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에서 매각이 추진되다가 공급망 위기가 심화되면서 매각이 중단된 마다가스카르의 암바토비 니켈광산. photo 한국광해광업공단
문재인 정부에서 매각이 추진되다가 공급망 위기가 심화되면서 매각이 중단된 마다가스카르의 암바토비 니켈광산. photo 한국광해광업공단

윤석열 정부가 과거 이명박 정부 당시 자원외교 정책 일환으로 설립한 자원공기업 출자회사들을 대거 매각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들린다. 공공기관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이런 방안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더불어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이명박 정부 시절 ‘묻지마 투자’를 한 자원외교의 여파가 현재까지 이어져 많은 에너지공기업이 만성 적자 늪에 빠지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비판하고 있다. 과연 이런 주장은 사실일까. 현상의 단면만 보고 지적하는 것은 아닐까.

최근 국제적으로 중요해지고 있는 리튬을 비롯한 희토류의 무기화에 대해서는 더 설명할 것도 없다. 이차전지에 들어가는 리튬을 확보하기 위한 세계 각국의 전쟁은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하다. 오죽하면 리튬을 일컬어 제2의 석유라고 부르겠는가. 한국광해광업공단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희토류 해외 의존도는 매우 심각하다. 국내 희토류 자주 개발률은 2014년 24.9%까지 올랐으나 이듬해 3.9%로 급락했고, 이후 5년간 1%대에 머물다 지난해 0.2%를 기록했다.

 

MB정부의 ‘묻지마 투자’가 원인일까

한국이 해외 자원개발을 적폐라고 낙인찍고 손을 놓은 사이 중국과 일본 등 경쟁국들은 해외에서의 핵심 자원 확보에 속도를 내며 한국을 멀찍이 따돌리고 있다. 현장에 있는 기업들은 아직도 원자재든 중간재든 일본, 중국 등 기존의 수입 물량이 개선되지 않고 있다고 호소한다. 또 배터리의 핵심 소재인 리튬, 니켈, 코발트, 망간, 흑연 등은 중국의 조달 없이는 생산이 불가능한 실정이다.

중국은 전 세계 핵심 광물을 거의 장악하다시피 한 상태다. 특히 전기차 성능을 결정하는 양극재 핵심 소재인 니켈, 코발트, 알루미늄 등으로 만드는 전구체의 중국산 비중은 99.99%나 된다. 중국을 거치지 않고서는 광물 확보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는 중국이 2000년대 초부터 천연자원 매장량이 풍부한 중남미와 아프리카를 집중 공략한 데 따른 결과다. 중국은 매년 최대 90억달러씩을 이들 지역에 대한 자원개발에 투자했고 이를 통해 핵심광물을 싹쓸이했다. 중국 최대 전기차 업체인 BYD는 현재 아프리카 리튬광산 6곳 인수를 추진 중이다. 이런 중국의 전략에 도전장을 내민 나라가 일본이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지난 8월 튀니지에서 개막한 아프리카개발회의(TLCAD)에서 앞으로 3년 동안 아프리카에 민관 합동으로 총 300억달러(약 42조원)를 쏟아붓겠다고 약속했다.

한국은 중국, 일본과는 반대로 가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2018년 해외 광물 자산 전량 매각 방침 발표 후 한국광해광업공단 전신인 한국광물자원공사가 11개 해외 자산을 매각하는 등 정부가 해외 자원개발 사업 철수를 주도했다. 문재인 정부가 과거 노무현·이명박 정부 때 추진한 해외 자원개발 사업 잘못을 비판할 때 가장 강조하는 내용이 공기업의 부채가 많이 늘어났다는 점이다. 대표적 사례가 특히 광물공사였다. 지난해 7월 산업부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와 한국가스공사, 한국석유공사, 한국광물자원공사의 자료를 종합해 보면 이들 3곳 공기업의 부채는 총 53조5433억원을 기록했다. 공기업별로는 석유공사와 가스공사가 부채 총량을 다소 줄였을 뿐이다. 석유공사 부채는 18조1310억원으로 2014년(18조5196억원)보다 3886억원이 줄었다. 가스공사도 2019년 28조9990억원으로 2014년(32조2527억원)보다는 3조2537억원 감소했다. 이에 반해 광물공사는 지난해 말 6조9000억원으로 2014년(4조202억원)보다 2조8798억원 증가했다.

