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프리카공화국 G20 정상회의 참석 차 순방길에 오르는 이재명 대통령(가운데)과 김혜경 여사가 지난 11월 17일 경기 성남 서울공항에서 공군 1호기로 향하고 있다. 왼쪽은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 photo 뉴시스
남아프리카공화국 G20 정상회의 참석 차 순방길에 오르는 이재명 대통령(가운데)과 김혜경 여사가 지난 11월 17일 경기 성남 서울공항에서 공군 1호기로 향하고 있다. 왼쪽은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 photo 뉴시스

“벌써 몇 번째냐. 대통령이 해외 순방을 나가면 여당이 돕진 못할망정 오히려 이슈 몰이로 주목을 받고 국정 성과가 묻힌다. 이쯤되면 우연이 아니고 의도적으로 스포트라이트를 가로채는 것 같다.”

더불어민주당이 ‘전당대회 전(全) 당원 1인 1표’ 도입에 따른 사실상 ‘대의원제 폐지’를 공식화한 지난 11월 17일, 국회 본청에서 주간조선과 만난 민주당 원내지도부 관계자는 이같이 토로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차 아랍에미리트(UAE) 등 중동·아프리카 4개국 순방을 위해 출국한 날이었다.

민주당은 대통령 순방 기간과 겹치는 지난 11월 19~20일 ‘권리당원 의견 수렴을 위한 당원 투표’를 실시했다. 대의원 및 권리당원 ‘1인 1표제’ 개정 등 당헌·당규 정비를 위해서다. 당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이 20 대 1 미만인 규정을 개정해 모든 당원의 표 가치를 동일하게 만드는 게 목표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지난 11월 17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강력한 개혁 당대표로서 ‘당원 주권 시대’ ‘1인 1표 시대’를 열겠다고 한 약속을 실천하겠다”며 “역사적인 전 당원 투표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당 지도부 사이에서도 전 당원 투표 자격을 두고 문제가 제기됐다. 이언주 최고위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투표 자격을 불과 10월 한 달 당비를 납부한 권리당원으로 한정한 것은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전 당원 투표 참여 규정이 대폭 완화된 것을 두고 당원들 사이에서도 항의가 쏟아지자 민주당은 투표 명칭과 성격을 변경하며 진화에 나섰다. 

공교롭게도 이 대통령의 해외 순방 때마다 외교 성과가 국내 정쟁에 가리는 상황도 반복되고 있다. 이 대통령이 지난 8월 25일 미국을 방문해 취임 후 처음으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한·미 정상회담을 가졌을 때, 민주당은 검찰청 해체를 골자로 한 ‘검찰개혁’을 밀어붙였다. 이 대통령이 지난 9월 23일 미국 뉴욕 유엔(UN) 총회에 참석했을 때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이 ‘조희대 대법원장 청문회’ 의결을 강행했다. 

가까이는 지난 10월 26일 이 대통령이 말레이시아에서 열린 아세안(ASEAN) 정상회의에 참석했을 때에도 민주당 지도부는 이른바 ‘대통령 재판중지법’ 재추진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하지만 이로 인해 이 대통령의 ‘사법 리스크’만 오히려 부각됐다. 주요 국정 현안을 두고 당·정·대가 엇박자와 파열음을 반복하면서 긴장감만 누적되는 형국이다. 여권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여당 대표가 대통령 해외 일정을 모를 리 없다”며 “알면서도 일부러 의도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민주당 내에서 여러 계파 간 일종의 ‘파워게임’이 벌어지고 있다”며 “정청래 대표 입장에서는 이번 기회에 완전하게 당을 장악하겠다는 의지가 강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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