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나라 가구 중 1인가구는 지난 몇 년간 지속적으로 증가하여, 현재는 우리나라 전체 가구의 3분의1 이상이 혼자 가구를 이루고 살고 있다. 작년에는 사상 최초로 800만명을 돌파했다.
산업화 이전 1인가구는 세계 어디서나 찾아보기 힘들었다. 그러던 것이 20세기 이후, 정확히는 1960년대 이후부터 도시를 중심으로 급격하게 늘어났다. 오늘날 1인가구는 아시아, 유럽, 북미 등에서 가장 빨리 증가하는 가구 유형이다. 도시 지역 가구의 1인가구 비중이 30%가 넘는 것은 드문 일이 아니며 일부 북유럽, 북미 도시에서는 비중이 60%를 넘는 경우도 있다. 고령화와 결혼연령 증가로 1인가구 수는 앞으로도 계속 늘어날 예정이다.
1인가구로 사는 것 자체는 문제가 아니다. 남과 더불어 사는 일은 어쩔 수 없이 피곤한 측면이 있기 때문에 누구나 자신만의 시간이 어느 정도는 필요하다. 혼밥이 되었든 1인가구가 되었든 자유로운 나라에서 개인의 선택이 존중받지 못할 이유가 없다.
그러나 혼자 사는 일은 또 다른 긴장과 피곤함의 연속이다. 집 밖에 나서며 불을 껐는지, 문단속을 했는지 기억하지 못하면 낭패다. 집을 비웠을 때 택배나 등기를 받는 일도 난감하다. 식구가 있다면 내가 아플 때 돌봐주고, 실직했을 때 소득을 나눠 줄 수 있지만 혼자서는 삶의 무게를 오롯이 감당해야 한다. 무엇보다 내게 좋은 일이 있거나 힘든 일이 있을 때 같이 사는 사람이 있다면 감정을 공유할 수 있어 덜 외롭다. 혼자 사는 자유를 누리려면 이러한 불편함과 외로움을 감내해야 한다. 사회 전체적으로도 1인가구에 주목해야 할 이유가 있다. 가족 구성원들 사이 상부상조는 나라에서 마련한 사회 안전망의 빈틈을 메워준다. 또 가족을 이루어야 다음 세대를 위한 준비를 할 수 있다. 1인가구로 사는 것은 개인의 자유지만 여럿이 함께 사는 게 공공의 이익을 더 많이 가져다주는 것이다.
1인가구의 꾸준한 증가
어떤 사람들이 혼자 살고 있을까? 2023년 조사에 따르면 70세 이상이 19.1%로 비중이 가장 높지만 그다음은 29세 이하로 18.6%이고 그다음인 60대와 30대도 비슷한 비중이다. 도시, 농촌을 통틀어 연령별 차이가 큰 편은 아니다. 그러나 1인가구로 살게 되는 이유, 그리고 혼자 사는 삶의 어려움은 나이별로 차이가 있다. 청년층 1인가구가 빠르게 증가한 데는 대학 진학과 취업을 위해 타지로 이동하는 일이 보편적인 일이 되었기 때문이다. 독립적인 문화가 퍼진 것은 부차적 이유다. 청년의 삶의 힘들어지니 오히려 부모님과 같이 사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고 하지 않는가?
노년층 1인가구는 평균수명이 늘어나면서 이혼, 사별 같은 이유로 그 비중이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이들은 노후보장이 잘 되어 있지 않을 경우 경제적으로 매우 취약하고 건강상의 문제로 일자리를 구하기 힘들 경우 사회적으로 고립될 가능성도 높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가 일찍부터 알려져 있어서 정부와 민간에서 주거 지원, 건강과 돌봄 서비스 제공, 그리고 사회적 고립을 방지하기 위한 사회적 교류 지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1인가구는 중년 1인가구다. 사회 통념상 대부분의 중년은 가정을 이루고 있고, 그렇지 않더라도 경제활동을 활발하게 하고 있어서 별다른 문제가 없으리라 생각하기 쉽다. 실제로 과거에는 그런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과거 우리나라에는 중년 시기 혼자 사는 사람은 대단히 드물었다. 미국의 경우 1980년대 후반 중년 1인가구는 다른 미혼 가구 형태에 비해 대졸자 비중이 더 높았고, 연애관계도 활발했으며, 건강도 더 나은 편이었고, 확실한 소득도 있었다.(Paul Glick·1994) 혼자 살긴 하지만 고통을 감내한다기보단 자유로운 삶을 즐기는 쪽에 더 가까웠다.
