 기준을 50억원에서 10억원으로 강화하는 정부의 세제개편안을 두고 반발이 커지자, 민주당은 정부에 현행 50억원 기준을 유지하는 것이 좋겠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은 지난 8월 12일 “정부의 입장은 바뀐 게 없다”고 밝히는 등 당정이 엇박자를 내는 모습을 보였다. 앞서 진행된 전당대회에서 ‘명심(明心·이 대통령의 마음)’을 강조한 박찬대 민주당 의원이 아닌 ‘당심’에 집중한 정청래 의원이 당대표가 된 터였다.

이 대통령은 당원들이 키웠다. 마찬가지로 ‘당원주권주의’를 강조하는 정 대표는 제2의 이재명이 될 수 있을까. 정 대표는 당선 이후에도 국민의힘을 향해 “10번, 100번 정당해산감 아닌가”라거나 “악수는 사람과 하는 것”이라고 말하는 등 당원 중심의 강경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신임 인사 예방 때도 국민의힘과 개혁신당 지도부와는 만나지 않았다. 통상 여당 대표가 취임 직후 제1야당 대표를 만나 협치 모양새를 보이는 것과 대조적이다.

민주당 출신 원로 정치인들은 이 같은 정 대표의 행보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지난 8월 12일 국회에서 열린 당 상임고문단 초청 간담회에서 정세균 전 국회의장은 “집권 여당은 당원만을 바라보고 정치를 해서는 안 된다”며 “당원이 아닌 국민의 뜻을 어떻게 수렴하고 받들 것인가의 노력도 함께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희상 전 국회의장은 “내란의 뿌리를 뽑기 위해 전광석화처럼, 폭풍처럼 몰아쳐 처리하겠다는 대목에 전적으로 동의한다”면서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과유불급”이라고 지적했다.

정치권에서는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관계를 두고 ‘명청전쟁’이라는 단어까지 등장했다. 이동훈 개혁신당 수석대변인은 지난 8월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지금 대통령실과 민주당을 아우르는 여권의 흐름을 설명하는 데 ‘명청전쟁’만큼 적확한 키워드가 있을까”라며 “여권 내부에서 피할 수 없는 주도권 다툼이 벌어지고 있다”고 썼다. 이 대변인은 민주당 전당대회 결과를 비롯해 강선우는 감싸고 이춘석은 내치는 정청래 대표의 행보, 친문이 조국 사면을 밀어붙이는 것 등을 근거로 내밀었다.

 

조국 사면으로 정청래 견제

이에 조국 전 대표의 사면까지 더해지면서 야당에서는 “명·청·조 삼국시대”라는 지적도 나왔다. 박상수 전 국민의힘 대변인은 이 대통령을 명나라, 정 대표를 청나라, 조 전 대표를 조나라에 빗대 “조국 사면은 단순한 통합이나 인도적 사면이 아닌 정청래 체제 견제용 정무적 도구일 수 있다”며 “지방선거와 차기 대권을 둘러싼 명나라·청나라·조나라 간 권력 삼분 구도를 의도한 것”이라고 말했다. 조응천 전 개혁신당 의원도 정 대표의 행보를 두고 “본인의 대권 프로젝트”라며 조 전 대표의 사면을 정 대표에 대한 견제 수단이라고 봤다.

하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선 민주당의 권력투쟁설에 대해 ‘착시 현상’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한 민주당 전직 당직자는 “명청대전이라는 표현은 세가 비슷할 때 할 수 있는 얘기인데 정청래 대표가 이재명 대통령을 이길 수 있는 정도인가”라며 “의원들의 임기가 아직 많이 남았기 때문에 정청래한테 줄을 설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2028년 총선까지는 3년 남짓 남았기 때문에 공천받기 위해서 정 대표에게 잘 보일 필요가 없다는 의미다.

앞선 당직자는 “문재인 전 대통령 때는 당 지지율이 낮고 대통령 지지율이 높았기 때문에 대통령이 리드해 갔다”며 “지금은 민주당 지지율을 봤을 때 당도 힘이 센 상황이라서 조국이 사면되면 민주당 지지율이 조금 빠질 것이고, 대통령에게 나쁠 것 없다”고 덧붙였다. ‘당·정·청 일체’를 강조한 문재인 전 대통령의 7월 3주차(한국갤럽 2017년 7월 18~20일 조사·무선전화면접 85%, 유선전화면접 15%) 국정 수행 지지율은 74%, 민주당 지지율은 46%였다.

이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은 60%대 안팎을 기록하고 있다. 취임 후 두 달여가 지난 이재명 대통령의 8월 1주차(전국지표조사 지난 8월 4~6일 조사·무선전화면접 100%) 국정 지지도는 65%였으며 민주당 지지율은 44%다. 대주주 기준 완화, 이춘석 의원 사태, 조국 특사 논란 등으로 최근 취임 후 최저치를 찍었지만, 이마저도 56.5%(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 8월 4〜8일 조사·무선전화면접 100%)였다.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는 “당내 극초강경파인 정청래와 극강경파인 박찬대 간의 차이 정도이기 때문에 친명 체제에는 큰 변화가 없다”며 “일각에서는 이번 전당대회를 김어준과 이재명의 대결 구도라고 말하지만, 김어준은 강경 개딸파를 대변하는 친명옹호론자로 보는 것이 적절하다”고 말했다.

장우영 대구가톨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이번 전당대회는 김어준의 입지가 크다는 것을 보여줬다”며 “당원들은 잘 싸우는 사람이 당대표가 돼야 이재명 정부를 서포트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대표가 정청래 의원이든 박찬대 의원이든 둘 다 친명계 의원이기 때문에 당심과 명심이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강성 행보의 유효기간은?

한 민주당 다선 의원은 “국민의힘에서 이재명 대통령을 때려잡자고 하는데 우리가 악수하자고 할 수는 없지 않겠나”라며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끝나면 정기국회도 곧 열리니 양당 모두 출구전략을 짜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 의원은 “정 대표도 전당대회 때 지지자들을 대상으로 강한 메시지를 냈지만, 선거가 끝난 이후에는 스탠스를 변화해야 하지 않겠냐는 게 당 원로들의 입장”이라며 “그런 부분은 정 대표가 새겨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시간이 지날수록 이 대통령의 남은 임기가 줄어들기 때문에 당에 대한 대통령의 영향력이 줄어들 것이란 관측도 있다. 앞선 민주당 관계자는 “이번 전당대회에서 대부분의 현역 의원들이 박찬대 편에 선 만큼 당내 긴장관계가 굉장히 높지만 갈등 국면이 수면 위로 올라오진 않은 건 임기 초반이라 대통령 지지율이 받쳐주기 때문”이라며 “당내에 이 대통령의 든든한 우군이 없어서 임기 말로 향할수록 의원들이 말을 안 듣고, 레임덕이 빨리 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저작권자 © 주간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