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4월 탈북자 김모씨가 황해남도에서 찍은 영상. 길거리에 한 주민이 죽은 듯 늘어져 있다. photo TBS 캡처
2023년 4월 탈북자 김모씨가 황해남도에서 찍은 영상. 길거리에 한 주민이 죽은 듯 늘어져 있다. photo TBS 캡처

북한이 코로나19 확산으로 국경을 봉쇄했을 당시 식량난 등으로 주민이 길거리에서 아사하는 잔혹한 참상이 담긴 영상이 한 탈북자를 통해 공개됐다.

지난 28일 일본 TBS와 인터뷰한 30대 초반 탈북자 김모씨는 탈북하기 전인 지난해 4월 북한의 황해남도에서 스마트폰으로 촬영한 영상을 최초 공개했다. 영상에는 코로나19를 이유로 수년간 봉쇄됐던 북한 사회의 상황이 담겼다.

영상 중에는 한 남성이 길가에 축 늘어진 채 쓰러져 있는 장면이 나온다. 김씨는 “근처 가게 주인에게 남자가 죽은 거냐고 물었다”며 “(가게 주인이) 전날 오후부터 쓰러져 있어 만져봤는데 아직 죽지는 않았지만 곧 죽을 것 같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영상에서는 구걸하러 온 한 남성이 담배를 피우고 있는 모습이 담겨있다. 김씨가 “당신 작업반에도 굶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지 않나”라고 묻자 남성은 “굉장히 많다. 그래도 일하러 나간다. 어쩔 수 없이 나가는 사람도 많다”고 답하고는 한숨을 내쉰 뒤 “죽을 것 같다”고 말한다.

김씨는 ‘고난의 행군’으로 불리는 1990년대 대기근 사태보다 코로나19가 창궐한 기간이 더 힘들었다고도 전했다. 그는 “90년대 고난의 행군 때보다 힘들었다. 그때도 곡창지대인 황해도에서는 아사하는 일은 없었다”며 “하지만 코로나19 동안은 매일 ‘누구 아버지가 죽었다, 누구 아이가 죽었다’는 소문이 들려올 정도로 사람이 많이 죽었다”고 했다.

그 시기 식량부족이 심각해지며 흉악 범죄도 늘었다고 한다. 김씨는 “살인이나 강도가 일상다반사였다. 공개처형도 많았다”고 했다. 그는 공개처형을 봤냐는 진행자 질문에 “봤다. 2023년 4월 중순이었다. 대학생이 중년 여성을 죽이고 480만원을 훔쳐 달아나 처형됐다”고 회상했다.

영상을 촬영한 김씨는 아내와 어머니, 남동생 가족 등 일가족 9명과 함께 지난해 5월 탈북해 한국으로 건너왔다. 대다수의 탈북자들이 중국이나 러시아 등 제3국을 경유하지만 김씨는 목조선을 타고 바다를 건너 한국으로 들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어업에 종사했던 김씨는 “배를 타고 바다에 나갈 때마다, 연평도가 눈앞에 보일 때마다 나 혼자라도 탈북하고 싶다는 마음이 굴뚝같았다”면서 “하지만 가족과 떨어져 있는 고통을 안고 싶지 않았다. 온 가족을 데리고 갈 방법을 반년 내내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탈북을 하게된 계기와 이유에 대해서도 전했다. 그는 “한국에서는 전혀 이해하지 못하겠지만, 북한에서는 집을 한 발자국만 나가면 모든 것을 100% 의심하지 않으면 살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아무 생각 없이 길을 걷고 있다가도 누군가가 호루라기를 불면서 신체검사를 하는데, ‘왜 청바지를 입고 있나’ ‘왜 노동시간에 돌아다니느냐’ 등 무엇이든 트집 잡아 범죄자로 만들 수 있다고 했다.

어느 날은 김씨의 집에 단속기관 보안원이 수사 영장을 들고 찾아와서 모아둔 쌀을 가져가려 했다고도 말했다. 코로나19 기간 동안 북한이 국가주도로 식량전매제를 실시하자 쌀이 암시장에서 거래되던 때였다. 당시 김씨가 “우리 돈으로 산 쌀”이라며 항의하자 보안원은 “이 땅이 네 거냐. 네가 숨쉬는 이 공기도 모두 당의 소유”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에 김씨는 “희망을 잃고 탈북을 결심했다”고 했다.

※주간조선 온라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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