이러한 상황은 21세기에 들어서 바뀌었다. 예를 들어 2020년 발표된 스웨덴의 수전 암(Susanne Alm) 교수진의 연구에 따르면 1988년부터 2011년까지 스웨덴에서 1인가구의 빈곤율이 크게 올랐다. 일자리가 불안정해지고 정부의 복지제도가 축소되는데 가족의 도움에 기댈 수조차 없었던 것이다. 그에 반해 단 한 명이라도 같이 사는 가족이 있으면 실업급여가 축소되어도 빈곤에 빠질 가능성이 올라가지 않았다.
외부 충격에 약한 중년 1인가구
우리나라의 상황도 많이 바뀌었다. 1998년 금융위기 이후로 청년층의 취업과 결혼이 미뤄졌으며 평생고용이 사라지며 중·장년에 해고되는 일도 늘어났다. 경제적 이유로 이혼하게 될 경우 한부모 가정이 되거나 중년 1인가정이 되었다. 비슷한 시기에 직업을 위해, 혹은 자녀의 유학을 위해 기러기 가족으로 사는 가정 또한 늘어났다. 이렇게 생겨난 1인가정은 건강도 소득도 좋지 못했다.
이렇게 오늘날 중년 1인가구는 과거와 달리 사회적·경제적으로 고통을 받는 계층으로 떠올랐다. 이 집단이 더욱 문제인 이유는 외부의 충격에도 더 크게 영향을 받고 회복도 더디기 때문이다. 2023년에 고려대 정해일 교수 연구진(필자 포함)이 발표한 연구를 참고해 보자. 지난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우리나라의 수많은 사람들이 생활고를 겪었다. 이 중에서 특히 큰 영향을 겪은 것이 50세 이상 중·장년층 1인가구다. 팬데믹 전과 팬데믹 기간을 비교했을 때 65세 이상 1인가구는 근로소득이 없는 경우가 많으니 큰 영향을 겪지 않았고, 49세 이하는 오히려 살짝 늘어난 경우도 있는데 배달업 등 팬데믹 수요업종의 영향일 가능성이 크다. 50세에서 64세 사이 1인가구는 팬데믹 기간 중 소득·지출 양면에서 큰 감소를 겪었다.
한 가지 독특했던 점은 저축과 가구 간 이전지출에서 중·장년층의 감소가 두드러졌다는 것이다. 이전지출은 한 가족에서 다른 가족으로 돈을 건네줬다는 것인데 보통 축의금이나 부조가 이에 해당한다. 팬데믹 기간 집합이 어려우니 결혼식을 덜 했을 수는 있지만 상례는 이와 관계가 없고, 또 한국 문화에서는 직접 참석하지 못해도 송금해서 마음을 표시하기도 한다. 이렇게 돈을 주고받는 행위는 불필요하다고 비판받기도 하지만 결국 사회적 연결망을 형성하는 요소이다. 이러한 지출이 더 많이 감소했다는 뜻은 이 사람들이 기댈 수 있는 안전망이 줄어든다는 뜻이다.
또 한 가지 특이 한 점은 여성보다 남성 중·장년 1인가구에 팬데믹의 영향이 크게 나타났다는 점이다. 정확한 이유는 파악하기 힘들지만, 남성에 비해 여성 1인가구가 사회적으로 더 연결되어 있다는 연구가 있다. 남성은 여성에 비해 직장으로 형성된 인간관계에 더 집중해서 실직과 이로 인한 이혼으로 혼자 살게 되면 기댈 곳이 더 없어진다는 것이다.
이렇듯 오늘날 중·장년 1인가구는 그 숫자가 적지 않을 뿐만 아니라 외부의 충격에 취약하고 회복력도 더딘 것으로 보인다. 이로 인해 빈곤과 우울증 같은 증세에도 쉽게 노출된다. 이러한 1인가구를 돕기 위해 주거 지원, 관계망 프로그램 등 여러 가지 정책이 시행되고 있지만 아직까지 대부분의 정책은 청년층, 노년층과 신혼부부에 집중되어 있다. 중·장년 1인가구를 위한 정책은 상대적으로 드물고, 있는 정책도 홍보가 더디다. 이들 가구가 사회적으로 단절되어 있는 것도 한 가지 이유일 것이다.
공공 재정의 관점에서도 중·장년 1인가구는 포기할 수 없는 집단이다. 건강과 평균수명을 고려했을 때 이들은 말 그대로 ‘삶의 가운데’라고 볼 수 있다. 아직 사회의 핵심 구성원으로 많은 시간을 보내야 한다. 새로운 지식, 기술을 습득해 취업하는 일도 충분히 가능하다.
이들을 돕기 위해서는 현금성 지원은 답이 아니다. 여성 1인 중년가구는 남성에 비해 팬데믹으로 인한 소득·지출 감소가 적었는데, 이는 지역사회에 연결망이 튼튼했기 때문이다. 1인가구에 절실하게 필요한 것은 공동체에 기댈 수 있는 삶이다. 외롭지 않기를 원하는 사람들이 더 쉽게 다른 사람들과 연결될 수 있도록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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