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헌정 사상 처음으로 전직 대통령 부부가 동시 구속됐다.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 개인적인 불명예이기도 하지만, 대한민국 국가 위상 차원에서도 부끄러운 오욕의 역사가 됐다. 이재명 정부 출범 후 닻을 올린 3대 특검은 여론의 지지를 바탕으로 전직 대통령 부부와 주변에 있던 권력을 향해 수사의 강도를 높여가고 있다.
특검 수사가 이어질수록 지난 몇 년간 있었던 검찰의 면죄부 수사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김건희 여사가 연루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이나 금품수수 사건, 공천개입 의혹 등이 대표적이다. 특검 수사 결과가 나올수록 검찰의 흑역사도 한 줄 한 줄 늘어가고 있다. 검찰 내부 사정에 밝은 인사들은 “검찰이 제 역할만 했어도 전 정권을 향한 여론이 이렇게까지 나빠지지 않았을 것”이란 자조 섞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윤석열 정부에서 검찰이 김건희 여사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고 제대로 수사했다면 리스크가 많이 해소돼 정권을 유지했을 수도 있다”며 “검찰 구조 자체가 인사권자인 대통령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는 구조이기 때문에 이를 개선하지 않으면 문제는 반복될 것”이라고 봤다.
‘내란 및 12·3 비상계엄 불법행위 관련 수사’는 앞서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비상계엄 특별수사단(특수단) 안보수사1·2과, 검찰 비상계엄 특수수사본부(특수본), 공수처가 담당했다. 공수처는 지난 1월 17일 윤 전 대통령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법원은 같은 달 19일 영장을 발부했다. 검찰 특수본은 지난해 12월 8일 윤 전 대통령을 내란죄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입건하고, 올해 1월 26일 윤 전 대통령을 구속기소했다. 그러자 윤 전 대통령 측은 검찰의 기소 시점이 날짜가 아닌 시간 기준으로 봤을 때 구속영장 만료 시각을 넘어서 이뤄졌다며 구속 취소를 청구했고, 법원(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 부장판사 지귀연)은 3월 7일 이를 인용하는 결정을 내렸다. ‘윤석열 사단’으로 분류되는 당시 심우정 검찰총장은 즉시 항고를 포기하도록 수사팀에 지시했고 윤 전 대통령은 3월 8일 석방됐다.

尹 구속취소 항고 포기 檢, 재구속한 특검
‘대통령경호처의 내란수괴 윤석열 체포 및 수사 방해 혐의 수사’는 경찰 특수단과 서울서부지검이 담당했다. 경호처가 윤 전 대통령의 체포영장 집행 및 관저와 집무실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거부하고, 비화폰 통신 기록을 삭제 조치하면서다. 여러 차례 시도 끝에 윤 전 대통령은 지난 1월 15일 체포됐다. 경찰은 윤 전 대통령의 체포영장 집행을 방해한 혐의로 ‘호위무사’ 김성훈 전 경호처 차장과 이광우 전 경호처 본부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각각 3차례, 2차례 신청했다. 하지만 검찰은 “증거인멸 우려가 없고 경호처 관련 규정에 대한 보완 수사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모두 반려했다. 서울고검이 경찰의 영장심의위원회 신청에 따라 영장을 청구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리자, 서울서부지검은 지난 3월 18일 김 전 차장에 대한 경찰의 네 번째 신청 만에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하지만 영장실질심사에 담당 검사가 출석하지 않는 등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결국 법원이 구속영장을 기각하자 검찰이 경호처 수사를 방해했다는 지적이 따랐다. 이후 내란 특검 조사에서 김 전 차장은 윤 전 대통령의 범행을 인정하는 진술을 쏟아낸 것으로 전해졌다. 그의 진술 번복이 윤 전 대통령 재구속의 ‘결정타’가 됐다는 평가다. 특검은 지난 7월 14일 박종준 전 경호처장도 재소환하는 등 체포영장 집행 방해 혐의에 관한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김건희 불기소 檢, 구속수사 나선 특검
‘윤석열 대통령 배우자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개입 의혹 수사’는 김건희 여사를 직접 겨냥한 사건이다. 도이치모터스가 코스닥에 우회상장한 후 권오수 회장 등이 2010~2012년경 주가를 조작할 당시 필요한 계좌와 자금을 제공했다는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2013년경부터 내사를 진행했지만 정식 수사로 전환하지 못하고 종결했다. 이후 2020년 한 언론 보도로 의혹이 본격 제기되면서 김 여사는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됐다. 서울중앙지검은 고소장 접수로부터 약 5개월이 지난 2020년 9월 고발인 조사를 시작으로 수사에 착수했다. 당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수사지휘권을 발동했지만 검찰의 수사는 지지부진하다가, 2021년 3월 윤석열 검찰총장이 사퇴한 후 그해 7월부터 본격 수사가 시작됐다.