이명박 정부 때만 해도 석유공사와 광물공사의 부채비율은 비교적 괜찮았다. 지식경제부(현 산업통상자원부)가 2012년 2월 16일 대통령에게 보고한 자료에 따르면 석유공사와 광물공사 두 기관의 부채비율은 상승했으나 자산과 영업이익이 대폭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 있다. 광물공사는 자산이 2007년 8540억원에서 2010년 2조3960억원, 영업이익은 2007년 23억원에서 2010년 221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즉 이명박 정부 때는 해외 투자도 많았지만 이익도 증가한 것이다.

기시다 일본 총리가 지난 8월 튀니지에서 열린 아프리카개발회의(TLCAD)에 화상으로 참가하고 있다. 이 회의에서 일본은 자원확보를 위해 앞으로 3년 동안 아프리카에 약 42조원을 쏟아붓겠다고 약속했다. photo kantei.go.jp
기시다 일본 총리가 지난 8월 튀니지에서 열린 아프리카개발회의(TLCAD)에 화상으로 참가하고 있다. 이 회의에서 일본은 자원확보를 위해 앞으로 3년 동안 아프리카에 약 42조원을 쏟아붓겠다고 약속했다. photo kantei.go.jp

MB정부 때는 이익도 증가했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부터 현재까지 10년 넘게 이들 공기업에 대한 관리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관리를 하지 않으니 부채비율은 늘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다. 문제가 되고 있는 석유공사, 광물공사의 부채규모 증가는 해외 투자가 잘못됐다기보다 투자 이후 자원 가격의 변동성에 따른 운영 미숙, 자산관리 미흡에서 비롯된 문제가 더 크다. 다시 말해서 확보한 자산을 어떻게 적절히 잘 관리해서 우리 기업에 필요 원료를 공급해 주고 수익을 낼지를 고민하지 않은 것이다. 전반적인 의사결정 잘못과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 탓이 크다. 광물공사는 이명박 정부 이후 두 명의 산업부 출신 사장이 경영을 맡았지만 해마다 실시하는 정부 경영평가에서 최하위 점수를 받아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물러났다. 그 후 3년간 사장이 없는 공석 상태에서 회사가 운영되고 관리됐다.

앞서 말한 것처럼 현재 국회에서는 자원공기업 출자회사를 대폭 줄여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그런데 최근 벌어지고 있는 이들 기업의 현황을 보면 과연 그런 주장을 쉽게 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지난해 9월 출범한 광해광업공단(구 광물자원공사)의 경우 광물 가격 급등의 영향 등으로 2021년 한 해에만 2746억원의 당기순익을 기록했다. 이명박 정부 때 투자했던 광산에서 성과가 나기 시작한 것이다. 향후 우리 산업과 관련한 각종 자원의 무형적 가치를 생각하면 그 성과는 숫자로만 말할 수 없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글로벌 탄소중립 추진에 따라 핵심 광물 수요는 2040년까지 2020년 대비 4배 수준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희소금속은 특상상 수급 불안요소가 늘 상존하고 있다. 따라서 안정적 확보가 향후 신산업 경쟁력과 탄소중립 산업구조 전환의 성공을 좌우하는 열쇠이다.

 

투자가 아니라 관리의 잘못이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 속에 세계 각국의 자원 무기화 움직임이 강화되고 있지만 우리 정부와 민간이 참여하고 있는 해외 자원개발 사업은 지난해 10년래 최저치까지 추락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해외 자원개발 사업은 지난해 말 기준 401건이다. 지난 2013년 535건으로 정점을 찍은 후 올해는 300건 이하로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국은 지난 10년 동안 사람, 시간, 열정을 소비하면서 힘들게 구축한 해외 자원개발의 노하우와 성과를 지난 정부의 잘못된 판단으로 모두 날려버렸다. 해외 인맥도, 정보 교류도 모두 없어졌다. 국가적으로 엄청난 손실이다.

