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인천대학교 무역학부 교수에 임용된 이후 '특혜 의혹'이 제기된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의 딸 유담(30) 씨가 지난해에도 인천대 전임교수 임용에 지원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유 교수는 경영학부 국제경영 전공 조교수 임용에 지원했지만, 박사학위 취득이 늦어져 선발되지는 못했다.
주간조선의 취재를 종합하면, 유 교수는 지난해 말 진행된 인천대 경영학부의 2025년 1학기 전략/국제경영 분야 전임교수 임용에 지원했지만 탈락했다. 유 교수는 당시 박사학위 소지자가 아니었다. 인천대는 박사학위 취득 예정자까지 전임교수 지원이 가능하지만, 경영학부는 추가지원 자격으로 박사학위 소지자를 명시하고 있었다. 유 교수는 모집 시점인 2024년 11월에는 아직 박사학위를 취득하지 못한 상태였다. 박사가 된 것은 2025년 2월, 무역학부 조교수로 임용된 것은 2학기 모집인 2025년 8월이다.
인천대 측은 주간조선에 "유 교수가 당시 지원한 것은 맞지만, 학과 차원에서 박사학위 소지자를 원해 학교 측에 후보자 제외를 요청했다"며 "서류심사 단계부터 임용 대상에서 빠졌다"고 밝혔다. 인천대 경영학부는 당시 국제경영 분야 전임교수를 최종적으로 선발하지 않았다. 이처럼 채용 취지에 들어맞지 않으면 한 명도 선발하지 않는 경우는 흔한데, 인천대는 다른 전공분야 교수도 몇 차례 채용공고 끝에 선발한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 관계자는 "대학에서는 잠재력 있는 젊은 교수를 좋아하기 마련인데, 학교 노동시장의 생리를 잘 몰라서 생기는 논란"이라고 덧붙였다.
"중요한 건 논문… 'Q1' 저널에 실려 좋은 평가"
유 교수는 이후 무역학부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임용에 성공했다. 의혹의 핵심은 유 교수의 '스펙'이 국립대 전임교수를 하기에는 모자라다는 것인데, 정작 경영학계에서는 현실과 거리가 먼 지적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해외 대학에서 경영경제학 전임교수로 근무하는 A교수는 주간조선에 "20대 후반, 30대 초반에 조교수가 되는 케이스는 상당히 많다"며 "경영대학은 이공계열과 달리 박사후 과정을 거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그는 "논문은 어떤 학술지에 출판하느냐가 중요하고, SSCI급(사회과학 분야에서 높은 기준을 만족) 논문의 양이 많다는 건 중요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유 교수의 논문은 어느 정도 수준일까. 유 교수가 인천대에서 높은 평가를 받은 논문은 올해 8월 국제경영 학술지 인터내셔널 비즈니스 리뷰(International Business Review)에 게재한 박사 논문이다. 다국적 기업이 해외 사업에서 철수(매각)하는 과정을 다뤘다. 해당 논문은 서울 소재 사립대 교수의 논문에서 인용되기도 했다.
서울 소재 대학의 B교수는 "논문이 실린 학술지는 국제경영 분야에서 세계 5대 저널에 해당하는, 상당히 게재가 힘든 저널"이라고 말했다. 실제 이 학술지는 임팩트 팩터(IF, 학술지의 피인용 수로 구한 영향력 지수)가 2022년 8.7점, 2024년 6.1점을 기록해 학계에서 IF 지수로 평가하는 최고 등급인 'Q1'(상위 25% 이상)에 해당한다. 유럽 경영학자들이 3년마다 정성평가하는 ABS에서는 3등급으로 '매우 권위 있는 저널(Highly Regarded)'이고, 미국과 호주 학자들의 평가를 종합한 ABDC 기준으로도 역시 '우수한 저널(Excellent)'에 속한다. 국제경영 분야에서 이보다 더 높은 등급으로 평가받는 학술지는 두 개뿐이다.
수도권 소재 대학 경영학과의 C교수도 "경영학은 국내 대학 출신 임용률이 높은데, 외국 대학 박사가 많지도 않거니와 필드로 가는 이들도 많아 항상 수요가 달린다"며 "결국 핵심 평가요소는 중요한 이슈를 다루는 논문의 질"이라고 했다. 실제 인천대 무역학부에 현재 재직하는 조교수들은 모두 국내 대학 박사 출신이다. 법학, 경제학 등 경영학 전공이 아닌 인물들도 있다. SSCI급 논문을 보유한 교수로 한정해도 유 교수가 게재한 곳보다 높은 평가를 받는 학술지에 논문을 게재한 경우는 없다.
유 교수에 대한 논란은 앞서 지난달 국회 교육위원회의 인천대 국정감사 과정에서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의해 제기됐다. 진 의원은 "유 교수는 유학이나 해외 경험도 없고 기업에서 어떤 일을 한 것도 없는데 만점을 받고, 다른 사람들은 낮은 점수를 받았다"고 지적했다. 유 교수와 함께 최종 면접에 올랐던 후보는 SSCI급 6개 등 논문 22개를 제출했고, 유 교수가 인천대에 제출한 논문은 10개였다.
한편 인천대 관계자들은 최근 '공공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된 상태다. 인천대 무역학부는 국제경영 분야 전임교원 채용을 2013년부터 2020학년도까지 4차례 진행했으나 적임자가 없어 채용하지 않아왔는데, 2025년 유 교수가 뽑히기 전 채용 지원자들의 정보와 서류를 보관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 교수의 채용과는 직접적 연관이 없다.
※주간조선 온라인 기사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