검찰은 권 회장 등 관련자들을 구속 또는 불구속 기소하면서도, 1년이 넘는 수사 기간 동안 김 여사에 대해 소환조사를 한 번도 진행하지 않았다. 당시 유력 대선 후보였던 윤 전 대통령 부인에 대해 검찰이 ‘눈치 보기’ 수사를 한다는 지적이 따랐다. 이후 윤석열 정권에서 방치되다가, 2024년 7월 서울중앙지검이 당시 이원석 검찰총장에게 보고 없이 김 여사가 직접 정한 장소에서 대면조사를 진행하면서 논란이 됐다. 그리고 검찰은 그해 10월 김 여사를 무혐의 불기소 처분했다.
윤 전 대통령이 올해 4월 4일 파면된 후 서울고검은 같은 달 25일 김 여사에 대한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 항고 사건에 대한 재기수사를 결정했다. 김 여사가 담당 증권사 직원과 시세조종을 인지하며 통화한 녹음 파일 수백 개를 확보하면서, 그간 서울중앙지검의 ‘봐주기 수사’ 논란은 더욱 불거졌다.
이후 지난 7월부터 김건희 특검팀이 본격적인 수사를 개시했다. 특검은 약 한 달간 조사를 통해 8월 7일 김 여사를 자본시장법 위반(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 정치자금법 위반(2022·2024년 선거 개입 의혹),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알선수재(건진법사를 통한 통일교 뇌물 청탁 의혹) 혐의로 구속했다. 특검은 김 여사의 여러 혐의에 대한 추가 조사를 위해 구속기간을 8월 31일까지 연장했다. 김 여사 구속 후 현재까지 세 차례 소환조사를 진행하는 등 기한 안에 조사를 마친 뒤 기소할 예정이다.
김건희 특검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외에도 ‘윤석열 대통령 처가의 양평 공흥지구 특혜 의혹’ ‘대통령실 관저 이전 특혜 의혹 및 감사원 부실감사’ ‘윤석열 대통령 부부 명품백 등 금품수수 사건’ ‘윤석열 부부와 명태균의 공천 개입 등 국정농단 의혹’ ‘건진법사의 공천 브로커 및 통일교·김건희 간 알선수재 혐의’ ‘삼부토건 주가조작 의혹’ 등에 대해 동시 수사를 벌이고 있다.
금품수수 사건의 경우, 2024년 8월 서울중앙지검은 최재영 목사가 김 여사에게 제공한 명품과 청탁 사안이 대통령과의 직무 관련성이 없다며 ‘혐의 없음’ 결론을 담은 수사결과 보고서를 대검찰청에 송부했다. 당시 이원석 검찰총장은 직권으로 해당 사건을 수사심의위원회에 회부했고, 지난해 9월 24일 대검 수사심의위는 ‘공소 제기 권고’를 결정했다. 그러나 서울중앙지검은 그해 10월 2일 윤석열·김건희·최재영 등을 모두 불기소 처분했다.
명태균 공천개입 의혹과 관련해선 당초 창원지검 전담수사팀에서 수사하며 지난해 12월 3일 명태균씨와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을 구속기소했다. 이후 윤 전 대통령 부부 등의 공천개입 의혹, 공직 선거와 당내 경선 과정에서 여론조사 결과 조작 및 무상 제공 의혹, 여론조사 비용 대납 의혹 등이 더해지면서 사건을 서울중앙지검으로 이송했다. 서울중앙지검은 기존 창원지검 전담수사팀 일부를 ‘명태균 전담수사팀’에 포함해 수사에 나섰다.