박근혜 정부가 마냥 자원외교에서 손해를 내고 있었다면 문재인 정부는 아예 해외 직접 투자에 나서지 못하도록 막았다. 또한 광물공사가 지난 정부 때 확보한 해외 광산 지분도 서둘러 매각했다. 대표적인 매각 사례로는 칠레 산토도밍고 구리광산 지분 30% 전체를 캐나다 캐스톤마이닝에 1억5200만달러에 매각한 것을 꼽을 수 있다. 광물공사는 그동안 약 2억4000만달러를 투자했는데 투자 원금의 60% 수준에 지분을 넘겨버린 것이다. 해외 자원개발에 있어 투자 성과 여부는 시간이 많이 지나봐야 알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한 근시안적인 조치다.

한국은 여타 선진국에 비해 유독 해외 자원 의존도가 높은 국가다. 에너지 및 광물자원의 수입 의존도가 92.5%에 이른다. 자원 확보는 국가 경쟁력 및 경제안보와 직결되는 중대 사안인데도, 지난 정부는 완전히 손을 놓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해외 자원개발 자체를 적폐로 규정했다. 그러다 보니 해외 자원 신규 개발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그나마 과거 정부에서 어렵게 확보해 놓은 해외 광산마저 모조리 내다 팔거나 포기하거나 철수시켜 버렸다.

그러던 참에 세계 원자재 공급 위기가 닥쳐오자 손바닥 뒤집듯 해외 광산 매각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장기화되고 원자재 품귀와 가격 대란이 현실화되자 부랴부랴 뒷북 대응에 나섰지만 이미 불은 나고 말았다. 우크라이나 사태 이전에도 한국 제조업에 필수적인 각종 원자재 가격은 이미 상승세다. 현재는 다소 가격 안정세를 보이고 있는 구리, 철광석뿐 아니라 제2의 반도체라 불리는 전기차 배터리용 소재인 리튬, 니켈, 코발트 등의 가격은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고공행진을 거듭했다.

 

자원확보 중요성 키운 우크라이나전

중국과 일본만이 아니라 이제 모든 나라들이 핵심 광물자원을 확보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코로나19와 미·중 패권 경쟁으로 글로벌 공급망이 재편되는 가운데 안정적으로 자원을 조달할 해외 자원개발의 중요성이 더욱 커졌기 때문이다. 특히 러시아가 유럽연합(EU)에 대한 천연가스 공급을 줄이는 사례와 같이 주요국이 원자재를 무기화하는 경우가 늘어나면서 자원개발의 중요성은 더 커졌다. 우리의 경쟁 상대국인 일본은 리튬, 니켈 등 희소금속을 확보하기 위해 정부의 최대 출자 한도를 현재 50%에서 100%로 늘렸다. 민간의 해외 자원개발 활성화를 위해 정부가 투자 위험을 모두 떠안을 수도 있다는 의지를 다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중국은 세계 최대 코발트 생산국인 콩고의 광산 채굴권을 장악하고 코발트 생산을 두 배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윤석열 정부는 박근혜·문재인 정부 10년의 자원개발 공백을 메우기 위해 이제라도 나서야 한다. 민간의 자원개발 지원을 늘리고, 민간과 공기업이 역할을 분담해 동반 진출하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공기업 대표와 감사, 이사회 구성원을 전문가로 임명해야 한다. 자질도 없으면서 선거 캠프나 인수위에 참여했다는 이유만으로 자리를 줘서는 안 된다. 또 총선 등 공천에 배제된 사람들을 보은식으로 내려보내면 아무리 좋은 환경이라도 실패할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해외자원개발은 일반적으로 탐사(2~10년)-개발(2~5년)-생산(10~30년) 등 수십 년이 소요되는 사업이다. 따라서 단기적인 원자재 가격 급등락에 일희일비해서는 일관되게 사업을 진행할 수 없다. 다시는 정치적 논리로 접근해 자원개발의 맥과 생태계를 끊는 일이 반복돼서는 안 된다. 윤석열 정부는 이런 점을 반면교사로 삼아 전문가의 조언과 비판에 귀를 열고 뚝심 있게 해외 자원개발 사업을 추진해 주길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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