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서구 김포국제공항 국제선 출국장 카운터에서 일본으로 향하는 여행객들이 출국 수속을 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서울 강서구 김포국제공항 국제선 출국장 카운터에서 일본으로 향하는 여행객들이 출국 수속을 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오는 3·1절부터 시작되는 3일간의 연휴를 맞아 일본여행을 계획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지난 24일 한 여행·숙박 플랫폼에 따르면 올해 3·1절 일본 지역 숙소 예약률은 지난해 같은 날 대비 155% 급증했다. 몇 년 전까지만해도 3·1절에 일본여행을 가면 인상을 찌푸리는 일이 많았지만, 이제는 개인 선택을 존중해줘야 한다는 분위기가 우세해진 것이다. 심지어 엔화 가치가 내려가는 ‘엔저 현상’이 장기화되면서 해외여행에 대한 부담이 적어진 것도 큰 몫을 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일본 내에서는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이중가격제’ 도입 목소리가 커지는 모양새다. 같은 상품이라도 일본인에게는 저렴하게, 외국인에게는 비싸게 가격을 책정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25일(현지시각) 외신 등에 따르면 나가야마 히스노리 일본 료칸협회 부회장은 “싱가포르에서는 테마파크나 슈퍼마켓, 레스토랑 등에서 거주자에게 할인 혜택을 주는 방법으로 이중가격제를 운영한다”며 “외국인 관광객들은 돈을 더 내는 대신 패스트트랙이나 정중한 지원 등의 ‘좋은 불공정’의 혜택을 누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중가격제’는 같은 상품이라도 외국인에게는 더 비싼 돈을 받고 파는 가격 정책을 의미한다. 일본 신분증 등 내국인임을 증명할 수 있는 서류를 보이면 호텔이나 음식점, 관광지 등에서 할인을 해주는 식이다.

외국인 차별로 비칠 수 있는 이중가격제 논의 배경에는 엔저 현상의 장기화 때문이다. 2월 26일 오후 12시 55분 우리은행 환율 기준 엔화 가격은 매매기준율은 100엔에 885.01원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2월 26일부터 현재까지 최고환율이 1009.16원(2023.04.06), 최저환율이 858.33원(2023.116)인 것을 비교해볼 때 엔화 가격은 10%이상 하락한 것이다. 

예를들어 일본에서 1000엔짜리 돈까스를 먹으려면 실질적으로 1만 원 이상이 필요했지만, 환율이 885원까지 내려온 지금은 8850원만 있으면 같은 돈까스를 먹을 수 있어 일본 관광에 드는 비용이 10% 이상 줄어들었다고 볼 수 있다. 이에 일본 관광 수요는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데, 일본정부관광국(JNTO)에 따르면 지난해 한 해에만 외국인 2506만6100명이 일본을 찾은 것으로 드러났다.

다만, 이중가격제를 도입할 경우 안 그래도 높은 일본 물가를 한층 더 끌어올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심지어 같은 상품인데 외국인에게만 차별적 대우를 한다는 인식이 커지면 일본의 주요 산업 중 하나인 관광 산업이 타격받을 가능성도 우려로 나왔다. 

이와 관련해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는 작년 말 사설을 통해 “외국인 가격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며 “JR철도 할인 등 일본의 관광·운수업은 지금까지 물가가 높은 나라의 ‘대접’으로 ‘외국인에게는 할인’을 기본으로 했는데 환경이 바뀐 지금, 발상을 전환하고 싶다”고 전하기도 했다.

다만 “해외에서도 이런 종류의 이중 가격은 드물지 않다. 하지만 음식점이 이중가격을 내놓으면 악평이 퍼질 수 있다”며 “‘빠른 입장’ 등의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해 가치를 높일 수 있다”고 제안했다.

※주간조선 온라인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주간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