건진법사 전성배씨가 윤영호 통일교 전 세계본부장으로부터 샤넬 가방과 다이아몬드 목걸이 등 수천만원대의 금품을 받고 김 여사에게 관련 현안을 청탁한 혐의는 서울남부지검 가상자산범죄합동수사단이 수사에 착수했다. 검찰은 통일교가 캄보디아 메콩강 부지 개발 공적개발원조(ODA) 사업을 수주하는 등의 혜택을 받고자 청탁한 것으로 보고, 청탁용 선물의 행방과 자금원을 추적하고 있다. 김 여사는 금품을 수수한 적이 없다고 부정하고 있다.
이 밖에도 김건희 특검팀의 양평 공흥지구 특혜 의혹 수사 대상에는 주요 쟁점이었던 윤석열 정권 당시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의혹도 포함됐다.
특히 윤 전 대통령 부부 관련 의혹 수사를 책임진 검찰 수뇌부의 보직 변경 등 인사 조치도 주목할 부분이다. 법무부는 2024년 5월 13일 당시 송경호(서울대 법학·사법연수원 29기) 서울중앙지검장을 부산고검장으로 좌천성 승진 조치했다. 당시 이원석(서울대 정치학·연수원 27기) 검찰총장이 김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 관련 수사를 지시하고, 송 검사장이 전담수사팀을 꾸리며 ‘김건희 대면조사’를 주장하던 상황이었다. 새로운 서울중앙지검장 자리에는 윤석열 검찰총장 시절 대변인을 맡았던 측근 이창수(성균관대 법학·연수원 30기) 전주지검장이 임명됐다. 아울러 서울중앙지검 1~4차장을 모두 ‘친윤’ 검사로 교체했다.
이후 2024년 9월 ‘윤석열 사단’으로 통하는 심우정(서울대 법학·연수원 26기) 당시 법무부 차관이 검찰총장으로 부임했다. 그로부터 약 한 달 뒤인 지난해 10월, 서울중앙지검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과 관련해 김 여사를 불기소 처분했다. 당시 김주현(서울대 법학·연수원 18기) 대통령실 민정수석비서관이 과거 대검찰청 및 법무부에서 심 총장과 함께 근무했던 인연이 알려지면서 ‘검찰 카르텔’ 논란도 거듭 불거졌다. 심 총장은 지난 3월 윤 전 대통령의 구속 취소에 대한 즉시항고를 포기하고 석방을 지시하기도 했다. 심 총장은 3대 특검이 수사를 개시한 지난 7월 2일 퇴임했다. 국회는 지난해 12월 5일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개입 의혹을 봐주기 수사했다며 당시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조상원 4차장검사, 최재훈 반부패수사2부장검사를 탄핵 소추했지만 헌법재판소는 이를 기각했다. 이 검사장과 조 차장은 윤 전 대통령 파면으로 사직서를 제출했고 지난 6월 4일 제21대 대통령선거 당일 수리됐다.
박정훈 압박한 군검, 임성근 겨냥한 특검
‘해병대 채상병 사망사건 및 수사외압 의혹 수사’는 당시 박정훈 해병대 수사단장이 사망 사건 책임자로 임성근 1사단장을 지목하자 이종섭 국방부 장관 등 ‘윗선’에서 제외하라는 수사 외압을 받았다고 폭로한 사건이다. 이후 국방부 조사본부는 2023년 8월 21일 임 사단장과 박상현 7여단장의 혐의를 제외시킨 재검토 결과를 국방부 장관에게 보고했다.
국방부 검찰단은 같은 달 31일 박 수사단장에 대해 집단항명수괴가 아닌 ‘항명’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기각되자 불구속 기소했다. 경북경찰청 수사를 거쳐 2024년 7월 해당 사건을 송치받은 대구지검은 같은 해 10월 임 전 사단장을 피의자로 소환조사와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하지만 12·3 비상계엄에 따른 내란 사태로 수사가 중단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6월 이명현 전 국방부 검찰단 고등검찰부장이 특별검사로 임명되면서, 7월부터 해병대원 사망 사건 수사 외압 의혹에 대한 본격 수사가 이뤄지고 있다. 압수수색을 통해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가 증거물인 휴대전화를 파손하고 측근과 함께 알리바이를 꾸민 정황을 포착해 증거인멸 혐의 피의자로 입건했다. 이 전 대표는 이른바 ‘임성근 구명로비’ 통로로 지목된 인물이자 김건희 여사 측근으로 꼽힌다.
정권 눈치에 검찰권 과소 vs 과잉 행사
법조계 안팎에서는 특검 수사가 여론의 지지를 받는 이유가 검찰이 윤 전 대통령과 배우자 김 여사를 둘러싼 각종 의혹에 대해 과도한 면죄부를 줬기 때문이란 지적이 나온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참여연대 공동대표)는 “검찰이 권력의 중심축이 돼 대통령의 방패이자 정치 플레이어로 뛰어들어 반민주적 상황을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검찰이 윤 전 대통령과 측근 관련 의혹에는 눈감고, 반대 세력에 대해서는 대규모 수사를 집중해 ‘되치기 수사’와 ‘사건 암장’으로 수사통치를 펼쳤다는 것이다. 오병두 홍익대 법학과 교수는 지난 윤석열 정부 3년간 검찰 수사를 ‘검찰권 남용과 정치적 수사’로 정리하며, 과잉 혹은 과소 수사가 정치적 편향에 따라 기획되고 수행됐다고 평가했다.
3대 특검의 ‘검찰권 과잉 행사’에 따른 편파 수사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죽은 권력인 이전 정권을 겨냥한 만큼 현 정권 초기 성과를 내기 위해 마구잡이식으로 무리한 수사를 앞세우면 자칫 적법성과 균형성이 뒷전으로 밀릴 수 있기 때문이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현 정부가 강조하는 검찰개혁안과 특검의 수사는 모순적”이라며 “먼지털이식으로 특검이 편파 수사를 하는 경향도 비판점”이라고 짚었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재명 정부 들어서 수사 전문기관인 검찰보다 한시적으로 활동하는 특검의 수사력이 뛰어나다고 말할 순 없다”면서 “현 정부 3대 동시 특검의 과도하고 편향적인 수사에 대한 우려가 따른다”고 말했다. 검찰 출신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은 특검의 통일교 관련 수사를 두고 “당원명부 압수수색은 정당 활동의 자유와 개인의 인권을 침해하는 수사 편의적인 ‘사찰’”이라며 “거대 여당이 일방적으로 정한 특검이고 편향될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에 오히려 과잉 수사가 아닌지, 기본권 침해는 없는지, 적법 절차를 지키는지 등을 면밀히 지켜봐야 한다”고 역설했다.
결과적으로 수사기관이 정권으로부터 독립적일 수 있는 구조로 근본을 개선해 나가야 한다는 제언도 꾸준히 나오고 있다. 유승익 명지대 법학과 객원교수는 “검찰권과 경찰권 등 수사권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처벌 일변도의 청산은 권력 비대칭을 일으키며 헌정질서에 해악을 끼칠 수 있다”면서 “밀행성과 폐쇄성이 강한 수사기관과 특검에 진상 규명을 전적으로 위탁할 경우, 사건 암장과 축소의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별도로 독립적인 특별조사기구 설치를 촉구했다.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장은 “매번 권력이 바뀔 때마다 문제가 되는 ‘정치검찰’의 악순환을 끊어야 한다”면서 “수사권과 기소권 분리로 수사기관들 간 선의의 경쟁을 통해 수사 과정에서 정치 개입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시민단체 출신 변호사는 “검찰 등 인사에 대통령의 인사권을 배제시키면 오히려 민주적 정당성이 없어지게 된다”며 “인사제도에 투명성과 공정성 등 요소를 추가해 보완하는 방향으로 검찰 개혁이 이뤄져야 한다. 아울러 정치의 영향을 받지 않는 상설특검법도 적극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